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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전기·가스비 또 오른다고?" 서울 달동네 '개미마을' 주민들의 한숨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아니란 이유로 지원 없어…연탄 때지만 가스비 인상 체감

2023.04.28(Fri) 17:49:06

[비즈한국]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3동에 위치한 개미마을은 영화 ‘7번방의 선물’, 위기철 작가의 소설 ‘아홉살 인생’의 배경이 되는 장소다.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 강남 개포동 구룡마을, 성북구 정릉동 정릉골과 함께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린다. 전기·가스 요금이 부담되는 요즘,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개미마을을 찾았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 전경. 사진=김주원 인턴기자


#세월 흔적 그대로…60년 세월 간직한 마을

 

26일 오전 8시 50분경 방문한 개미마을. 3호선 홍제역과 마을을 잇는 마을버스는 배차 간격이 25분인 '서대문 07' 마을버스 단 하나다. 홍제3동 주민센터를 지나 본격적인 오르막길을 오르면 개미마을 약도가 붙어있는 철제 울타리를 만날 수 있다. 그곳부터 개미마을이 시작된다.

 

이곳은 1960년대 도시빈민들에 의해 형성된 무허가 판자촌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천막과 집들이 인디언마을 같다는 이유로 ‘인디언촌’으로 불렸다. 주민들이 ‘인디언촌’이라는 이름을 원치 않아 1983년 열심히 살아가는 개미를 닮았다는 의미로 ‘개미마을’로 바꿨다. 현재는 인왕산 산자락 아래 위치해 등산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곳이다.

 

홍제동 개미마을 초입. 겨울철 빙판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열선이 깔려 있다. 사진=김주원 인턴기자


마을버스 안에는 승객 1~2명만이 있었다. 길을 걷는 사람도 찾아보기 어렵고, 경로당을 방문해봤지만 아무도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 마을 이곳저곳에 벽화들이 그려져 있지만 관리를 하지 않아 희미했다. 하나 남은 구멍가게(슈퍼)도 세월이 흘러 페인트가 벗겨져 가게 이름을 알아볼 수 없었다.

 

관리번호, 건물번호와 연탄재가 쌓여 있는 폐가의 모습. 사진=김주원 인턴기자


이 마을에만 볼 수 있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무허가 건물 확인원에 등재되는 건물번호, 지역주택조합에서 관리하는 관리번호다. 다음으로 LPG 가스통과 연탄이다. 도시가스가 연결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난방과 조리를 위해 연탄과 등유, LPG 가스를 사용한다. 1급 발암물질인 석면으로 만든 슬레이트 지붕 또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걱정되는 주민들 “뭐가 또 올라?”

 

지난해 한국전력공사의 1㎾h당 전기 구입 단가는 155.5원이었지만, 판매 단가는 이보다 30원 이상 낮은 120.51원이었다. 한전은 지난해 전기 판매 과정에서 22조 8000여 억 원의 손실을 봤다.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은 ㎾h당 13.1원 올라 역대 분기별 최고 인상 폭을 기록했지만, 원가와 판매 가격 역전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2월 한전의 전기 구입 단가와 판매 단가는 1㎾h당 각각 165.59원과 149.73원으로, 두 달 동안 약 1조 4000억 원의 손해로 이어졌다. 

 

한국가스공사도 미수금이 금액이 약 8조 원으로, 이 부분을 메꾸기 위해 빚을 져 하루에 13억 정도의 이자 부담을 매일 지게 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간담회 후 브리핑에서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은 다 같이 했다”고 말했다.

 

주민 A 씨(79)는 지난 겨울 전기요금과 가스비가 올랐는데 정부가 한 번 더 인상을 고려중이라는 기자의 말에 “뭐가 또 오르냐. 60년 정도 여기서 살고 있어 (사람들을) 다 알지는 않지만 동네에 자식들이 용돈 안주면 생활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나도 영세민(기초생활수급자)은 아니다. 여기는 도시가스가 없어서 난방은 연탄으로 하는데도 가스비가 올랐다는 것은 느껴질 정도다”며 “집 단열이 잘 안 돼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덥다. 비가 많이 오면 물이 새는데 돈이 없어 고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여름철 장마로 벽에 물이 샌 자국. 사진=김주원 인턴기자


마을 초입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B 씨(82)는 “치매 예방하려면 뭐든 일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놓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버는 것이 있어야 먹고 사는데 손님이 안 와도 너무 안 온다”며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지만 먹고 살기가 빠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재개발 관련 질문엔 “예전부터 이야기는 계속 나오고 실제로 추진도 되는 듯 했지만 계속 이 상태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재개발하면 갈 곳이 없다. 도시가스나 놔줬으면 좋겠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대문 07번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던 주민 C 씨는 “가스비가 오른 것은 확실히 알겠다. 나라에서든 어디서든 지원 받는 것은 없다”며 짧게 대답 후 자리를 피했다. 주민 D 씨(79)는 “몇 년 전에 태풍으로 지붕이 날아가 버려서 600만 원 정도를 들여 지붕을 새로 했다. 그래도 아직 비 새는 곳이 있다”며 “전기는 얼마 쓰지도 않는데 3만 원이면 되던 것을 이제 5만 원 낸다. 전기는 이해하는 수준인데 가스비는 정말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개미마을은 과거부터 저소득층 밀집 구역으로 여러 기업들이 연탄을 비롯해 여러 봉사 및 기부활동이 이어지는 곳이다. 그러나 서대문구의 한 주민복지 관계자 E 씨는 “어려운 분들이 있다는 것은 아는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개미마을에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생각보다 없다”고 말했다.

 

삼육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정종화 교수는 “차상위 계층이나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경우의 지원은 지자체 재정에 달려있다. 조례를 만들어 예산안을 확보하는 등의 방식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모든 것을 해야 할 수는 없다. 현 정부는 지자체의 권한을 강화하고 있고, 따라서 지자체가 앞장서서 노력을 하고 정부는 뒷받침 해주는 방식으로 가야한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헌법에 있는 기본권은 정부가 보장해야겠지만 그 외에도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취약계층은 지자체의 발굴과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무원 수도 더 늘릴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주원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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