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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처럼 되기 전에"…'꿈의 직장' 구글코리아에 노조 생겼다

3월 초 권고사직 '도화선'…노조 "2차 구조조정 가능성 대비, 사측에 단체협약 체결 요구"

2023.04.25(Tue) 17:35:21

[비즈한국] 열린 기업 문화와 높은 연봉으로 널리 알려진 구글코리아에 처음으로 노동조합이 탄생했다. 2004년 한국 법인 설립 이후 19년 만이다. 지난 3월 초 권고사직 수준의 직무폐지 통보가 도화선이 됐다. 2차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응한다는 취지도 있다. 노조 측은 사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해 고용안정과 근무환경 개선 등을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 강남구 구글스타트업캠퍼스. ​구글코리아 설립 19년 만에 처음으로 노동조합이 탄생했다. ​사진=연합뉴스


#‘꿈의 직장’ 옛말…한국 지사에도 감원 위기 현실로

 

11일 구글코리아 직원들은 역삼역 본사 인근에서 총회를 개최하고 노조를 설립했다.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산하 지부로 결성됐다. 이번 총회에서는 지부 간부가 선출되고 운영 규정 등이 제정됐다. 앞으로 노동청에 노조 설립을 신고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현재 구글코리아 직원 680여 명, 구글클라우드 직원 170여 명을 대상으로 조합원을 모집 중이다.

 

4년 연속 ‘직장인 행복도 1위’에 오른 시점에 직원들이 결집한 이유는 고용 불안 탓이다. 프로젝트 단위로 사업을 진행하고 이직이 잦은 업계 특성상 노조가 형성될 만한 계기가 없었지만 최근 글로벌 IT 업계에 감원 칼바람이 불면서 한국 지사 직원들에게도 위기의식이 커졌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1월 말 전체 인력의 6% 수준을 감원하겠다고 예고했다. 알파벳은 2015년 구글의 지주회사로 설립됐다. 구글 ​미국 ​본사 직원은 약 1만 2000명 규모다. 당시 구글 본사는 감축 규모나 감원 대상자 여부를 3월에 추가 공지하겠다고 밝혔는데, 구글코리아 역시 지난달 초 직원들에게 권고사직 수준의 직무폐지를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직군 등과 관계없이 모든 대상자에게 관련 내용이 메일로 공지된 것으로 파악된다.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대상자에게 동일하게 메일로 왔다”며 “대상자 중 퇴사까지 신청한 직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회사가 제시한 기한 내에 권고사직을 받아들일 경우 퇴직 위로금 조건을 올려 받을 수 있다는 조건이 붙은 것으로 파악된다. 보직과 근속연수 등에 따라 수개월치 월급을 위로금으로 지급하는 안이 포함됐다.

 

구글코리아 노조 설립총회에서는 지부 간부가 선출되고 운영 규정 등이 제정됐다. 사진=노조 제공


#2차 해고 폭풍 올까, 추가 인원감축 대비 나서는 노조

 

사측이 권고사직 대상으로 결정한 인원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노조도 정확한 감원 규모는 파악하지 못했다. 다만 본사가 전체 인력의 6% 감축을 못 박은 만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말 구글코리아의 임직원 수 700여 명에 적용 시 40여 명 규모로 예상된다. 4월 노조 결성 시점에 임직원 수가 680여 명인 것과 비교하면 그 사이 20~30명 안팎의 직원들이 퇴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권고사직 대상자 중 70~80% 정도가 회사를 나갔다”는 노조 관계자의 설명과도 부합한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 계열사를 덮친 이번 정리해고는 구글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2차 대량 해고가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1차 정리해고가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선행 작업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런 관측은 알파벳 투자자인 헤지펀드 TCI가 구글 경영진에게 보낸 서한에서도 드러난다. TCI는 인원 ​20% ​감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직원에 대한 ‘과도한 보상’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알파벳 전체 계열사 직원은 약 20만 명으로 20%는 약 4만 명에 해당한다. 정리해고 규모가 커질 경우 고액 연봉자나 매출 기여도가 낮은 부문 너머까지 감원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구글캠퍼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IT 인력은 이직이 비교적 수월한 편이지만 최근에는 이직 시장 성장세가 한풀 꺾여 부담이 커졌다. 헤드헌팅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작년보다 보수적이다. 채용 단계도 늘었고, 직무가 아예 사라져 ​최종 단계에서 ​엎어지는 경우도 많다”며 “재취업이 비교적 어렵지는 않겠으나 미국계 IT, 테크 회사들과 스타트업들이 (구글 구조조정의)​ 영향을 받아 인력을 정리한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코리아 노조는 추가 감축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부정적인 전망이 많다. 메타의 경우에서 보듯 어떤 일이 뒤따를지 알 수 없다”며 “사측에 교섭을 요구해서 단체협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랩, 왓츠앱의 모회사인 메타(Meta, 옛 페이스북)는 지난달 두 번째 직원 감축을 진행했다. 일자리 1만 개를 줄였고 5000개의 공석은 채우지 않을 것이라고 공표했다. 글로벌 전체 인력의 13%에 해당하는 1만 1000명을 해고한 지 4개월 만에 1차 구조조정과 맞먹는 규모의 해고를 감행한 것.

 

김종섭 구글코리아 지부장은 “인원 감축 바람이 계속 부는 가운데 일방적인 감원 방식에 불만과 고용불안을 느끼는 직원들이 주축이 돼 지난달부터 물밑 작업을 거쳐 노조 설립을 추진했다”며 “구글코리아 직원들의 고용안정과 근무환경 및 복지 향상을 통해 직원과 회사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데 목적을 두며, 구글의 다른 나라 노조와도 협력해 시너지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코리아는 감원 통보 방식과 노사 협의 의사 등을 묻는 비즈한국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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