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오세훈 서울시장이 16년 만에 다시 한강 개발 구상을 띄웠다. 2007년 기획한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후속인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다. 서울시는 자연과 공존하는 환경을 만들고 시민을 위해 수변의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강조한다. 최종적으로는 서울을 경쟁력 5위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자연’, ‘이동’, ‘문화’, ‘공간’을 주요 키워드로 앞세운 만큼 한강 전체를 권역으로 대규모 사업이 예고됐다. 크기 180m 서울링(대관람차)부터 수상 곤돌라, 서울항, 제2세종문화회관 등 사업 종류도 다양하다. 예산 낭비에 대한 우려가 나온 건 당연한 수순이다. 한강 본류에만 집중한 한강 르네상스와 달리 이번엔 지천을 함께 개발한다. 20여 개 자치구와도 엮여 있다. 서울시는 막대한 초기비용에 대한 우려를 민간투자 사업 방식이라는 답으로 일축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업 대부분이 검토, 민간 제안 단계에 해당해 비용과 수익성조차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오세훈표 한강 개발 2막 시작
오세훈 서울시장은 3월 9일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생태공원 정비, 서울링, 서해뱃길을 위한 권역별 항만 조성, 도심항공교통(UAM) 구축 사업 등 총 55개 사업으로 구성된다. 1기 격인 기존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5개 분야, 33개 사업으로 추진된 것에 비교하면 사업 성격과 규모가 모두 확대됐다. 여기에는 서울시가 중장기적으로 추진 중이거나 관행적으로 해온 사업도 다수 포함됐다.
이번 프로젝트엔 한강 개발에 대한 오 시장의 오랜 의지가 엿보인다. 오 시장과 서울시 역시 새 프로젝트가 한강 르네상스를 계승한다는 정체성을 숨기지 않는다. 서울시는 새 구상을 소개하며 “여의도‧뚝섬‧반포‧난지에 조성된 한강공원과 달빛무지개분수, 여의샛강 생태공원 등은 많은 시민의 사랑을 받아왔다”며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회복과 창조의 철학을 이어 받아 그간의 사회변화를 고려하고 아쉬운 점과 새로운 기회들을 찾아내 추진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은 “시즌1을 통해 한강이 시민들에게 휴식과 여가 공간으로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넓은 한강의 구석구석에 아쉬운 장소가 많다”며 “시장이 바뀌더라도 꾸준히 사랑 받는 활용도 높은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서울링’ 4000억, 13년 전 ‘2250억’ 서해뱃길은 얼마 들까
하지만 오 시장의 구상이 얼마나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프로젝트 개시를 전면적으로 알린 상황이지만 서울시는 아직까지 굵직한 사업의 잠정 규모조차 명확히 밝히지 못한다. 서울시 예산이 얼마나 투입될지 역시 예측하기 어렵다.
오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예산 계획을 묻는 질문에 “추진하는 사업의 상당 부분이 민간투자 사업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 예산은 크게 들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에 선을 그었다. 민간투자 사업으로 추진 시 세금 낭비는 없다는 취지의 답변이다.
오 시장의 대표작이자 아픈 손가락인 ‘세빛섬’의 사례가 힌트가 될 수 있다. 139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반포한강공원 세빛섬 사업에는 직접 투입된 서울시 예산은 없다. 사업시행자인 효성티앤씨가 BOT(Built Operate Transfer) 방식으로 민간투자한 후 지분 62.25%를 보유해 직접 운영한다. 2014년부터 2034년까지 20년간 무상임대 후 서울시에 사업시설물을 기부채납하고 이후 10년간은 유상임대로 전환하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민간투자 사업 방식을 활용한다고 해서 서울시가 세금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인 서울도시주택공사(SH)는 128억 원을 출자해 세빛섬 지분 29.90%를 가지고 있는 2대 주주다. (주)세빛섬의 대출금 239억 원에 대해 지급 보증도 섰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H는 효성티앤씨와 함께 적자가 매해 불어나는 세빛섬을 위해 부동산 PF대출 만료 하루 전 984억 원을 상환했다. 세빛섬의 경우 연간 이자비용을 60억 원 가까이 아낄 수 있게 된 반면 두 출자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부담을 떠안은 셈이다.
상암동의 서울링, 잠실과 뚝섬을 잇는 곤돌라 등 기존 한강 조망을 바꾸는 새로운 프로젝트에는 실현 가능성에 대한 물음표도 따라붙는다. 서울링은 4000억 원 규모의 사업비가 투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오 시장은 “인천공항에서 시로 들어오면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랜드마크라 많은 관광객이 가 보고 싶어할 것”이라며 “오히려 경쟁이 너무 치열해 선정 과정에서 즐거운 비명을 지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사업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긍정적으로만 전망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세빛섬의 전철을 밟을까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연말 기준 세빛섬의 부채총계는 1203억 원으로 자산총계 408억 원을 넘어섰다. 자본금은 429억 원인데 자본총계는 -795억 원으로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다. 건축업계 관계자는 “시정이 엮인 역점 사업이라 설계·시공 단계에서 잡음이 생길 위험이 크다. 사업 진행 중에 외부 문제로 기존 방향과 다르게 변경될 가능성도 높고 무엇보다 기업으로선 투자 대비 어떤 가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뱃길 복원과 서울항 조성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아직까지도 잠정 사업비 규모를 밝히지 못한다. 사업 시행에 앞서 지난 10일 ‘2026년 상반기 서울항 조성’, ‘한강~경인아라뱃길 유람선 정기 운항’, 협상 사업자 선정 등의 큰 틀은 공개했으나 시 예산이 얼마나 투입될지, 수익성은 어떻게 확보할지 등의 구상에 대해서는 민자사업 초기 단계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서울항 기본계획 수립과 타당성 조사 용역을 위해 올해 편성된 서울시 예산은 6억 원이다. 2010년 기존 추진 당시 편성된 예산은 2250억 원이었으나 건설 물가 상승 등으로 투입 비용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담당 부처인 서울시 수상사업부 관계자는 “이제 막 용역에 착수한 단계로 용역을 진행하며 윤곽을 잡아 계획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링은 일단 4000억 원이라는 대략적인 기준을 가지고 민간투자가 진행된다. 사업을 주관하는 서울시 공공개발기획담당관 관계자는 “투입 비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링은 정부 주도형 민간투자 사업이 아닌 BOT 사업에 해당해 프로젝트에 착수하는 사업자가 사업성 계획 등을 설계한다”며 “서울시가 4000억 원 내외로 계획했고 민간에서 이 규모에 맞춰 사업제안을 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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