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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투자] '지구의 미래'에 투자하는 현명한 방법

친환경 사업에 투자하는 녹색채권 인기…수익률보다 가치 따지는 MZ세대 이끌까

2023.04.18(Tue) 11:27:47

[비즈한국] 직장인 A 씨는 항상 ‘환경 보호’를 생각하며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회용품 대신 장바구니나 텀블러 사용하기,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 사용하기 등이다. A 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환경 보호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기도 하고, 정보를 얻기도 한다. 요즘 A 씨는 ‘지구의 날에 투자하라’는 한 증권사의 광고 문구를 보고 녹색채권에 관심이 생겼다.

 

녹색채권은 친환경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 채권이다.

 

오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지구의 날은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1970년 순수 민간운동에서부터 시작된 기념일이다. 환경 보호를 실천하기 위한 방법은 A씨처럼 실생활에서 플라스틱 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 등이 있지만, 친환경 사업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즉, 녹색채권에 투자하는 것이다.

 

녹색채권은 친환경 사업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탄소 감축, 건물 에너지 효율화, 신재생 에너지, 전기차 등 친환경 활동과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자금 지원 등의 용도로만 사용이 한정된다. 최초의 녹색채권은 지난 2007년 유럽투자은행(European Investment Bank)이 발행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4년 한국수출입은행이 해외에서 녹색채권을 처음 발행했다. 녹색채권은 넓게는 ESG채권에 속한다. ESG채권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개선과 같은 사회책임투자와 관련한 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발행되는 채권이다. 발행 목적에 따라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 등으로 분류된다. 지속가능채권에 대해서는 <현재가 암울할 땐 올바른 미래에 투자를 '지속 가능 연계 채권'>에서 언급한 바 있다.

 

최근 들어 ESG채권 가운데서도 녹색채권 발행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발행금액 기준 국내 ESG채권 중 녹색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9년 6.3%에서 2021년 14.5%로 늘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민간기업 중 녹색채권을 발행한 회사는 65개 사, 이 가운데 비금융회사는 49개 사만 있다”며 “녹색채권 발행 비금융회사는 주로 정유회사, 발전·전력회사 등 제한된 산업군에 속하고, 이 가운데 시가총액 기준 국내 100대 기업에 속하는 경우는 15개 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녹색채권이 활용되지 못하는 이유는 구조적 한계와 환경 개선효과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녹색채권을 발행할 만큼 대규모 프로젝트를 찾는데 어려움이 있고, 환경적 기대효과를 공시하거나 외부기관으로부터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이른바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공익성’을 중시해 투자한 녹색채권이 실제로는 엉뚱한 곳에 투자하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달 EU이사회와 집행위원회, 유럽의회는 녹색채권 관련 기준을 제정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녹색채권이라면 EU의 친환경 경제활동분류체계인 'EU택소노미' 기준에 부합하는 경제활동에 투자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며 발행기업의 전반적인 기후변화 대응전략에 기여하는지 여부도 공시해야 한다. ‘무늬만녹색’ 채권을 가려내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같은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국내에서 녹색채권을 발행하려면 환경과 금융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외부기관이 검토해야 하고, 주기적으로 보고서도 제출해야 한다. 환경부가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의 이자 비용을 최대 3억 원까지 지원해 주기로 하면서 향후 녹색채권 발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 녹색채권은 다른 채권에 비해 수익률이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단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녹색채권에 대한 적절한 홍보가 이뤄진다면 새로운 소비세대로 떠오른 MZ세대에게는 ‘공익성’이라는 가치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트럭 방수포로 만든 가방 브랜드처럼 가치와 메시지가 담긴 소비제품에 열광한다. 친환경이나 동물복지를 따지는 가치소비에 집중하는 이유는 한 마디로 ‘자기 만족’이다.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소비하는 ‘미닝 아웃(meaning out)’이 이들 사이에서 대세로 자리 잡은 이유다. ‘지구의 날’을 맞이해 ‘가치투자’에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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