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올해 세수가 20조 원 이상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온 법인세 인하는 물론 각종 조세 지원 제도 개편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수 부족을 메꾸기 위해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는 야당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해 그동안 만기 연장이 계속되어 온 각종 조세 특례 제도를 손보려던 정부의 행보에도 현 경제 상황에서 무리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다만 수출 악화에 내수까지 부진한 현 경제 상황에 법인세 추가 인하를 멈추는 게 오히려 기업 투자나 해외 기업 국내 진출을 막아 장기적으로 경기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월까지 세수는 전년 동기 대비 15조 7000억 원 감소했다. 부동산·주식 등 자신시장 침체에 양도소득세 수입은 4조 1000억 원, 증권거래세 수입은 8000억 원 줄었다. 내수 부진에 부가가치세는 5조 9000억 원 감소했고, 기업 수익 악화에 법인세는 7000억 원이 덜 걷혔다. 상황이 나아져 3월부터 연말까지 지난해와 같은 세수가 걷혀도 올해 세입 예산보다 20조 원 이상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공약에 따라 지난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고 과세표준 구간을 기존 4단계에서 사실상 3단계로 단순화하는 세법개정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국회 과반수를 차지한 야당의 반대에 최고세율 3%포인트 인하안·과세표준 구간 변경안을 포기하고, 전 구간별 1%포인트 인하안을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1월 10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법인세는 중요한 외국인 투자의 결정 요인 중 하나이고, 투자자는 당연히 법인세가 얼마나 되느냐가 결정 요인이기 때문에 법인세 1%포인트 인하는 미흡하다고 본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처럼 정부는 법인세 추가 인하에 대한 미련을 품고 있다. 올해 1% 중반대 성장률이 예상될 정도로 경기가 나쁜 상황에 국내 기업 부담을 덜어주고,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서도 법인세 추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러한 구상이 올해 들어 발생한 세수 부족으로 인해 어그러지게 됐다. 당장 야당에서 법인세 인하로 향후 5년간 법인세 수입이 23조 8000억 원 감소할 것이라며 법인세를 오히려 높여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미국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1%에서 28%로 올리는 증세안을 발표했다며 증세 필요성을 주장했다.
법인세 추가 인하가 세수 부족으로 인해 야당의 반대에 발목이 잡힌 상태라면, 조세 특례 제도 정비나 유류세·개별소비세(개소세) 정상화는 물가 때문에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근로장려금, 월세액 세액공제, 청년우대형 주택청약종합저축 비과세 등 조세 특례 조치 13건에 대한 심층평가에 들어갔다. 제도에 실효성이 없거나 정책 목적이 달성됐다고 판단되면 해당 제도를 종료하거나 축소하려는 것이다. 전 정부에서 급격히 늘어난 재정 적자 폭을 줄여나가려는 의도다.
하지만 경기 부진과 고물가로 서민 생활이 어려운 상황에서 조세 특례 제도를 손 볼 경우 민생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변수로 떠올랐다. 실제 정부는 4월 30일 종료 예정인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휘발유 25%·경유 37%)를 8월 31일까지 4개월 연장한다고 밝혔다. 당초 경제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올해 세수 상황을 고려해 유류세 인하율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컸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올해로 3년째 시행 중인 데다 유류세 인하에 따른 세금(교통·에너지·환경세) 감소분이 지난 한 해만 5조 5000억 원에 달한 탓이다.
그러나 2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원유 감산 계획을 발표하면서 유가가 상승세를 보이자 정부가 결국 유류세 인하 연장을 발표한 것이다. 이로 인해 정부가 조세특례 심층평가에 나선 13건에 대해 쉽게 조정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심층평가 대상인 근로장려금은 가구와 소득요건을 충족하는 단독·홑벌이·맞벌이 가구를 대상으로 한 세제 지원 정책이며, 월세 세액공제는 국민주택 이하 주택 월세 지급액의 10%를 세액공제 해 준다.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정부는 물론 여당 입장에서도 개편하기 어려운 사안들이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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