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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수급난 빠진 건설업계 "현장은 지금 개점휴업"

수요 증가·공급 부족·운송 차질 '삼중고'…품질·안전 고려하면 공사 중단이 '최선책'

2023.04.05(Wed) 13:43:48

[비즈한국] #1 서울에 있는 한 민간 공사 현장은 최근 레미콘 7대 물량(42㎥)을 주문했지만, 레미콘업체가 2대 물량(12㎥)밖에 공급해 줄 수 없다고 해 결국 전체 공사를 중단했다.

 

#2 경기도에 다른 공공 공사 현장은 레미콘 34대 물량(200㎥)을 주문했는데, 레미콘을 한 대도 공급해 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공사를 멈췄다.

 

#3​ 전북에 있는 또 다른 민간 공사 현장은 레미콘 250대 물량(1500㎥)을 주문했지만, 레미콘업체가 50대 물량(300㎥)만 공급해 공사가 중단됐다.  

 

 

최근 레미콘 공급 부족으로 공사가 중단된 건설 현장이다. 대한건설협회가 3월 우리나라 중·대형건설사 건설 현장 154곳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인 98곳(63.6%)이 레미콘 수급난으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현장과 달리 레미콘 단가 조정이 불가능한 공공 현장은 전체 42곳 중 4곳만 레미콘을 정상적으로 공급받고 있었다. 협회는 레미콘 공급 부족으로 건설 현장이 중단·지연되는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며 30일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레미콘 수급난은 레미콘 원료인 시멘트 수급 불안정에서 비롯됐다. 국토교통부가 한국시멘트협회를 통해 우리나라 시멘트 수급 동향을 점검한 결과 국내 시멘트 재고는 2023년 1분기 65만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만 톤(3%)가량 줄었다. 건설 현장에서 쓰는 레미콘(레디믹스 콘크리트)은 레미콘업체가 시멘트에 물과 골재를 섞어 만든다. 레미콘업체는 건설 현장별로 시공사와 계약을 맺고 레미콘을 납품한다.

 

한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멘트 입고량이 전년 대비 30%에서 많게는 60%까지 떨어진 레미콘업체들이 있다. 시멘트업계는 적정 재고량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장에서는 필요량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래미콘업계 관계자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원활한 시멘트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수급난이 언제 해소될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시멘트 수급난은 최근 수요 증가가 일차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앞선 시멘트 수급동향 점검 결과 2023년 1분기 우리나라 시멘트 수요는 1043만 톤으로 전년 대비 5.7% 증가했다. 2022년 말 안전운임제와 관련해 시작된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로 이월 공사 물량이 쌓인 상황에서 기온이 오르며 작업 물량이 급격히 늘었다는 게 건설업계와 시멘트업계 공통된 인식이다. 여기에 2021년 말 강화된 콘크리트 강도 기준(최대 24Mpa→30Mpa)이 레미콘 제작 시 시멘트 사용량을 12%가량 높였다고 시멘트업계는 주장했다.  ​

 

공급 차질도 한 몫을 했다.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시멘트 업체가 운용하는 생산 설비(킬른) 35기 중 11기는 현재 정기 보수와 친환경 설비 개조로 가동이 중단됐다. 여기에 최근 해무와 같은 기상 악화와 기차 안전 점검 등으로 공장에서 생산한 시멘트가 바다·철도 운송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부 지역 공급에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앞선 점검 결과 2023년 1분기 시멘트 생산량은 1051만 톤으로 전년 대비 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멘트협회 측은 “1분기 시멘트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으나, 급작스런 수요 증가로 수급이 다소 불안정했다”며 “업계는 내수 출하량 증가에 맞춰 1~3월 예정된 정기 보수 중 시급한 설비만 우선 시행해 4월중 대부분 마무리할 계획으로 계속 가동이 가능한 설비는 정기 대보수 기간을 하반기로 연기했다. 4월부터는 시멘트 생산량이 증가하고 1분기 감소세를 나타냈던 재고도 다시 빠르게 늘어나 시멘트 수급 불안이 차츰 해소될 것으로 예상한다. 해외 수요처와 기 계약한 수출(1~2분기 약 25만톤 이상)을 연기해 계약 미이행에 따른 배상 리스크도 감수했다”고 5일 밝혔다.

 

최근 불거진 건설 현장 공사중단은 시멘트가 갖는 건자재 특성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레미콘 시공 과정에서 앞서 타설된 콘크리트가 응고돼 뒤에 타설된 콘크리트와 융화되지 못하는 경우 이음새(콜드 조인트, cold joint)가 발생하게 된다. 콜드조인트는 미관상 문제뿐만 아니라 누수 원인이 된다. 적어도 건물을 지을 때는 한 개 층 단위로 레미콘 타설을 끊어야 균열이 생기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부족한 레미콘으로 타설할 바에야 시공 품질과 안전을 고려해 공사를 중단하는 결단이 나올 수 있는 셈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통상 아파트 한 층을 시공하는데 레미콘 250㎥가 든다. 레미콘 차량 40대를 보내야 하는데 30대만 보내준다고 하면 콜드조인트가 생길 우려가 있다”며 “같은 건설 현장이라도 동마다 다른 레미콘 회사를 쓰는 경우가 있는데, 레미콘을 섞어 쓸 경우 추후 품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려워진다. 책임 시공을 약속한 건설사는 부족한 레미콘으로 시공하느니 아예 시공하지 않고 품질과 안전을 담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과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등 시멘트 수급과 관련한 부서들과 점검회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6일에는 대한건설협회와 시멘트협회, 레미콘협회 등 시멘트 관련 업계와 관계 부서가 모여 회의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업계마다 시멘트 수급과 관련한 입장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각각 의견이 듣고 사실 관계를 파악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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