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올 1분기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전기 대비 0.3%를 기록하면서 ‘기술적 경기침체(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면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내수가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덕에 반짝 상승했을 뿐 우리 경제의 근간인 수출이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해 경기침체 탈피가 착시효과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HOPE’ 이론에 근거해 우리나라 경제가 이미 침체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지적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4월 25일 발표한 ‘2023년 1분기 실질 GDP 속보치’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올 1분기에 0.3% 성장했다. 지난해 4분기에 -0.4%로 역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률 우려가 나왔지만 다행히 플러스로 돌아섰다. 2개 분기 연속에서 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면 기술적으로 경기침체에 들어갔다고 정의한다는 점에서 경기침체를 피한 것이다. 또 2021년 4분기 1.3%를 정점으로 2022년 1분기 0.6%, 2분기 0.7%, 3분기 0.3%, 4분기 -0.4%로 내려앉던 경제가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 투자은행(IB) 파이퍼 샌들러의 ‘HOPE’ 이론을 적용하면 우리 경제는 경기침체에 진입한 상태라는 분석이 나온다. HOPE 이론이란 주택(Housing)을 시작으로 구매관리자지수(PMI)의 신규 주문(Orders), 기업 이익(Profits), 고용(Employment) 순서로 경기침체가 진행된다는 이론이다.
실제 우리나라 주택가격은 이미 하락세에 접어든 지 오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지난해 5월 둘째 주(5월 9일 기준)에 전주 대비 0.01% 하락한 것을 시작으로 1년 가까이 하락세를 지속 중이다. 지난해 12월 넷째 주(12월 26일) -0.76%를 하한점으로 하락률이 감소하기는 했지만 내림세는 여전하다. 올해 4월 셋째 주(4월 17일)에도 하락률이 0.13%를 기록했다. 고금리의 영향으로 부동산 침체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PMI의 신규 주문도 악화세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글로벌이 발표한 한국 제조업 PMI에 따르면 3월 신규 주문 감소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한국 PMI(기준치 50)는 2월 48.5에서 3월 47.6으로 하락했다. 제조업 생산은 11개월 연속 감소했으며 이로 인해 신규 주문의 경우 감소율이 3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S&P는 지적했다. 우사마 바티 S&P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생산과 신규주문 감소율이 각각 5개월래, 3개월래 최고치까지 상승했다”며 “이는 한국 제조업이 현 경기 침체를 극복하는데 갈 길이 멀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기업 이익 역시 하락세에 접어든 상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12월 결산 상장기업 604개사(금융업 등 제외)의 매출액(연결기준)은 2814조 9183억 원을 기록해 2021년(2319조 8841억 원)에 비해 21.3% 늘어났다. 하지만 올해 고물가에 매출액만 늘어난 때문이었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기업의 이익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 이를 보여준다. 이들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59조 4124억 원으로 전년(186조 8947억 원) 대비 14.7% 감소했고, 순이익은 131조 5148억 원으로 전년(159조 463억 원)보다 17.3%나 줄었다.
올 1분기도 이러한 이익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수출 부진으로 인해 올 1분기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어닝 쇼크(실적 충격)’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402억 원으로 전년 동기(14조 1214억 원) 대비 95.5% 급감했다. 특히 반도체 부분이 4조 58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또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이 –3조 4023억 원으로 최악의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일자리 사정도 좋지 않다. 우리나라 노동 가능 인구(15~64세)의 고용률은 지난해 3분기 69.0%를 정점으로 4분기 68.8%, 올해 1분기 68.2%로 하락세다. 청년층(15~29세)은 더 사정이 좋지 않다. 지난해 2분기 47.3%였던 청년층 고용률은 3분기 47.2%, 4분기 46.2%로 떨어지더니 올 1분기에는 45.9%까지 하락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1분기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섰다고는 하지만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로 내수가 상승한 기저효과에 따른 것에 불과하다”며 “우리 경제의 기둥인 수출이 7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어 경기가 더 가라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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