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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반포2차 주민·조합 고소전…서울시 '신통기획'에 주민 갈등 커지는 까닭

기부채납·임대주택 늘며 분담금 증가, 내부 갈등 커져…전문가 "일반 재개발·재건축과 큰 차이 없어"

2023.05.02(Tue) 09:16:27

[비즈한국]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재건축 사업에 선정됐지만, 조합원 간 갈등을 빚던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 아파트에서 끝내 법적 분쟁이 벌어졌다. 비즈한국은 4월 24일 서초경찰서에 일부 주민들이 신반포2차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조합) 조합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한 사실을 확인했다. 신반포2차 조합원 일부는 신통기획 추진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반발했는데,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온 데에는 서울시, 서초구의 책임도 있다. 

 

신반포2차 아파트 신통기획 재건축 사업의 단지배치 계획안.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와 연계해 수변과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서울특별시

 

2021년 서울시가 발표한 신통기획 사업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곳곳에서 갈등이 불거져 나온다. 특히 서울시가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일환으로 신통기획에 ‘수변 감성 조성’을 강조하거나 공공임대 주택을 늘리면서 서울시와 조합 간에 이견도 보인다. 한편에서는 재개발·재건축사업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게 가능하냐는 의문도 나온다. 

 

#신반포2차 갈등, 결국 법적 분쟁으로 이어져

 

3월 28일 서울시는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 아파트의 재건축 신통기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주민제안이 접수된 지 약 6개월 만이다. 서울시는 이 구역을 ‘수변 특화단지’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신반포2차 아파트의 재건축 계획은 50층이라는 최고층수로 설계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신반포2차 아파트 주민들은 건물 노후와 누수로 재건축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사진=전다현 기자

 

주민들은 건축된 지 40년이 넘어 재건축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27일 신반포2차 아파트에서 만난 한 주민은 “건물이 낡은 것도 문제지만, 가장 급한 건 누수다. 누수가 너무 심해 거주하기 힘들 정도다. 한 가구의 문제가 아니라 아파트 전체를 뜯어고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후화가 심각하다 보니 신반포2차 아파트는 2003년부터 재건축을 하려는 시도가 이어졌지만, 내부 갈등으로 실행되지 않다가 이번에 신통기획에 선정됐다.

 

당초 신반포2차아파트조합은 일반 재건축을 계획하다 2022년 6월 신통기획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일부 주민들은 이때부터 문제가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일반 재건축 추진을 신통기획으로 전환할 때도, 이후 기획안이 확정될 때도 주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 특히 신통기획 추진 시 제출해야 하는 주민 동의안을 ‘익명 투표’로 받아 서울시의 허가를 얻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초구청에서 추진위에 회신한 내용 중 일부. 신통기획 주민 투표가 익명 투표로 진행됐음을 밝히고 있다. 사진=신반포2차 아파트 추진위 제공

 

신통기획안이 확정된 후 반발은 더 거세졌다. 분담금이 오르고 임대주택 비율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주민들은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신통기획에 문제를 제기한 상황이다. 추진위에 따르면 가구당 최대 분담금은 9억 4000만 원에서 13억 1900만 원으로, 임대주택 비율은 6.9%에서 13.4%로 늘었다. 또 99㎡(30평) 이하가 50.3%에 달해 소형 아파트 위주가 될 거란 우려도 있다. 예상보다 일정이 지연돼 신통기획의 효과가 없다고도 지적한다. 

 

신반포2차 아파트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현재는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조합장이 서울시와 뒤에서 합의하고 주민들에겐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상가 소유자와 아파트 소유자의 이해관계가 다른 것도 문제다. 서울시가 기획안에 공원과 상가 비중​을 늘리면서 분담금이 증가했다. 겉으로는 신통기획을 하면 ​서울시가 ​공공부지를 더 얹어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기부채납과 분담금이 늘어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결국 추진위는 4월 24일 업무방해죄 및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관련자료공개 위반 등으로 조합장을 고소했다. 추진위는 신통기획을 확정한 서울시와 서초구 역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추진위 관계자는 “조합에서 반대 의견이 있는 사람들이 설명회에 참여하지 못하게 용역을 불러 상해를 입은 사람도 많다. 서울시와 서초구는 이를 묵인했다. 제대로 된 설명회도 없이 신통기획으로 전환했으며, 이후 주민 동의서도 익명으로 가능하게 해줬다. 명확한 절차 없이 진행되는 모양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가이드라인인 기획은 완료됐으며 현재 조합에서 동의서를 걷는 단계다. 추진위 측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은 알지만, 대표성을 가진 법적 조직은 조합이기 때문에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 또 어느 조합이나 이런 갈등은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표면에 드러난 건 신반포2차 아파트 구역이지만, 다른 구역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신통기획에 선정된 다른 구역 역시 신반포2차 아파트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속도전’ 일 년 만에 70개 구역 선정

 

올해 1월 기준 신통기획에 선정된 재개발 구역은 1차 21곳, 2차 25곳이다. 여기에 신통기획 모집 전 사전 타당성을 진행한 2개 지역과, 최근 선정된 갈현동과 공덕동을 합치면 총 50여 곳에서 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재건축은 이보다 적다. 현재까지 선정된 재건축 신통기획은 20개소로, 이 중 8개소의 기획이 완료된 상황이다. 신통기획 시행 약 일 년 만에 70개 구역이 선정된 셈이다. 

 

 

신통기획의 핵심은 속도다. 기존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도시계획결정과 인가과정심의를 절반 이상 단축해 ‘빠른 재개발·재건축’을 하겠다는 것이다. 또 민간개발이지만 서울시가 깊이 관여한다.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하면서 계획안 등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용적률을 높이거나 공원 부지가 늘어나기도 한다. 특히 서울시의 핵심 기조는 수변 중심 구조 디자인과 녹지 공간 확보, 규제 완화를 통한 공공시설 확충이다. 이러다 보니 기획안 수립 과정에서 공공부지 개발이 신통기획에 포함되기도 한다. 앞서 신반포2차 아파트 역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와 연계해 수변 특화 단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갈등은 여기서 발생한다. 서울시가 용적률을 높여주는 대신 기부채납을 요구하고 공공임대 비율을 높이는 것에 주민들은 반발한다. 공공부지 개발비를 조합원들이 오롯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재개발 신통기획 사업이 확정된 송파구 마천동 일대의 주민은 “성내천을 통해 수변 주거단지로 조성하겠다고 하는데, 성내천 복원과 디자인을 주민들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우리는 개발 구역이 하천 바로 옆에 있는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재개발​ 신통기획 사업이 확정된 쌍문동 백조아파트 일대 주민들도 수변과 대상지를 연결하는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을 우려한다(관련기사 [현장] 쌍문동 백조아파트 '신통기획' 확정에도 엇갈리는 전망, 왜?). 아파트 내 공공시설을 모든 시민에게 개방하겠다는 방안 역시 ‘치안’ 문제와 부딪힌다.  

 

​서울시는 신통기획으로 선정한 마천동 93-5 일대를 근처 성내천과 연계해 수세권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진=전다현 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막상 신통기획에 선정됐지만 ‘분담금’ 때문에 조합원 간 갈등이 불거진다. 신통기획으로 선정된 구역의 한 조합 관계자는 “이해관계가 다양하게 엮여 있어 신통기획 수립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돼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다. 서울시에서도 제대로 된 계획이 없다. 서울시는 일반 재개발 사업보다 신통기획으로 진행하는 걸 선호하다 보니 선정도 비교적 쉽게 된다. 일각에서는 신통기획으로 인한 공원 등 공공부지 확보가 전부 실적이 되기 때문에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귀뜸했다. 

 

전문가들은 신통기획이 일반적인 재개발·재건축사업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신통기획의 핵심은 빨리 할 수 있는 계획은 빨리 가게 해주겠다는 거다. 그런데 과정 자체는 일반적인 재건축 과정과 동일하기 때문에 조합원 간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진행 속도가 빠른 대신 공공이 원하는 걸 함께 나눠야 하므로 이런 부분에 대해서 조합원들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통기획안의 장점은 ‘속도’지만, 현실적으로 이 차이가 드러나지 않을 거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빠른 재개발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기본적으로 신통기획은 민간사업인데, 서울시에서 계획했을 때부터 구체적이고 특별한 내용이 있었던 건 아니다. 빠르게 할 수 있는 건 빠르게 하겠다는 거지, 기본적으로 재개발·재건축 방식이다. 시작은 빨리 추진할 수 있겠지만,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지금처럼 주택 시장이 가라앉은 상황에서는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결론적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속도를 내려면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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