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얼마 전 유튜브 채널 BODA에 출연해 다양한 우주 이야기를 들려주고 왔다. 스타링크 위성으로 인해 천문학자들이 고통받는다는 이야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서 수만 대의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쏘아올리고 있다. 지구 전역에서 위성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인공위성이 지나치게 늘어나면서 우주 관측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이 이런 댓글을 남겨주었다. “지상 관측 그까짓 거 포기하고 더 좋은 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하면 되는 거 아님?” “어차피 허블이랑 제임스 웹이 우주에 있는데 지상 관측이 뭔 상관?” 등등.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아주 슬픈 사실이 있다. 스타링크는 지상 관측에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다. 이미 허블을 비롯한 우주망원경 관측에도 스타링크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최근 ‘네이처’에는 허블 망원경 관측 이미지로 확인된 스타링크로 인한 피해를 통계적으로 검증한 논문이 발표되었다. 스타링크가 천문학 연구에 끼치는 악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우주망원경은 스타링크로 인해 피해를 입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최근까지 인공위성으로 인한 피해는 주로 지상망원경 관측에 관해 거론되었다. 우주망원경은 땅이 아닌 높은 고도에서 궤도를 돌기 때문에 인공위성으로 인한 피해를 적게 받을 거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번 땅 위에 지으면 수십 년 동안 쭉 쓸 수 있는 지상망원경들과 달리 우주망원경은 수명이 훨씬 짧기 때문에 파악된 피해 규모도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허블 망원경은 벌써 30년 넘게 궤도를 돌고 있다. 우주인들이 직접 올라가 계속 부품을 수리하고 업데이트한 덕분에 당초의 기대 수명을 훨씬 뛰어넘어 아주 긴 세월 아름다운 우주를 담고 있다. 하지만 활동 기간이 길어진 만큼 이제 허블 데이터에서도 인공위성으로 인한 피해가 확연하게 파악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들어 스페이스X에서 공격적으로 쏘아올리는 스타링크, 그리고 에어버스에서 올리는 원웹 위성들이 허블 관측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번 논문을 쓴 천문학자들이 처음부터 인공위성으로 인한 피해를 연구하려고 했던 건 아니다. 원래는 그동안 허블이 찍은 수많은 이미지를 분석해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소행성, 혜성 등 태양계 소천체를 찾으려고 연구를 시작했다. 먼 배경 별에 비해 훨씬 빠르게 태양계 공간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소천체들은 허블 이미지에 긴 곡선 궤적을 남긴다. 천문학자들은 수많은 허블 이미지를 분석하기 위해 일반 시민들의 힘을 빌리는 시민 과학 프로젝트를 열었었다. 일반 시민들이 직접 임의로 나오는 허블 이미지를 하나하나 보면서 소행성, 혜성의 궤적이 찍힌 것으로 의심되는 사진을 투표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시민들이 이상한 흔적을 보고하기 시작했다. 아주 밝고 가느다란 긴 직선 궤적이 가끔씩 사진에 담겨 있었던 것. 이것은 소행성, 혜성이 남긴 흔적이 아니었다. 바로 스타링크, 원웹을 비롯한 지구 주변을 도는 인공위성들이 남긴 흔적이었다.
허블 같은 우주망원경 관측에서 전혀 생각지도 않은 인공위성들로 인한 피해가 확인되기 시작하면서 천문학자들은 더 본격적으로 피해 규모를 파악했다. 시민들의 투표를 통해 인공위성이 확실히 찍힌 것으로 보이는 사진들을 모아 인공지능을 학습시켰다. 그리고 2002년부터 2021년까지 허블이 찍은 모든 이미지를 자동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허블 이미지의 약 2.7%에 인공위성이 찍혀 있었다. 해가 갈수록 그 비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확인되었다. 2021년에는 5% 가까운 사진에 인공위성이 찍혀 있었다.
지상망원경도 아니고 하늘 높이 우주에서 궤도를 도는 허블 우주망원경에까지 어떻게 인공위성들이 피해를 줄 수 있을까? 허블이 꽤 낮은 고도에서 궤도를 돌고 있기 때문이다. 허블의 고도는 약 530km다. 그런데 스페이스X에서 발사하는 스타링크 대부분은 고도 약 550km에서 궤도를 돈다. 허블보다 약간 높다. 결국 허블 망원경의 시야에도 그 위를 지나가는 스타링크는 방해가 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허블 망원경이 지상망원경보다 더 불리한 점도 있다. 땅 위에 있는 지상망원경은 스타링크가 하늘 멀리 작은 점으로 보인다. 그런데 비슷하지만 약간 낮은 궤도를 도는 허블 망원경 바로 위로 스타링크가 지나가면 훨씬 더 밝고 크게 보인다. 지상망원경 관측에선 스타링크가 지나간 흔적이 밝고 가느다란 선으로 보일 뿐이지만, 허블의 이미지에선 아주 두껍게 시야 전체를 가리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사진의 일부는커녕 그 사진을 통째로 버려야 한다.
게다가 앞으로 허블 망원경은 더 많은 피해를 받게 될 것이다. 허블은 현재도 지속적으로 대기권의 마찰로 인해 속도가 서서히 느려지며 고도가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스페이스X를 비롯한 많은 기업은 앞으로도 계속 더 많은 인공위성을 쏘아올릴 것이다. 허블의 고도는 점점 낮아지고 허블보다 위를 도는 위성들은 더 늘어나는 최악의 상황이 이어질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파악하기로 허블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인공위성은 약 5000~6000개다. 그 중 1562개가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320개가 에어버스의 원웹 위성이다. 현재 계획에 따르면 2030년이면 허블과 비슷한 지구 저궤도에 약 6만에서 10만 개의 위성들이 올라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허블 사진 중에서 인공위성이 찍혀서 버려야 할 사진의 비율은 20~50%에 이르게 된다. 결국 지상망원경뿐 아니라 (비교적 저렴한) 지구 저궤도를 도는 우주망원경도 관측이 사실상 어려워지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스페이스X를 비롯한 기업들이 천문학자들의 염려에 진지하게 공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천문 관측과 천문학 연구에 방해가 된다는 것을 소수 의견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여전히 만족할 만한 대안은 없다.
물론 신경을 쓰는 듯한 제스처를 보이긴 한다. 예를 들면 스페이스X에서 제안한 다크샛이 있다. 인공위성 표면을 햇빛을 덜 반사하는 물질로 코팅해서 올린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이미 많은 다크샛이 궤도에 올라갔고, 정말 문제가 해결되는지를 검증한 연구도 많이 진행되었다. 그래서 결과는 어땠을까?
다크샛은 일반적인 스타링크에 비해 태양 빛을 50% 정도 반사한다. 그래서 사람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은 거대한 망원경으로 사람 눈으로 볼 수 있는 한계 등급보다 수만 배는 더 어두운 먼 은하, 별을 찍는다. 그런 민감한 망원경에게는 다크샛도 너무나 밝다. 실제로 다양한 지상망원경으로 관측한 사진을 보면 다크샛도 기존의 스타링크와 별 차이 없게 똑같이 나온다.
설령 완벽한 코팅 소재를 찾아서 태양 빛을 하나도 반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가시광 영역에선 아무런 빛을 반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빛을 덜 반사하는 깜깜한 코팅 소재는 그만큼 더 많은 태양 빛을 흡수하기 때문에 인공위성은 뜨겁게 달궈진다. 겉으로 봤을 때는 아무런 빛도 반사하지 않는 깜깜한 위성처럼 보이겠지만, 달궈진 인공위성은 적외선 영역에서 아주 밝게 빛난다. 제임스 웹이나 스피처 우주망원경처럼 적외선 영역으로 우주를 보는 망원경에게 뜨겁게 달궈진 다크샛은 여전히 눈부신 방해물일 뿐이다.
흔히 스타링크로 인한 천문 관측의 피해를 이야기하면 우주망원경을 많이 쏘아올리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아주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허블 망원경처럼 지구 주변 궤도를 도는 우주망원경도 결국 인공위성이다. 우주망원경을 더 많이 쏘아올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지구 저궤도를 도는 우주망원경들이 지나치게 많아진다면 결국 지상 관측은 더 어려워진다. 그리고 우주 망원경들끼리 서로를 방해하는 더 난감한 혼란이 빚어질 것이다.
결국 천문학자들이 도망갈 수 있는 곳은 지구 저궤도를 아예 벗어난 머나먼 우주 공간이다. 예를 들면 현재 제임스 웹, 가이아와 같은 우주망원경이 머물고 있는 달 궤도 너머 라그랑주 2 포인트 궤도가 있다. 또는 외계행성 사냥꾼 케플러 우주망원경처럼 지구와 함께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 공전 궤도를 따라 돌게 하거나, 그 뒤를 이어 올라간 TESS 우주 망원경처럼 지구와 달 궤도 사이에 크게 찌그러진 궤도를 돌게 해야 한다. 아마 계속해서 지구 저궤도가 인공위성으로 바글바글해진다면 라그랑주 2 포인트 궤도는 우주 망원경들의 가장 인기 많은 도피처가 되지 않을까?
어쩌면 좀 더 먼 미래, 아예 지구를 벗어나 달 뒷면에 대규모 천문 관측소를 조성하는 미래도 상상해볼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천문학자들은 온갖 전파 잡음과 인공위성으로 인해 여러 파장에서 관측하기 어려워지는 지구를 벗어나 달 뒷면에 거대한 전파 망원경, 광학 망원경을 건설하자고 제안한다.
사실 이미 인류는 지구가 아닌 달에서 먼 우주를 관측하는 시도에 성공했다. 1972년 아폴로 16호 미션에서 우주인 존 영과 찰리 듀크는 달 표면에 자외선 망원경 카메라를 가지고 가 최초로 달에서 우주를 관측했다. 우주인들은 달 표면에서 지구도 관측했다. 눈으로 봤을 땐 보이지 않는 지구 표면 너머 멀리까지 퍼진 대기권의 모습도 확인했다. 대마젤란 은하의 모습까지 달 표면에서 직접 촬영했다. 자외선 카메라로 찍은 덕분에 대마젤란 은하 속에서 활발하게 탄생하는 어린 별의 흔적까지 흐릿하게나마 담을 수 있었다.
가장 최근으로는 2014년 12월 달 표면에 착륙한 중국의 착륙선 창어 3호가 최초의 무인 달 천문대가 되었다. 창어 3호는 탑재된 자외선 카메라를 활용해 우리 은하 바깥 아주 머나먼 우주의 천체를 담았다. 큰곰자리 방향으로 약 2100만 광년 거리에 있는 아름다운 바람개비 은하 M101이다. 착륙선에 들어간 작은 카메라로 찍었기 때문에 지구의 거대한 망원경으로 찍은 사진에 비해선 많이 흐릿하지만 아름답게 휘감긴 은하의 나선팔과 그 속에서 탄생하고 있는 어린 별들까지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아직은 어설프지만 먼 미래 달 천문대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밤은 세상을 감추지만 우주를 드러낸다.” 페르시아의 오래된 속담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더 이상 밤은 우주를 보여주지 못한다. 그동안 인류는 밤하늘의 별을 따다 땅의 도시를 비췄다. 도시가 밝아질수록 별은 사라진다. 게다가 수천 수만 대의 가짜 별들이 하늘을 덮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새어나오는 전파 잡음까지 더해졌다. 그 어떤 파장의 빛으로 우주를 보더라도 아름다운 우주를 온전하게 느끼는 것은 이제 어려워졌다.
이번 논문에서 확인했듯이 우주망원경을 많이 올리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미 우주망원경조차 스타링크를 비롯한 인공위성들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다. 수천 년 동안 밤하늘을 관측한 덕분에 천문학, 과학이 발전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그 과학의 산물이 우주에 올라 이제 인류가 오랫동안 이어온 천문 관측을 방해하고 있다. 우주 개발과 천문 관측이라는 포기할 수 없는 두 마리 토끼를 인류는 모두 잡을 수 있을까? 영화 인터스텔라의 명대사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에 담긴 막연한 기대가 현실 세계에서도 실현되길 바랄 뿐이다.
참고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0-023-01903-3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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