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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슈퍼콘서트, 누구를 위한 공연인가

주최 아닌 '명칭 후원'임에도 'Presented by'로 포장…정태영 부회장 개인 SNS 활동도 '논란'

2023.04.24(Mon) 17:16:03

[비즈한국] 장류진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에 등장하는 극중 인물인 ‘거북이알’은 신용카드 회사에 다닌다. 그는 클래식에 관심이 많은 회장님이 원하는 유명한 아티스트 내한 공연을 성사시키고는, 이를 회장 인스타그램보다 먼저 회사 홈페이지에 먼저 공지하는 바람에 눈 밖에 난다. 분이 안 풀린 회장은 그 후로 사소한 트집을 잡아 그의 월급을 카드 포인트로 지급한다.

 

소설 속 이야기와 비슷한 일이 실제로도 있었다. 슈퍼콘서트로 유명한 현대카드에서다. 담당 직원이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SNS보다 먼저 슈퍼콘서트 공지를 했다가 회사가 발칵 뒤집힌 일이 있었다. 또 일부 전직 임원이 급여 일부를 카드 포인트로 받기도 했다. 현대카드에 근무했던 직원이라면 다들 알면서도 쉬쉬하는 이야기다.

 

9년 만에 더 큰 울림으로 돌아온 ‘브루노 마스’ 내한공연 포스터. 사진=현대카드 제공

 

오는 6월 17~18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브루노 마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7의 소식 역시 정태영 부회장이 가장 먼저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렸다. 과거 정 부회장이 페이스북에 “울림이 작을 것 같아서” 공연을 거절했다는 그 뮤지션이다. 

 

#현대카드는 주최사 아닌 ‘후원사’

 

공연에는 보통 주최자와 주관자가 있다. 주최사는 공연을 기획하고 개최하는 역할을 하며, 주관사는 실제 공연을 실행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주최는 비용과 매출에 관여하고, 주관은 주최사로부터 주관에 필요한 비용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이러한 역할 분담은 공연마다 어떤 계약을 맺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복수의 현대카드 직원 및 공연업계 관계자의 증언을 종합하면 슈퍼콘서트가 성사되는 방식은 대략 이렇다. 해외 아티스트를 섭외하는 에이전시 및 공연기획사가 현대카드에 먼저 제안을 한다. 현대카드는 이를 검토해서 후원 여부를 결정한다. 다른 후원사 없이 오로지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라는 이름으로 개최되는 조건이기에 후원 규모 역시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즉 공연기획사가 출연할 아티스트를 섭외하고 공연을 기획해서 이를 현대카드에 제안하면, 현대카드는 이를 검토해서 후원 여부를 결정한다. 이후 계약이 체결되면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라는 이름으로 홍보가 이뤄지는 것.

 

그래서 지금까지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를 개최한 공연기획사는 여러 곳이다. 2007년 열린 최초의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일 디보’ 공연은 서울음반과 마스트미디어가 주최하고 아이예스컴과 옐로우나인이 주관을 했다. 당시만 해도 현대카드는 관행대로 협찬사로 표시된다.

 

그 다음 슈퍼콘서트인 비욘셰 내한 공연 때는 주최사가 나온, B4H엔터 등으로 완전히 바뀐다. 당시 나온은 B4H엔터와 손익분기점을 넘어서 발생한 수익은 5 대 5로 배분한다는 공동주최 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주최사는 공연 수익을 정산한 이후 수익을 가져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현대카드는 비욘세 공연부터 흥미로운 표현을 쓴다. 바로 ‘Presented by’ 다. present는 ‘제공’ 혹은 ‘출품’ 등을 뜻하며 보통 영화 시작 전 오프닝 타이틀에서 제작사 앞에 주로 붙는다. 주최사나 주관사가 아닌 후원사에 이런 명칭을 붙이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후 슈퍼콘서트에서는 주최사나 주관사는 점점 작게 표시하거나 아예 표기하지 않은 포스터가 제작되었고, 대외 홍보는 아예 현대카드가 주최한다는 표현이 노골화되었다.

 

이후 현대카드는 빌리 조엘, 크레이그 데이빗, 그린데이, 휘트니 휴스턴, 어셔, 스티비 원더, 스팅, 마룬파이브, 레이디가가, 에미넴 등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들의 내한 공연을 후원하며 ‘슈퍼콘서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공연기획사, 즉 주관사는 슈퍼내츄럴, 에이아이엠, 액세스 이엔티, 9엔터, 라이브네이션 등이 번갈아가며 맡았다. 현대카드의 이 같은 방식을 공연업계에선 보통 ‘명칭 후원’, ‘네이밍 후원’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아티스트 이름 앞에 기업 이름을 붙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액수를 후원해야 한다.

 

공연업계 관계자는 “공연기획사로서는 티켓이 전부 팔리지 않을 경우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고, 티켓이 다 팔리더라도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현대카드와 같은 대기업에게 거액을 후원받는 건 여러모로 좋은 일”이라며 “다만 공연 자체를 현대카드가 기획했다거나 주최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렇게 보이도록 홍보를 할 수 있는 건 이런 내용이 포함된 계약을 맺고 그에 상응하는 돈을 지불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연 소식을 개인 SNS에 ‘최초 공개’라니…

 

2014년 1월 23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긴다.

 

“요즘 어떤 해외가수가 한국 공연을 하기로 하고 현대카드에 연락을 주었다. (중략) 그러나 이제 슈퍼콘서트에도 영혼이 깃들어야 할 때라 패스했다.(후략)”

 

사진=정태영 부회장 개인 SNS

 

여기서 등장하는 ‘어떤 해외가수’는 나중에 ‘브루노 마스’로 밝혀졌다. 이 글만 보면 브루노 마스 측이 현대카드에 슈퍼콘서트를 열자고 제안했고, 이를 현대카드가 거절한 것 같다.

 

실제로는 브루노 마스 첫 내한 공연을 주관하기로 한 액세스 이엔티가 현대카드에 슈퍼콘서트 명칭 후원을 제안했고, 현대카드가 이를 거절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액세스 이엔티는 시티브레이크, 스팅, 에미넴 등 현대카드와 ​수차례 ​슈퍼콘서트를 개최한 경험 많은 공연기획사다. ​현대카드는 ​브루노 마스 공연 후원을 거절한 대신 라이브네이션 및 나인엔터와 함께 폴 매카트니 슈퍼콘서트를 개최했다.

 

​브루노 마스 내한공연은 ​현대카드의 후원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예정되었고, 액세스 이엔티는 다른 후원사를 찾았다. 독일차 브랜드 아우디가 메인 스폰서가 됐다. 그 후 1월 21일 공연 티켓이 불과 10분 만에 매진되자 이틀 후에 정 부회장이 이런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지점은 또 있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는 현대카드로 결제 시 20% 할인이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그래서 현대카드가 티켓을 판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연기획사가 인터파크와 티켓판매 대행 계약을 맺고 판매가 이뤄진다. 현대카드는 단지 할인이 제공되는 결제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 티켓 구매라는 상거래는 소비자와 공연기획사 사이에 이뤄진다. 만약 공연을 하기로 한 해외 아티스트가 갑자기 공연장에 오지 않는다면 환불 등의 책임 역시 모두 공연기획사가 진다.

 

물론 그런 극단적인 사례는 아직까지 없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7: 에미넴’ 공연 당시 영상물등급위원회는 현대카드가 아닌 공연기획사인 액세스 이엔티를 공연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현대카드의 지위는 공연 후원사이기 때문이다.

 

2022년 8월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6: 빌리 아일리시’ 개최 당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가운데)은 빌리 아일리시(왼쪽)와 찍은 사진을 개인 SNS에 올렸다. 사진=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개인 SNS

 

아무리 거액을 후원했다고 하더라도 후원사가 주최사처럼 홍보되는 상황을 지켜보는 공연업계의 시선은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그간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로 인해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내한해 공연 시장 자체가 성장했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없이 축소된 공연 시장에서 이제 대기업의 후원은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다른 편에서는 공연 역시 하나의 문화예술인데 실제 공연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곳 대신 후원사가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한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백번 양보해서 명칭 후원은 그렇다 쳐도 후원 기업의 수장이 공연의 모든 것을 관할하는 듯한 뉘앙스로 SNS 활동을 하는 것은 매우 괴상한 일”이라며 “전 세계 어느 공연에서도 주최사가 아닌 후원 기업의 대표이사가 자신의 개인 SNS로 공연 사실을 먼저 알리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정 부회장의 역할은 결국 후원 여부를 최종 결재하는 것 정도이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영화만 유일하게 오프닝에서 투자사와 투자사 대표 이름이 가장 먼저 나온다. 20년 전부터 굳어진 낯뜨거운 관행이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후원은 단지 후원으로 그쳐야 박수를 받는다. 메디치 가문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작품에 가문의 도장을 찍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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