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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부원장 자리, 한 달 넘게 공석인 까닭

김은경 금융소비자보호처장 임기 만료 후에도 '감감' 대통령실·금감원 '의견 차이' 탓?

2023.04.10(Mon) 10:09:14

[비즈한국] 지난달 8일자로 김은경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급) 임기가 만료됐지만, 여전히 후임 인사는 나오지 않았다. 공석이 된 지 한 달이 넘은 셈이다. 대선 직후만 해도 ‘전 정부 인사(김은경 전 처장)가 왜 사의를 표명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왔지만, 정작 공석이 된 후에도 바로 자리가 채워지지 않은 것이다.

 

금융감독원장이 임명하는 이 자리에는 현직 로스쿨 교수와 국회의원 경력이 있는 현직 변호사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 자리를 놓고 대통령실과 금감원 사이에 입장 차이가 있다는 얘기가 돈다. 서로 ‘자기네 추천 인사’를 앉히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부원장급인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 자리가 공석이 된 지 한 달이 넘었다. 이를 두고 이복현 금감원장(사진)과 대통령실·금융위의 의견이 달라서라는 말이 나온다. 사진=박은숙 기자

 

#금감원장이 제청하고 금융위가 임명 

 

현재 한 달이 넘도록 공석인 금소처장은 금감원 부원장급에 해당한다. 금감원 부원장급 4명 중 한 명으로, 지난 2011년 금융감독혁신방안의 일환으로 신설됐다.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강화하고 독립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소비자피해예방과 소비자권익보호를 맡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독일 헤리티지, 이탈리아 헬스케어 등 펀드 관련 사태를 담당했다.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도 담당하고 있어,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금감원 부원장에 해당하기 때문에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감원장이 제청하고 금융위원회가 임명한다. 금감원장과 금융위(정부)의 입장이 모두 중요하다.

 

금융투자업계와 대통령실 등의 분위기를 종합하면, 지난 8일 임기가 끝난 김은경 전 금소처장의 후임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사람이 이두아 전 국회의원이다. 이두아 전 의원은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국선 변호사, 북한인권위원회 위원장, 경찰수사연수원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후보의 인권특보로 활동한 뒤 제18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윤석열 대선캠프에서 대변인, 법률지원단 부단장 등을 맡았다. 자연스레 대선이 끝난 직후부터 이두아 전 의원이 금소처장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대통령실·금융위는 ‘외부 인사’ 금감원은 ‘내부 인사’ 희망

 

하지만 캠프 출신 인사의 금감원 부원장 임명을 이복현 금감원장이 ‘불편해한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와 대통령실 안팎의 분위기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복현 금감원장은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가 아니라 금감원 내부의 인사를 중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윗선에서 내려보내는 부원장 인사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래서 한 달 넘게 공석이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금감원 측에서는 금융위원회·금감원 심의회에서 활동 중인 로스쿨 교수 A 씨를 추천해, 대통령실과의 입장 차이가 계속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실제로 대통령실과 금융위에서는 ‘외부 인사’를 희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명분도 있다. 금소처는 신설 이후 대부분 외부 인사가 처장을 맡아왔다. 금소처가 금감원 내 별도 조직으로 분류돼 있는 만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김수일 전 처장을 제외하면 문정숙·오순명·이상제·김은경 전 처장 모두 외부 인사였다.

 

유력 후보로 오르내리는 이두아 전 의원을 비롯해 검찰 출신 변호사 B 씨 등이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분쟁조정위원장을 맡기 때문에 전문성이 있는 법조계 출신의 외부 인사를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이복현 금감원장이 계속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인사 공백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금감원 소식에 정통한 법조인은 “금감원과 대통령실 사이에 ‘금소처장 인사권’을 놓고 의견 차이가 발생했는데 이복현 금감원장이 워낙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분위기가 있다 보니 대통령실도 신중하게 인사에 접근하는 상황”이라며 “금융위, 대통령실까지 모두 재가를 받아야 하는 자리인 만큼 인사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리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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