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다트(DART)’는 상장법인들이 제출한 공시서류를 즉시 조회할 수 있는 종합적 기업 공시 시스템이다. 투자자 등 이용자는 이를 통해 기업의 재무정보와 주요 경영상황, 지배구조, 투자위험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다트 홈페이지에서는 ‘많이 본 문서’를 통해 최근 3영업일 기준 가장 많이 본 공시를 보여준다. 시장이 현재 어떤 기업의 어느 정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인 셈이다. 비즈한국은 ‘지금 이 공시’를 통해 독자와 함께 공시를 읽어나가며 현재 시장이 주목하는 기업의 이슈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내고자 한다.
이번 주 많이 본 문서 상위권에는 지난 3월 31일 공시된 비덴트의 ‘감사보고서제출’이 자리했다. 비덴트는 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에 따라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면서 지난 3월 31일 오후 12시 15분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감사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재무제표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기 어려워 의견을 표명하지 않는 것이다. 비덴트가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면서 소액주주 8만 1708명은 불안한 나날을 보내게 됐다.
3월 31일 ‘감사보고서 제출’에 첨부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인인 태성회계법인은 의견거절의 근거로 ‘자산에 대한 권리 및 의무, 부채의 완전성’,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을 들었다. 태성회계법인은 △비덴트가 보유한 자산의 권리와 의무, 회사 재산에 대한 추징보전결정의 원인과 관련해 비덴트가 부담해야할 부채와 △비덴트가 제시한 특수관계자의 범위 및 거래에 대한 완전성과 적정성,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의 실질을 판단할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증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감사인이 언급한 ‘회사 재산에 대한 추징보전결정’은 지난 3월 22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이 비덴트가 보유한 빗썸홀딩스 주식 3424주(34.22%)에 대해 내린 처분금지 명령이다. 강지연 이니셜 대표의 친오빠 강종현 씨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짐에 따라 비덴트가 보유한 빗썸홀딩스 주식의 처분이 금지된 것. 검찰은 강남매가 비덴트와 버킷스튜디오, 인바이오젠 지분을 부당한 방법으로 매입해 경영권을 확보하고 운영하면서 회사자금 628억 원 가량을 횡령하고, FTX 허위 인수설을 퍼뜨린 뒤 주식을 매각해 84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감사인이 지적한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또한 강 씨 혐의와 맞닿아있다. 공시에 따르면 비덴트는 지난해 특수관계인인 △초록뱀메타커머스신기술조합3호 △아르케투자조합 △NPX Terapin Access LLC USA Fund △아이티 △대호에이엘 960억 원의 지분증권 투자를 집행했다. 이 중 초록뱀메타커머스신기술조합3호에 대한 지분증권 투자의 처분손실은 2292만 원으로 명시됐다. 당초 초록뱀미디어와 공동출자해 신사업을 진행하려 했으나 강 씨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비덴트가 지분 99.9%를 보유하다가 지난해 10월 조합이 청산한 것이다.
또 비덴트는 지난해 11월과 12월 아이티로부터 101억 원을 회수했는데, 아이티의 전 상호명은 ‘아이티모바일’로, 휴대폰 판매업체다. 지난 2월 강 씨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에는 강 씨가 아이티를 실소유하면서 회삿돈 약 600억 원을 횡령한 혐의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비덴트의 비상장계열사였으나 강 씨의 사금고 역할을 한 셈이다.
아르케투자조합과 대호에이엘은 초록뱀그룹과 관련이 있다. 비덴트가 지분 90.42%를 보유한 아르케투자조합은 지난해 5월 초록뱀헬스케어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10.44%를 확보했다. 대호에이엘의 경우 지난해 7월 비덴트가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로 오르면서 동시에 자회사인 네오크레마를 ‘초록뱀플랫폼신기술조합’으로 넘긴 바 있다. 시장에서 제기된 강 씨와 원영식 초록뱀그룹 회장의 관계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증폭될 수 있는 부분이다.
비덴트 관계사인 버킷스튜디오, 인바이오젠의 상황도 좋지 않다. 버킷스튜디오 역시 지난 3월 31일 감사의견 거절에 따라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버킷스튜디오는 강 씨 횡령 혐의에 따라 지난 3월 3일부터 거래가 정지된 상황이다. 인바이오젠도 감사의결 거절에 따라 지난 3월 31일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이번 감사의견 거절과 관련, 비덴트 관계자는 “이의신청을 제기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전했다. 이어 비덴트가 보유한 빗썸홀딩스 주식에 대한 처분금지 명령에 대해서는 “강종현 씨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하나의 범죄혐의로 (빗썸홀딩스 주식이)포함된 것으로 알고있다”면서도 “재판 과정을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강 씨의 배임·횡령 혐의에 따라 수많은 소액주주들이 마음을 졸이게 됐지만, 비덴트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커진 빗썸은 표정관리 중이다. 빗썸은 지난 1월 무죄를 선고받은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이사회 의장의 지배력이 강화될 조짐이다. 그간 빗썸 경영권을 둘러싸고 이 전 의장과 비덴트 측이 물밑 신경전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빗썸 주주총회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사임한 강지연 대표와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를 대신해 비덴트 측 인사 2인이 빗썸 이사회 자리를 채운 것으로 전해진다.
여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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