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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패피 탐사대⑦]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이 미세플라스틱 덩어리

화장품 2만 8500여 종에 포함 추정…규제 논의 안 돼 업체 자발적 노력에 기댄 상황

2023.04.06(Thu) 17:59:34

[비즈한국] 패션 산업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산업’ 2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지만, 한국에서 이 같은 상황을 바꿀 논의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기후 위기 시대가 도래해 세계 각국과 글로벌 기업이 경영 방식까지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데도 말이다. ‘패션피플(패피)’은 ‘최신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트렌드에 민감한 이들은 ​패스트 패션을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비치지만, 이제는 환경과 기후위기 문제를 인식하고 이에 기반해 소비하는 ‘그린 패피’로 달라지고 있다. ‘그린 패피 탐사대’는 새로운 패피의 눈으로 패션을 비롯한 일상의 환경 문제를 파헤치고 그 대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화장품 내 미세플라스틱 사용 문제는 2015년부터 활발히 논의돼왔다. 화장품에 포함된 미세플라스틱은 해수로 흘러 들어가 ​결국 ​인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미세플라스틱이 생체에 축적되고 환경오염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미세플라스틱의 각종 유해성에 대한 보고는 계속됐지만 국내 화장품에는 여전히 미세플라스틱이 사용된다. 당연하게도 모든 종류의 화장품에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자는 주장이 이어졌지만, 제도 개선에는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은 화장품 업계의 자체적인 노력에만 기대야 하는 현실이다. 

 

화장품 원료로 사용되는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요구는 계속 이어졌지만, 관련 규제는 없는 상황이다. 사용되는 미세플라스틱은 그대로 해양에 흘러가는 구조다.

 

#바르는 화장품도 결국은 하수로

 

통상 미세플라스틱은 5mm 이하로 물에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 입자를 말한다. 하수 처리 등을 통해 분해가 불가능하며 인체에 그대로 축적된다고 알려졌다. 이 때문에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세정제와 각질제거제 등의 제품에 대해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했다. 그러나 세정 제품과 똑같이 하수로 흘러가는 글리터 등 색조 화장품에는 아무런 규제가 없는 상황이다. 

 

2020년 한국소비자원은 ‘글리터류 화장품 안전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 보고서에서 화장품 전 품목에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글리터 등 바르는 화장품에는 미세플라스틱이 의도적으로 첨가된 제품이 있고 여기에 잠재적 위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유럽연합 등에서 정한 기준과 같이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에서도 화장품 내 미세플라스틱 사용에 우려를 표했다. 2019년 여성환경연대는 바르는 화장품에 있는 미세플라스틱의 50%가 하수도로 배출된다고 밝혔다. 세정 제품과 같이 대부분 바르는 화장품은 사용 후 씻어내기 때문이다. 용도만 다를 뿐 폐기 형태는 같다. 하수처리장 관계자는 “현재 하수처리 과정으로는 미세플라스틱을 걸러낼 수 없다. 정해진 처리 기준을 제외하곤 어떤 물질이 함유돼 있는지 알기 어렵다. 하수 배출 자체가 제한되지 않으면 미세플라스틱을 방지할 수 없는 구조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으로 어떤 제품에 미세플라스틱이 첨가돼 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미세플라스틱 첨가 여부는 물론 미세플라스틱 발생 사실 자체도 표시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미세플라스틱은 글리터, 선크림, 립스틱, 파우더, 네일 등 각종 화장품에 함유된다. 2020년 여성환경연대 조사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 포함 추정 화장품은 2만 8500여 종에 달한다. 

 

시중에 판매되는 바르는 화장품에는 미세플라스틱 첨가 여부를 표시할 의무가 없다. 사진은 화장품 매장의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전다현 기자

 

규제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16년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 등 국회의원 24명은 화장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미세플라스틱을 원료로 한 화장품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이었다. 화장품에 있는 미세플라스틱이 하수처리 과정에서 걸러지지 못하고 해양에 그대로 흘러가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의견이 부딪쳤다기보다는 당시 주요 의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제대로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 폐기된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소비자원도 ​2020년 ​화장품 전 품목에 미세플라스틱 사용 제한을 식약처에 건의했지만 규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식약처에 화장품 전 품목에 대해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당시 식약처는 미세플라스틱 사용이 금지된 품목(세정제)이 이미 있고, 유럽의 엄격한 기준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도 있기 때문에 규제 방안을 바로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현재까지도 규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업계 자체 노력에도 법제화 없이는 원천 차단 어려워 

 

화장품 업계에서 자체적으로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한다. 천연으로 성분을 대체하거나 유럽연합 등 국내보다 엄격한 기준을 따르는 브랜드도 있다. 자체 개발로 미세플라스틱 성분을 천연 물질로 대체하는 기술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 A 씨는 “국내 규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소비자들 건의와 환경단체 요구, 수출 등을 고려해 유럽연합 기준을 따르고 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원천 금지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화장품 업계에선 미세플라스틱 대안을 찾고 있지만, 관계자들은 정부 규제 없이 원천 차단은 어렵다고 설명한다. 사진은 화장품 매장의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현재로선 업계의 자발적인 조치에 기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 B​ 씨는 “수출 사업을 하는 중견 기업들은 대부분 사용을 자제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브랜드에서 사용하지 않으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관련 연구도 투자가 필요하다. 정부에서 규제하지 않는 이상 미세플라스틱이 아예 사라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 C 씨는 “몇 년 전 미세플라스틱을 규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한창 나왔는데 시간이 지나자 곧 사라졌다. 글리터 등 색조 화장품은 미세플라스틱이 기본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술 개발이 이뤄졌어도 모든 화장품에 적용은 어렵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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