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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발령, 오너 가족 경영…노조 출범으로 수면 위 떠오른 엔씨의 과제

"대기발령 중 폭언 듣고 인사 불이익" 논란…김택진 일가 '책임지지 않는' 경영도 논란

2023.04.20(Thu) 17:02:10

[비즈한국] ‘리니지’ ‘블레이드 앤 소울’ 등으로 알려진 게임사 엔씨소프트에 최초로 노동조합이 생기면서 내부에 쌓였던 불만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대형 신작의 출시를 앞두고 아마존과 거액의 계약을 맺는 등 사업 확장에 나선만큼 내실 다지기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월 10일 엔씨소프트에서 최초로 노동조합이 출범했다. 게임업계서 다섯 번째로 탄생한 노조다. 사진=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엔씨소프트 지회 사이트

 

엔씨소프트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동조합이 탄생했다. 노조는 지난 10일 민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엔씨소프트 지회로 공식 출범했으며, 별칭은 ‘우주정복(우리가 주도적으로 정의하는 행복한 회사)’이다. 게임업계 다섯 번째 노조로, 3N(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중 2018년 넥슨에 이어 두 번째로 탄생한 노조라는 점에서도 많은 관심을 모았다.

 

엔씨소프트 노조는 설립 선언문을 통해 “가족경영에 기반을 둔 수직 관료적 문화는 실패와 악덕을 덮었고, 그 책임과 피해를 사우에게 전가했다”라며 “고질적인 ‘상후하박’의 조직문화가 회사의 핵심 가치, 그리고 우리의 권리를 훼손하고 있다”라고 출범 배경을 밝혔다. 선언문에 따르면 노조는 크게 △프로젝트 해산 후 권고사직·대기발령 문제 △군대식 상명하복 조직문화 △폐쇄적 평가 및 보상제도 등을 위기의 진짜 원인으로 꼽았다. 

 

노조 가입자는 공식 출범 다음 날 710명을 돌파해 20일 현재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범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기다린 이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19일 발행한 첫 소식지를 통해 “반말하던 직책자가 존댓말을 쓴다” “사적 심부름을 시키지 않는다”라며 변화를 전했다. 

 

노사 단체교섭은 진행하지 않았지만, 부당 인사 논란이 주목받으면서 고용 안정·인사 사항 등을 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젝트 해체로 소속을 잃은 직원들이 부서 이동 과정에서 불이익과 압박을 받아 자진퇴사로 떠밀린다는 내용이다.

 

노조에 따르면 부서 이동을 하지 않은 직원 중 일부는 위로금을 받고 퇴사하거나, 일부는 ‘데브서포트팀(데브팀)’에 배치돼 대기발령 상태에 놓인다. 이때 데브팀에 배치된 직원은 이미 회사에 재직 중임에도 외부 인력이 구직할 때와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예를 들어 부서 이동 시 기술 공유·간단한 면접 등을 거치지만, 데브팀에서 타 부서에 지원할 때는 학력부터 경력을 포함한 이력서를 새로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는 것.

 

노조는 그 과정에서 데브팀에 간 직원 일부가 “실력이 없어서 다른 부서에 못 간 것 아니냐”라는 폭언을 듣거나, “대기발령 상태가 오래되면 커리어에 안 좋으니 사내 이동만이 아니라 타 회사로의 취업에 도전해보는 게 어떻겠냐”라는 말로 심리적인 압박이 가해진다고 설명했다. 그 밖에 △부서 이동 면접을 통과했지만 데브팀 소속이라는 이유로 합격이 취소되거나 △원래 하던 업무가 아닌 주차 관리 등 단순 노무를 제안하는 등의 불이익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송가람 엔씨소프트 노조 지회장은 “데브팀을 ‘몇 달 동안 이직할 시간을 주고, 이직하지 못하면 퇴사하는 곳’으로 생각하는 직원도 있다”라며 “회사는 퇴사나 해고와 같은 단어는 쓰지 않으니 (퇴사를) 강요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직원들이 느끼는 상황은 이렇다”라고 답했다. 이 같은 논란에 관해 엔씨소프트는 “회사는 관련 법규와 절차를 충실하게 준수하고, 성실한 자세로 교섭에 임하겠다”라며 말을 아꼈다. 

 

엔씨소프트의 대형 신작 ‘THORNE AND LIBERTY(TL)’는 상반기 출시 예정이었지만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 이후 하반기로 미뤄졌다. 사진은 TL 플레이 영상의 일부. 사진=엔씨소프트 유튜브 캡처

 

엔씨소프트 내부의 문제 제기는 노조 출범 전부터 나왔다. 올 초 직원 사이에서 성과급이 전년보다 크게 줄고 직군마다 편차가 심하다는 불만이 터지면서다. 더불어 ‘임원만 배 불리는 구조’라는 성토가 이어졌다. 

 

엔씨소프트의 2022년 매출은 2조 5718억 원, 영업이익은 5590억 원으로 눈에 띄는 신작 없이 각각 전년 대비 11%, 49% 증가했다. 하지만 4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매출 28%, 영업이익 57% 줄며 부진했다. 이런 가운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100억 원이 넘는 상여금을 포함해 약 124억 원의 보수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후하박’ 구조로 인해 임원과 직원 사이 임금 격차가 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택진 대표, 김택헌 최고퍼블리싱책임자(CPO), 윤송이 최고전략책임자(CSO) 중심의 가족 경영을 두고도 비판이 이어진다. 김 CPO는 김 대표의 동생, 윤 CSO는 김 대표의 배우자다. 윤 CSO는 엔씨소프트의 미국 법인 엔씨웨스트의 대표를 맡고 있는데 몇 년간 적자가 났는데도 책임지지 않았다는 것.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엔씨웨스트는 2022년 256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게다가 최근 엔씨소프트가 신규 법인(엔씨아메리카 LLC)을 ​미국에 ​설립했는데 김 CPO에게 대표직을 맡기면서 가족 경영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송 지회장은 “가족 경영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상식적인 기준에서 보상해야 한다. 타사 임원은 계약직으로 와서 성과에 따라 높은 보수를 받거나 재계약을 한다. 자리에 책임을 지고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감수한다”라며 “엔씨소프트처럼 수년째 적자가 나고 구조조정을 하는데도 임원이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있나. 이곳 임원진은 ‘로리스크 하이리턴’이다”라고 꼬집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기대작을 내며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선다. 신작 부재와 실적 하락세에 위기설이 나오는 만큼, 구성원의 불만을 잠재우고 내실 다지기에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준비 중인 신작은 콘솔과 PC 모두 지원하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THORNE AND LIBERTY(TL)’와 모바일 게임 4종(퍼즈업·배틀크러쉬·프로젝트 G·블레이드앤소울 S)이다. 대형 신작으로 꼽히는 TL은 지난 2월 아마존게임즈와 계약금만 600억 원대인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다. 아시아 서비스는 엔씨소프트가, 북미·남미·유럽·일본 등 글로벌 서비스는 아마존게임즈가 맡는 내용이다.

 

하지만 아마존과의 계약 이후 TL 출시 시기가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미뤄지면서, 증권가에서는 엔씨소프트의 실적 부진이 길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엔씨소프트​ 관계자는 TL 출시에 관해 “글로벌 퍼블리싱은 현지 사정에 맞게 마케팅하는 게 장점”이라며 “현지인 눈높이에 맞춰 서비스하기 위해 오픈 시기를 신중하게 가늠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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