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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승리, BYC·태광 고배…행동주의 펀드 '승패' 가른 원인은?

배당·주식 취득 주주제안은 승인 0건…"장기 주주 가치 제고·지배구조 개선에 의지 보여야"

2023.04.06(Thu) 17:45:29

[비즈한국] 올해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들이 대거 주주제안에 나섰지만 안건 대부분이 부결되면서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주주제안을 정기 주총 안건으로 채택한 기업은 44개사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오너 리스크’ 정점에 있는 남양유업에서 행동주의 펀드 추천 감사위원이 선임된 사례를 제외하면 사측의 압도적 승리가 이어졌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소액주주 이익을 대변하며 관심을 끌었으나 주총 승패의 관건인 조직적인 표 결집에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남양유업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 측 감사위원이 선임되는 이변이 일어났지만 대부분의 주주제안이 부결되면서 초라한 성과를 냈다. 2021년 불가리스 사태 관련 대국민사과에 나선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사진=비즈한국DB


#소액주주 집결, 남양유업 경영진 제3자 견제 받는다

 

지난달 31일 남양유업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총에서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운용이 추천한 심혜섭 변호사가 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 남양유업 경영진은 심호근 남양유업 상근감사를 재선임하는 안을 의안으로 상정했지만 표 대결 결과 찬성 12만 표, 반대 4만 표로 현 경영진에 대한 외부 견제가 결정됐다.

 

홍원식 회장의 불통경영에 불만과 피로감을 가진 소액주주들이 차파트너스에 힘을 실으며 이변이 나왔다. 이를 가능하게 한 건 감사 선임 안건에 적용되는 ‘3%룰’이다. 주총 표 대결에선 지분을 많이 소유한 대주주가 유리하지만,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대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이 3%까지만 인정된다. 소액주주를 설득할 수만 있다면 감사위원 선임은 다른 주주제안에 비해 승리를 노려볼 만한 사안이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와의 주식양도 소송에서 홍 회장이 수세에 몰린 상황을 파고들었다. 오랜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소액주주 권리 회복의 필요성을 내세운 것이다. 남양유업의 경우 이사회에서 추천한 인물이 9년간 감사​를 맡아왔는데, 이사회가 오너 일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외이사진에는 남양유업에 설비 등을 납품하는 유니온비엔씨 대표이사, 거래처인 부국유통 출신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사진=비즈한국DB


홍 회장을 견제할 수 있는 인물이 이사회에 처음 입성한다는 점은 이번 감사 변경의 의의로 평가된다. 재계 관계자는 “의결권이 부족하기 때문에 애초에 행동주의 펀드가 제안한 안건이 다수 수용되기는 어려운 조건이었다. 전문경영인 체제도 실패했던 남양유업에 제3자 견제가 가능해진다는 사실은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배당 수익보다 미래 가치” 표 대결에선 힘 못 쓴 행동주의 펀드들

 

하지만 대부분의 행동주의 펀드들은 표 대결 장벽에 가로막혀 연패를 이어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정기 주총에서 주주제안 안건을 다룬 기업은 44곳으로 지난해(28곳)보다 16곳 증가했다. 다만 총 79건의 안건 중 승인된 건수는 9건에 그쳐 안건별 승인율은 저조한 수준이다. 특히 주주환원 강화 안건인 ‘현금·주식 배당 요구(25건)’와 ‘주식 취득(10건)’은 단 한 건도 통과되지 못했다. ‘이사·감사 선임 제안’은 6건으로 비교적 승인율이 높았다. 

 

BYC와 태광산업을 상대로 적극적인 주주행동을 전개한 트러스톤자산운용(트러스톤)은 두 차례 고배를 마셨다. 지난달 24일 BYC 주총에서 액면분할, 배당확대, 자사주 매입, 감사위원 선임 등을 제안했지만 패배했고, 일주일 뒤 태광산업 주총에서도 주당 1만 원의 현금 배당과 자사주 매입 관련 제안들이 부결됐다.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주주행동으로 성과를 내오다가 올해 들어 금융권을 정조준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의 경우 JB금융지주와 대립각을 세웠지만 결과적으로 배당, 사외이사 추천 등이 모두 이사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삼양사(14.61%), 오케이저축은행(10.99%), 국민연금(8.45%) 등 주요 주주들이 배당금 지급 안건 등에서 사측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BYC 본사(위)와 영등포구 여의도 소재 JB금융그룹 본사. 사진=비즈한국DB

 

성적표만 놓고 보면 ‘완패’에 가깝지만 펀드사들은 의연한 반응이다. 얼라인은 “이번 주총은 장기 캠페인의 한 과정”이라며 “이사회가 합리적인 자본배치 및 주주환원 정책을 도입해 극심한 저평가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장기적으로 다양한 주주권을 계속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러스톤은 지속적인 주주활동을 약속하면서도 사측의 꼼수를 지적하는 주장을 펼쳤다. 기타 비상무이사 겸 감사위원 선임을 제안한 트러스톤에 맞서 BYC가 감사위원을 사외이사로 한정하는 것으로 정관을 바꿨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BYC는 감사위원회를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한다는 내용의 정관 변경을 공시했다. 트러스트 측은 “대주주 지분율에 대해 ‘합산 3%룰’을 적용하는 기타 비상무이사 선임을 (BYC 측이) 제한함으로써 독립적인 감사위원의 선임을 원천봉쇄한 셈”이라며 “주총 결과에 관계없이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앞으로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행동주의 펀드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을 두고 투자자들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일단 지분율이 낮고 연기금 등 대주주들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했다. 단기 이익 실현을 추구하는 성향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만큼 표심도 따라오지 않은 것​”이라며​ “​다만 주주의 장기 이익 제고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춘다면 지속적인 주주 활동을 통해 점차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의 재계 관계자는 “훼손된 주주가치를 배당 등으로 보전해주겠다는 약속 자체는 반길만 하지만 펀드의 지분율은 1~3% 안팎이다.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 비전에 무게를 두는 시각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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