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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패피 탐사대⑧] 힙한 '고프코어룩' 유행할수록 지구는 고통 받는다

골프·캠핑·요가·등산룩…합성섬유 대량 사용하는 기능성 의류 늘수록 환경오염 가속

2023.04.20(Thu) 18:07:18

[비즈한국] 패션 산업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산업’ 2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지만, 한국에서 이 같은 상황을 바꿀 논의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기후 위기 시대가 도래해 세계 각국과 글로벌 기업이 경영 방식까지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데도 말이다. ‘패션피플(패피)’은 ‘최신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트렌드에 민감한 이들은 ​패스트 패션을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비치지만, 이제는 환경과 기후위기 문제를 인식하고 이에 기반해 소비하는 ‘그린 패피’로 달라지고 있다. ‘그린 패피 탐사대’는 새로운 패피의 눈으로 패션을 비롯한 일상의 환경 문제를 파헤치고 대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캐주얼한 아웃도어(운동복), 일명 ‘고프코어룩’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고프코어는 고프(gorp)와 놈코어(normcore)의 합성어로 아웃도어 용품을 일상복으로 입는 것을 말한다.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고프코어룩이 언급돼 화제가 됐다. 예능 치트키로 불리는 모델 주우재도 평소 고프코어룩을 즐겨 입는 것으로 알려진다. 등산, 골프 등 야외 스포츠 용도로 만들어진 기능성 옷이 일상룩이 되면서 고프코어룩은 ‘힙한’ 패션의 대표주자가 됐다.

 

의류 브랜드 팬암의 집업의 광고 모델 주우재. 주우재는 고프코어룩 유행의 대표 주자다. 사진=팬암


그러나 지구 환경엔 안 좋은 소식이다. 특수 소재를 사용하는 아웃도어 의류의 특성상 폐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업계에선 환경을 고려해 재활용 섬유를 사용한 기능성 제품도 내놓고 있지만, 재활용 제품이 미세플라스틱을 더 많이 배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힙한 패션’ 됐지만 ‘오염 주범’ 지적도

 

고프코어룩이 인기를 끌자 업계에서는 스포츠·아웃도어 전문관을 선보이거나 라인을 확장하는 등 홍보에 적극적이다. 코프코어의 인기는 매출로도 드러난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은 ​2022년 3월 ​스포츠·아웃도어 전문관이 생긴 이후 스포츠·아웃도어 분야 매출이 2021년 대비 35%나 성장했다. 20대 고객 매출액은 전년보다 24% 늘었다. 

 

고프코어룩이 인기를 끌자 지난 2022년 3월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은 스포츠·아웃도어 전문관​을 만들었다.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캐주얼 브랜드 폴햄(POLHAM)도 최근 캠핑시즌에 맞춰 캠핑, 등산 등 아웃도어 스타일을 선보였다. 나일론, 스판 소재 등으로 이뤄진 기능성 제품이다. 패션 업계에선 위축된 소비 심리를 타개할 카드가 고프코어 트렌드가 될 거라고 기대한다. 아웃도어 브랜드 관계자는 “물가가 상승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됐지만 아웃도어 제품은 꾸준히 판매율이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잇따라 라인을 확대해 출시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중고거래 앱 번개장터는 2023년 1분기 고프코어 중고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213% 증가했다고 밝혔다. 바람막이점퍼 역시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다수 고프코어 브랜드의 거래량 역시 증가했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등산, 캠핑 등이 MZ세대의 ‘힙한 취미’로 부상하면서 젊은 소비자들의 유입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패션에 관심이 많다는 20대 A 씨는 “일명 고프코어룩이라고 불리는 아웃도어 옷들이 편하면서도 힙한 느낌이라 즐겨 입는다. 기능성 옷이지만 평소에 입기도 좋다. 또래 친구들도 평상복으로 많이 입는 것 같다”고 말했다. 50대 B 씨는 “최근 골프를 배우러 다니면서 골프 옷을 구매했다. 가끔 캠핑을 다니기 때문에 캠핑룩을 구매한 적도 있다. 제품도 다양하게 나오고, 어디를 가도 대부분의 사람이 전용 복장을 하고 있으니, 나도 구매하게 된다”고 말했다.

 

고프코어룩의 대표 키워드는 ‘편함’과 ‘힙함’이다. 기능성을 목적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사용하는 소재도 다양하다. 그러나 나일론, 폴리에스터, 폴리우레탄 등 대부분 화학섬유로 만들어진다. ​100% 면이나 친환경 소재로는 만들기 어렵다. 일반 의류에 잘 사용되지 않는 특수소재도 사용한다. 방수 기능을 가진 고어텍스나 특수 세라믹을 첨가한다. 또 첨단 기술로 이미 합성된 섬유의 조직을 더 촘촘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때문에 분해하기가 어렵다.

 

업계 관계자 C 씨는 “기능성 의류 특성상 한 가지 섬유로만 제작하기는 어렵다. 보통 합성섬유로 만들어지며, 일반 의류보다 다양한 재질이 사용된다. 단가도 더 높다. 기술적으로 합성섬유 분해가 완전히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폐기할 기업은 없다고 본다. 대부분 만들어진 후 그대로 폐기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합성섬유 사용에 대한 규제는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관련기사 [그린 패피 탐사대①] '그 많던 옷은 다 어디로 갔을까' 환경오염 2위 패션산업의 이면)

 

#재활용 섬유는 정말 ‘친환경’일까

 

합성섬유로 만들어진 옷들이 무분별하게 소비되는 듯하지만, 소비자들도 ‘친환경 의류’를 선호한다. 생산하는 의류의 50%를 재생 소재로 만드는 파타고니아가 ‘환경을 위해 옷을 사지 말라’는 광고로 매출이 40% 증가한 사례는 이미 유명하다. 

 

아웃도어 브랜드에서도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등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수거된 폐플라스틱을 선별해 폴리에스터 원사를 추출하고, 이 소재로 섬유를 제작하는 방식이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바다에서 수거된 플라스틱인 ‘오션플라스틱’으로 옷을 제작한다. 블랙야크, 코오롱스포츠도 재활용 섬유를 이용한 제품을 늘려가고 있다. 폐어망을 재활용한 사례도 있다. 30대 D 씨는 “최근에 골프복을 구매하면서 오션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골프 티셔츠를 구매했다. 친환경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선택권이 있다면 재활용 제품을 이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 스포츠 브랜드 의류 제품의 설명서, 오션플라스틱으로 사용됐다고 명시됐다. 사진=전다현 기자


소비자들이 재활용 의류를 선택하는 건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해서지만, 실상은 다르다. 현재는 재활용 섬유 비율​을 표기해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재활용 섬유를 사용했다고 광고하는 제품들은 대부분 합성섬유 비율만 표기한다. 판매처에서 자발적으로 재활용 소재 사용 비율을 표기하지 않는 이상 일반 소비자가 이 비율을 알기는 어렵다. 따라서 재활용 섬유를 일부만 사용했어도 소비자들은 100% 재활용 섬유로 만들어졌다고 오인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미세플라스틱이다. 폐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의류가 환경오염을 더 유발할 수 있다. 세탁이나 건조 시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2022년 1월 홍콩시립대와 캐나다 서스캐처원대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의류 건조 시 ​면보다 폴리에스터, 폴리아미드 등 합성섬유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더 많이 발생했다. 15분 동안 건조한 1kg의 의류에서 나온 극세사(가는 실로 대부분 미세플라스틱으로 구성)는 폴리에스터에서 평균 9만 3600개, 면에서 평균 7만 2200개였다. 일반 면보다 합성섬유에서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나온 것이다. 

 

한 운동복 브랜드의 소재 설명. 대부분 플라스틱 재질로 이루어져 있다.


합성섬유로 만든 옷은 착용만 해도 미세플라스틱을 방출할 수 있다. 2020년 이탈리아 국립연구협의회와 영국 플리머스대학교 소속 과학자들은 합성섬유로 만들어진 의류를 입고 20분 동안 움직이자 직물 1g당 최대 400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고 밝혔다. 세탁 시에도 1g당 700~4000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같은 해 등산복, 텐트 등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미세플라스틱이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발견됐다는 연구도 발표됐다.

 

재활용 섬유로 만들어진 의류가 환경을 더 오염시키는 셈이다. 이 때문에 그린피스 등 많은 환경단체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원천적으로 줄이자는 운동을 하고 있지만, 당장의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 D 씨는 “친환경 섬유를 사용했다고 홍보하지만, 이 제품이 환경에 좋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재활용도 나름 노력한 것이지만, 실제로 환경을 생각해서라기보단 소비자 선호를 따라가는 데 초점을 둔다”고 털어놨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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