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준공된 지 40년이 지난 도봉구 쌍문동 백조아파트 일대 재개발이 확정됐다. 지난 3월 17일 서울시는 쌍문동 724번지 일대를 수변특화 주거단지로 만들겠다며 신속통합기획안(신통기획)을 확정했다. 신통기획은 2021년 서울시가 발표한 공공지원계획 중 하나로 심의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해 기존 재개발보다 빠르게 사업이 진행된다.
신통기획 선정 소식에 백조아파트 주민들은 쾌재를 부르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신통기획 대상지로만 선정됐을 뿐 개발분담금 산정부터 주민 동의, 정비계획 수립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역 특성상 재개발이 이뤄지더라도 수요가 적어 분양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도봉구와 강북구를 중심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진행됐지만, 높은 분양가로 인해 ‘공실’이 넘쳐난다는 후문이다.
#40년 넘은 아파트에 주민들은 아우성
1981년 12월 준공된 백조아파트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재개발을 염원해왔다. 백조아파트는 4개 동 4층 104세대(각 72.66㎡, 약 22평~98.75㎡, 약 30평) 규모로 우이천 쌍문고 옆에 위치한다. 준공된 지 오래된 탓에 2000년대부터 재개발 이야기가 나왔지만 소문만 무성할 뿐 번번이 사업이 무산됐다. 본격적으로 주민추진위원회(추진위)가 꾸려져 추진된 건 2021년 서울시가 신통기획 대상지를 공모하고부터다.
백조아파트 주민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재개발 사업을 추진해왔다. 백조아파트 주민들은 거의 재개발에 찬성하고 있다. 대부분 10년 이상 거주한 분들이다. 너무 오래된 아파트라 누수가 심한 상황이다. 빨리 시행되면 좋겠지만, 아직 신통기획 대상지로만 확정될 뿐 이후 진행된 부분은 없다. 구청에서 설명회를 한 번 진행했다”고 말했다. 현재 백조아파트와 인근 상가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노후한 상황이다. 누수 등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공실로 버려진 구역도 있었다.
신통기획으로 선정된 구역은 백조아파트와 인근 상가들까지 포함된다. 공공주택 및 부대복리시설로 지하 2층~지상 25층 높이, 연면적 4만 8945.38㎡ 규모다. 세대 수는 총 301세대다. 바로 옆에 흐르는 우이천도 활용한다.
이곳은 서울시의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수혜 지역이기도 하다. 본래라면 민간 개발사업에서 하천을 이용할 수 없지만, 서울시는 개발단지와 우이천을 연결해 공원을 조성하도록 허락했다. 일방통행도로를 없애고 우이천과 개발 단지 산책로를 잇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이 지역을 대표적인 수변감성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이번 기획안은 한강의 변화와 활력을 4대 지천과 소하천까지 확대하겠다는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와도 맥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하천 주변 규제 완화 기조와 맞물려 층수도 높아진다. 지난 2021년 서울시는 7층 높이 제한이 있는 2종 일반주거지역에 재개발사업 추진 시 최대 25층까지 건축할 수 있게 했다. 통상 한강과 하천 인근 개발사업은 허가 기준이 엄격해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지만, 서울시는 규제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세훈 시장 기조에 따라 이번 하천 인근 개발 사업들은 기존보다 더 허가가 쉽게 될 거라고 예상한다. 법 테두리 내에서 최대한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하천 주변 부동산 가격 상승도 예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하천 사용엔 부정적…전문가들 “개발 난항 겪을 수도”
백조아파트 개발 현황에 대해 도봉구청 재건축재개발과 관계자는 “현재 개발분담금을 산출하고 있다. 주민 동의서 청구는 곧 시작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시행은 상반기 내로 이뤄질 전망이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신통기획인 만큼 개발 사업을 빠르게 진행하겠다지만, 걸림돌도 있다.
백조아파트 주민들은 대부분 재개발에 찬성하지만, 상가 소유자들은 입장이 다르다. 상가 관계자 A 씨는 “여기 건물주들은 벌이가 많거나 부유한 사람들은 거의 없다. 대부분 월세로 먹고사는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개발해서 아파트 하나 받는다고 해서 이익이 될 게 아무것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당초 추진위는 이런 여론을 고려해 대상지를 백조아파트로 한정했지만, 대상지 선정 과정에서 면적이 확대됐다. 서울시 도시계획국 관계자는 “현재 신속종합계획은 완료했다. 구청에서 정비계획을 준비하는 상황이다. 계획 수립 과정에서 주민들이 신청했던 면적보다 구역이 더 확대되기는 했다. 하천에 바로 접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추진위는 하천 이용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사업비 증가와 안전 때문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우이천 옆 도로는 국가 소유다. 그런데 사업 계획대로라면 도로 개발과 우이천 연결사업 모두 우리가 사업비를 부담해야 한다. 국가에서 보조해주는 개념이 아니다. 소유자가 변경되는 구조도 아니다. 안전을 우려하는 분들도 있다. 여기는 자주 물난리가 나는데, 우이천 둑을 낮춰서 단지와 연결했을 때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에 대한 의문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고 전했다.
지역 특성상 개발 사업 효과가 미미할 거란 의견도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 B 씨는 “이번 백조아파트 재개발 시행과 인근 지역 모아타운 선정 등 재개발 이야기는 계속 있지만 시세가 올라가거나 거래가 활발하진 않다. 이 지역을 선호하는 사람이 적고, 대출 받아 입주를 하더라도 그만큼 시세가 오를 거란 기대가 없다. 인근 아파트도 개발 후 분양이 안 돼 LH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사 갔다. 이런 문제가 있어서 사업 대상지로 선정돼도 진행이 안 될 수 있다. 최근 인근 지역에서 모아타운에 공모했다가 일반 분양가보다 조합원 분양가가 더 높다는 계산이 나와 사업이 전부 엎어지게 생겼다”고 설명했다.
공인중개사 C 씨는 “도봉구, 강북구는 노후한 주거공간이 많지만 중간중간 신축 건물도 있다. 이러다 보니 몇몇 건설사에서도 개발 검토를 위해 찾아왔다가 전부 포기했다. 지역 특성상 주민들이 고가의 아파트를 구매할 여력도 적다. 재개발 후 입주할 여력이 없을 수 있다는 거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D 씨는 “이 지역은 막상 개발이 되더라도 분양이 안 된 사례가 너무 많다. 우이신설선이 들어왔어도 시세가 별로 오르지 않았다. 그 정도로 비선호 지역이다. 그래서 백조아파트 역시 개발이 잘 진행될지는 의문이다. 재개발 이슈는 계속 있었지만, 제대로 추진된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으로 볼 때 개발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거라고 말한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들은 건축 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있을 때 대출이라는 리스크를 안고 분양 받는 구조다. 그런데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없어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봐야 한다. 특히 주상복합 같은 경우 일반 주택과 소유자들의 욕구가 상이 하다. 이때 조합 구성원들의 의견일치가 어려워져 진행이 더뎌질 수 있다. 신축과 구축이 섞여 있는 경우에도 그렇다”고 지적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
서울시 수변감성도시 계획 뜯어보니 "감성만 있고, 대책이 없다"
·
[현장] 노천카페 조성했더니 악취가…서울시 '수변감성도시 1호' 홍제천 가보니
·
[부동산 인사이트]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로 서울의 가치 얼마나 높아질까
·
신통기획 '이탈' 행렬 우려?…서울시가 송파한양2차의 철회 요청 거부하는 까닭은
·
2·3구역은 이주까지 했는데…신림1구역 재개발 더디자 오세훈 시장이 꺼내든 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