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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코플랜트 자회사 EMC, 언론 취재 협조 직원 '감봉'에 지노위 "부당" 판결

품위유지 보안규정 위반 등 사유로 징계…지노위 "징계 사유는 인정, 감봉 처분은 과해"

2023.04.25(Tue) 18:07:43

[비즈한국] 언론 취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직원들을 감봉 조치한 SK에코플랜트 자회사 환경시설관리주식회사(EMC)​의 행위가 부당하다는 판정이 나왔다. 비즈한국이 단독 입수한 충남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 판정서에 따르면 지노위는 3월 21일 전국환경시설노동조합(환경노조)가 EMC를 상대로 낸 부당감봉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 대해 ‘부당감봉’을 인정해 감봉 기간의 임금을 지급하라는 판정을 내렸다. 다만 노조의 구제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천안시 자원화시설은 블랙리스트 논란 등 노동자 처우 문제가 불거진 곳이다. 현재 이곳은 EMC, 두현이엔씨, 동명기술공단종합건축사사무소, 씨에스씨, 민성환경 등 5개사가 공동 도급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진=용혜인 의원실 제공


#MBC 취재 협조했다 징계…감봉 1·2개월 받은 후 지노위에 구제신청

 

2022년 9월 26일 EMC는 공동 도급으로 운영하는 천안 하수슬러지자원화처리시설(천안시 자원화처리시설)의 노동자 2명에게 각각 감봉 1·2개월 징계를 내렸다. 2022년 3월 MBC가 천안시 자원화처리시설의 작업 현장 영상과 함께 위험성을 보도했는데, 이 취재에 협조한 직원들이 기자가 무단으로 시설을 출입하고 위험을 연출해 촬영​하도록 방조해 ​사규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EMC는 이 직원들이 성실의무(회사 제규정 준수)와 품위유지 의무(회사 명예 손상 금지), 보안규정(외래인 무단출입 방조 금지) 등을 위반했다고 봤다(관련기사 SK에코플랜트 자회사, 언론 취재 협조한 직원들 ‘징계’ 논란).

 

징계 받은 노동자들은 징계가 부당하다며 재심을 신청했지만, EMC 인사위원회는 이를 기각했다. 이에 노동자들이 소속된  환경노조도 반발했다. 노조는 2022년 12월 EMC를 상대로 충남지노위에 부당징계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냈다. 또 감봉 처분을 받은 노동자들이 무단결근과 업무 지시 불이행 등의 이유로 2022년 12월 추가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는데, 환경노조는 이에 대해서도 부당정직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냈다. 

 

#부당 감봉만 인정…지노위 “임금 상당액 지급해라”

 

천안시 자원화시설 노동자 징계에 대해 EMC와 환경노조의 입장은 첨예하게 갈렸다. 환경노조는 언론사의 방송 취재를 막지 않은 것이 직무위반이라고 할 수 없으며, 방송 취재를 이유로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는 것은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EMC는 소속 노동자들이 외부인이 시설에 무단침입 및 무단촬영을 하도록 방조·협조했고, 이는 노동조합 활동과 무관하기 때문에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노위는 이번 판정의 주요 쟁점을 △사건 감봉의 정당성 여부 △감봉이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라고 판단했다. 즉 감봉의 절차와 사유가 정당한지, 이 행위가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는지가 쟁점이라고 본 것이다. 

 

지노위는 노동자들이 외부인을 시설에 출입해 촬영하도록 협조한 점이 일부 인정된다고 봤다. 촬영 협조가 회사 취업규칙과 보안규정에 저촉되는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 외부인이 출입할 때 관리자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거라 봤다. 이 때문에 승인 없이 외부인을 출입시키고 내부 시설물을 촬영하도록 한 사실은 징계 사유라고 판단했다. 

 

노동자들이 징계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방어권 행사라고 봤다. 또 EMC에서 노동조합 지부장이 동석할 경우 지부장의 발언권을 주지 않겠다고 해 조사가 무산된 것으로 봤다. 조사 거부가 전적으로 노동자들의 책임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징계 절차는 하자가 없다고 봤다. 

 

지노위에서 노동자들의 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남은 건 징계양정이 적당한가다. EMC는 내부 징계양정기준에서 주요 경영정보를 무단 유출했을 때 감봉 2개월 징계가 규정돼 있으며 비위행위에 대해 조사를 거부했을 때 가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노위는 징계양정이 과다하다고 판단했다. 우선 MBC가 촬영해간 천안시 자원화시설은 공공시설이기 때문에 출입절차가 명시적으로 규정되진 않았다고 봤다. 근무환경 개선이라는 공익적 목적으로 방송 취재에 협조했다는 점도 짚었다. 회사의 근무질서 문란과 시설관리권 침해 정도보다 근무환경 개선을 통한 근로조건 개선의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그동안 EMC는 방송 보도를 위해 위험을 연출했다고 주장했지만, 지노위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촬영에 적극 협조한 다른 공동 도급사의 직원은 징계를 받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했다. 지노위는 EMC가 재량권을 ‘​남용’​해 감봉 처분을 했다고 판단했다. 

 

촬영 협조 사실을 징계 사안으로 인정하면서도 감봉 처분은 과다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감봉 처분 자체가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지는 않았다. 감봉이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결론적으로 지노위는 노동조합의 구제신청은 기각했지만 감봉 징계는 취소하라고 판정했다.

 

#이의제기 없으면 EMC가 임금 지급…환경노조 “재심 신청 예정”

 

환경시설관리주식회사(EMC)​는 SK에코플랜트(사진)의 자회사다. 사진=임준선 기자


지노위는 △부당 감봉 인정 △감봉 취소 및 부당 감봉이 없었다면 지급 받았을 임금 지급 △구제신청 기각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EMC는 소속 노동자 2인에게 임금 상당액을 지급해야 한다.

 

환경노조가 EMC를 상대로 낸 이번 부당감봉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은 환경노조의 일부 승리라 볼 수 있지만, 환경노조가 낸 부당정직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은 모두 기각됐다. 정직 사유가 있고 징계 양정이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환경노조는 EMC가 언론 취재를 협조한 노동자들을 노골적으로 괴롭혔으며, 이후에도 정직 등의 징계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지노위 판정에 재심을 신청할 경우 판정서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 해야 한다. 이번 지노위 판정서는 4월 18일 통보돼 이의 신청은 이번 달 28일까지 이뤄져야 한다. 환경노조는 부당감봉을 인정 받은 ‘부당감봉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과 기각된 ‘부당정직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모두 재심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판정에 대한 재심 신청 여부에 대해 EMC 관계자는 “아직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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