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입주 파행을 빚은 서울 양천구 ‘신목동파라곤’ 아파트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에 합의했다. 양측은 건자재 가격 상승이 본격화하던 2022년 하반기부터 공사비 증액 규모를 두고 갈등을 벌이다 결국 입주 파행을 맞았다. 이번 증액 규모는 90억 원 수준으로 당초 시공사가 주장하던 금액보다 16억 원가량 낮다. 조합은 3월 시공사 유치권 행사를 막아달라며 낸 가처분이 기각되자 최근 총회를 열고 시공사 요구 금액인 106억 원을 상한으로 협상에 나서자고 결의했다.
신월4구역 재건축조합과 동양건설산업은 17일 재건축사업 공사비를 90억 원 증액하는 데 합의했다. 당초 동양건설산업이 주장한 증액 규모 106억 원보다 16억 원가량 낮은 금액이다. 조합원 1명이 추가로 내야 할 부담금은 평균 7000만~8000만 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조합은 건설사를 상대로 낸 업무방해 관련 소를 취하하고, 시공사는 소 취하와 동시에 아파트 단지 유치권 행사를 중단한다는 계획이다. 입주는 빠르면 이번 주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양측이 극적 합의를 이룬 데는 주민 결단이 컸다. 신월4구역 조합원은 16일 임시총회에서 106억 원을 상한으로 하는 공사비 증액 협상 권한을 조합 협상단에 위임하기로 결의했다. 총회에는 공사비 증액 상한을 39억 원으로 하는 협상권 위임안도 상정됐지만 조합원 선택을 받지 못했다. 두 금액은 시공사와 조합 양측이 제시한 공사비 증액 규모로, 시공사는 건설공사비지수를, 조합은 소비자물가지수를 기준으로 산출했다. 조합원 총회에서 시공사 주장을 수용하는 결정이 나온 셈이다.
당초 신목동파라곤 아파트 시행사인 신월4구역 조합과 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은 2018년 9월 공사비 576억 원 수준으로 도급계약을 맺었다. 이후 2020년 12월(622억 원)과 2022년 8월(642억 원) 공사비를 올렸다. 건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자 시공사는 2022년 하반기부터 재차 공사비 인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조합은 인상액이 과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시공사는 아파트 입주예정일인 3월 아파트 입구를 컨테이너를 막고 현장 유치권을 행사했다.
조합이 시공사의 유치권 행사를 저지하려 시도했으나 한 차례 무산됐다.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합의51부(김우현 수석부장판사)는 3월 신월4구역 조합이 동양건설산업을 상대로 낸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조합이 시공사로부터 2021년 12월부터 2023년 2월에 이르기까지 수회에 걸쳐 공사비 단가 조정 협의 요구를 받았는데도 관련 회의를 단 한 차례만 개최하는 등 협의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조합이 공사비 협상에 충실하게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공사 유치권 행사가 정당하다는 취지다.
그간 양측이 의견을 좁히지 못한 이유는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신월4구역 재건축사업 도급계약서에 따르면 양측은 관리처분 인가 이후인 2018년 8월부터 물가가 소비자물가지수 기준 3% 이상으로 오르면 공사비를 협의해 조정하기로 했다. 공사비 조정 시점은 명시가 됐지만 어느 수준으로 공사비를 조정할지 기준은 명확히 정하지 않았다. 조합은 공사비 조정 요건이 되는 소비자물가지수를, 시공사는 건설 공사에 특화된 건설공사비지수를 적용해야 한다는 이견이 나온 배경이다.
동양건설산업 관계자는 “당초 외부 공인 기관이 건설공사비지수로 산정한 신월4구역 공사비 인상 규모는 136억 원이었다. 산출 금액 100%에 미치지 않는 106억 원을 청구했음에도 증액 협상이 빨리 이뤄지지 않았던 부분이 아쉽다. 입주예정자들의 불안이 커지는 상황이라 회사가 한 차례 더 양보했다”며 “현재 입주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이며, 조합이 소를 취하하는 즉시 유치권을 해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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