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의류 브랜드 ‘디스커버리’와 ‘MLB’를 운영하는 F&F의 김창수 대표이사 회장이 지주사 지분을 가족이 소유한 회사에 전격 매각했다. 이에 장남 김승범 상무로의 승계 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김창수 F&F그룹 회장은 지난 7일 지주사 F&F홀딩스 지분 2.22%(86만 3930주)를 오너 일가 회사인 ‘에프앤코(F&CO)’에 시간외매매(블록딜)로 매각했다. 주당 가격은 2만 3150원으로 김 회장은 지배력 축소 없이 현금 200억 원가량을 챙겼다.
이번 블록딜로 김창수 회장의 F&F홀딩스 지분은 67.68%에서 65.47%로 줄었고 에프앤코가 F&F홀딩스 대주주로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에프앤코가 보유한 지분은 최대주주인 김창수 회장, 김 회장의 아내 홍수정 씨(7.57%), 장남 김승범 상무(6.7%), 차남 김태영 대리(6.13%)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다.
에프앤코가 지분을 매입했어도 김창수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현저히 높은 탓에 큰 영향은 없다. 그러나 오너 일가 회사가 지배주주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상황이라 눈길이 쏠린다. 많은 기업이 오너 일가 회사를 승계에 활용하기 때문이다.
김창수 회장과 장남 김승범 상무의 지분 차이는 약 58%다. 김 상무가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김창수 회장의 지분 절반에 해당하는 2560만 주를 증여 받아야 한다. 이 경우 최고 증여세율 50%와 최대주주 지분 할증 20% 등을 고려해 3500억 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내야 한다.
그러나 오너 일가 회사인 에프앤코를 통해 지배력을 간접적으로 확보하면 증여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에프앤코가 지주사 F&F홀딩스 지분을 확보한 뒤 김승범 상무가 에프앤코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 자연스럽게 F&F 지배력을 확보하게 된다.
F&F 관계자는 “에프앤코가 김창수 회장의 주식을 매입한 이유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에프앤코는 생활화학·화장품 기업으로 ‘바닐라코’ 등을 운영하고 있다. 2002년 2월 설립돼 2008년 말까지 F&F가 지분 100%를 보유했으나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2009년 초 김창수 회장이 지분을 모두 넘겨받았다. 김창수 회장 등 특수관계자가 지분 88.96%를 보유했으며, 오너 일가 개개인의 구체적인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 김창수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아내 홍수정 씨와 김승범 상무가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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