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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 미성·크로바 재건축 시공사 선정 무효…결국 대법원까지 간다

최종 확정 판결 시 자재비 인상에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가능성…조합·건설사 "사업은 정상 진행"

2023.04.20(Thu) 18:19:21

[비즈한국] 롯데건설이 4700억 원 규모 잠실 재건축 사업장의 시공권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법원이 롯데건설의 부정행위가 시공사 선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하면서다. 갈등이 불거진 아파트는 서울 송파구 소재 잠실 미성·크로바아파트다. 지난해 착공해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정도 인정되지 않았다. 시공권 교체에 따른 사업 장기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조합은 곧바로 상고에 나설 전망이다.

 


#롯데건설, 금품 로비 등 위법 행위에 발목

 

13일 서울고등법원 민사9부는 신 아무개 씨 등 미성·크로바 재건축 조합원이 조합과 롯데건설을 상대로 낸 ‘총회결의 무효확인’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총회 안건이 무효라는 게 소송의 골자다.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시 관행처럼 이뤄지는 금품 로비 등의 위법 행위가 문제가 됐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사업 비상대책위원회는 롯데건설이 2017년 시공사 선정 입찰과정에서 일부 조합원에 금품을 제공하는 등 공정한 투표를 방해했고 조합이 이를 방관했다며 시공계약 무효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8월 롯데건설의 금품 향응 사실을 인정한 형사소송 판결을 인용하면서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앞서 롯데건설은 미성·크로바 일부 조합원에 225차례에 걸쳐 현금 또는 여행상품 등 금품 5100만 원 상당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벌금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재판부는 “롯데건설과 홍보용역을 체결한 직원들이 일부 조합원들에게 부산투어나 롯데리조트 속초 숙박 등의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했다”며 “이런 부정한 행위는 시공사 선정에 관한 이 사건 결의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판시했다.

 

조합은 상고를 결정했다. 롯데건설이 시공권을 지킬 수 있을지는 대법원 판결을 지켜봐야 한다. 조합으로서는 시간 확보의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조합과 롯데건설 등에 따르면 현재 공정률은 10% 내외다. 미성·크로바아파트는 2019년 상반기 주민들이 이주를 완료했지만 서울시 건축 심의에 걸려 2년가량 착공이 밀려 지난해 착공한 상황이다. 사업 중단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비대위와 접촉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안이 최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합 관계자는 “상고는 당연히 진행한다. 소송 당사자와의 대화도 필요하다고 본다”며 “조합원들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성·​크로바아파트는 인근 신축 아파트에 비해 잠실역과 가까워 입지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강은경 기자


#자재비 인상에 ‘재초환’ 부담까지

 

대법원에서 2심과 같은 판결이 나올 경우 미성·크로바 재건축 조합은 시공사를 교체해야 한다. 시공사 선정이 최종적으로 무효가 되면 사업절차 상 후행절차인 관리처분인가 접수도 효력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적용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이 제도는 재건축으로 발생한 일정 이익을 세금으로 내는 제도로 2018년 부활했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조합은 재건축 초과 부담금을 면제 받기 위해 2017년 신속한 사업진행으로 사업시행인가, 시공사 선정 등을 마쳤다. 같은 해 연말에 관리처분인가를 접수했고 2018년 7월 5일 관리처분인가를 획득했다. 만약 시공사 선정이 취소되면 관리처분인가까지 줄줄이 효력을 잃어 재건축 초과이익을 부담해야 할 수 있다. 

 

롯데건설의 시공권 박탈로 사업이 중단되거나 장기화하면 비용 부담도 증가한다. 정비업계에서는 시공사 교체와 후속 조치로 2년 이상 공사가 멈출 수 있다고 예상한다. 이 경우 입주까지 사업 진행이 늦어지는데 지연되는 만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자, 이주비, 자재비, 인건비 증가 등 조합원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는 게 정비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가 시작된 후 시공사가 교체되면 진행된 공정에 대해 하청업체 미수금부터 노임 등 각종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정상적으로 처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시간이 더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는 공사 중지 가처분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19일 방문한 현장은 기존 일정대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다만 소송이 사업 진행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고 이의신청 등의 법적 절차를 밟다 보면 완공 시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입주까지 3년 정도 남았는데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완공하거나 입주까지 시작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시공사가 바뀌더라도 이미 아파트에 들어가 사는 사람에겐 아파트 브랜드 차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신축 아파트 조감도. 사진=롯데건설 제공

 

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시공사 선정 무효가 됐다고 관리처분까지 무효화하는 결정은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완공 후 결과가 나온다면 시공사 교체 후 행정절차를 밟고, 시공사 선정이 잘못된 것에 대한 손해배상의 문제 정도로 그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건설과 조합은 일단 기존 일정에 따라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조합이 진행하는 소송 관련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도 “조합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시공사로서 사업 진행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조합 관계자는 “여러 곳에서 자문을 밟아 대응할 계획이다. 5월 달 총회에서 긴급 안건으로 다뤄 소유주들과 상황을 공유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고 35층 1888가구 규모 대단지로 재탄생하는 미성·크로바아파트는 인근에 지하철 2·8호선 잠실역과 2호선 잠실나루역이 있어 알짜 단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건설은 설계 단계에서 스카이브리지 3개와 건물 외벽에 조명을 입힌 미디어파사드를 적용하는 등 그룹 앞마당인 잠실에 고급 단지를 건설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서울시가 위화감 조성, 분양가 인상 등을 이유로 사업에 제동을 걸었고, 서울시 지적 사항을 반영한 수정안으로 2021년 8월 건축계획안이 통과됐다. 2025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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