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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수변감성도시 계획 뜯어보니 "감성만 있고, 대책이 없다"

2025년까지 30개 이상 조성 계획 발표…환경·재난 대책 모호한 문구 한 줄이 전부

2023.03.30(Thu) 16:34:25

[비즈한국] 627억. 서울시가 20여 곳 하천에 조성하는 ‘수변감성도시’ 예산이다. 서울시는 서울시에 자치구당 1개 이상 ‘수변감성도시’를 짓겠다고 공언했다. 흐르는 하천을 중심으로 문화와 휴식 등이 있는 ‘르네상스’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현재 계획하고 있는 지역 외에도 추가로 사업지를 선정해 수변감성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에서 계획하고 있는 수변감성도시 조성 대상지역. 서울시는 2022년 4월부터 수변감성도시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작년 11월 홍제천 노천카페 완공을 시작으로 20여 곳에 추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서울특별시

 

그러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수질 관리나 물난리에 대한 안전대책 없이 ‘경관’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이다(관련기사 [현장] 노천카페 조성했더니 악취가…서울시 '수변감성도시 1호' 홍제천 가보니). 국내 하천 특성상 수변 인근에 공간 조성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수변감성도시 조성계획 하나하나 살펴보니…물난리 대책은 없어?

 

수변 중심 공간 재편은 2023년 확립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 7대 목표 중 하나다. 서울 내 하천은 한강 1개, 권역하천 4개, 지류하천 38개, 소하천 18개로 총 61개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를 모두 경유하는 물길을 이용해 도시공간을 재편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선정된 지역은 20곳. 이중 홍제천 노천카페 1곳만 완공된 상황이다. 서울시는 2025년까지는 30개소 이상을 수변감성도시로 조성하고, 올해 연말까지는 5개소를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물순환안전국 관계자는 “현재 홍제천 상류와 도림천, 정릉천 복개주차장 등 조성사업은 설계 진행 중이거나 발주한 상태다. 완공된 홍제천 노천카페를 제외하곤 아직 착공된 곳은 없다”고 밝혔다. 

 

 

지역에 따라 들어서는 시설은 다르지만 주로 카페, 광장, 테라스 등이 조성된다. 대부분 하천 바로 옆에 조성되는 구조다. 서울시는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 수변을 중심으로 도시공간을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4대 지천(안양천·홍제천·중랑천·탄천)과 한강 중심으로 시민 여가 생활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큰 골자는 정비사업을 통해 인근을 개발하고, 수변을 명소화해 도시 외곽을 중심으로 활성화한다는 거다. 

 

문제는 이 도시기본계획에서 환경이나 재난에 대한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서울시의 1인당 공원면적은 16.2㎡로 런던 등 세계 대도시에 비해 녹지면적이 작은 편이다. 서울시도 이를 인지하고 있지만, 녹지 면적을 늘리는 실질적인 방안은 찾기 어렵다. 오히려 녹지 면적 확대 방안에 개발 사업인 수변감성도시 조성을 포함했다. 하천 수질 개선에 대한 대책도 찾을 수 없다.

 

바로 작년에는 물난리로 큰 곤욕을 치렀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한 하천 구조 개편을 꾀하진 않는다. 현재까지 나온 물난리 대책으로는 ‘하천 기반시설의 복합화를 추진해 도시방재능력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내용뿐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자연스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요한 문제는 제쳐두고 보이는 것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이다.

 

#악취와 오염으로 고생하고 있는데…‘감성’ 가능할까

 

비즈한국 취재진은 올해 수변감성도시 완공 예정인 △종로구 홍제천 상류 △관악구 도림천 △강남구 세곡천 △동작구 도림천 △서대문구 불광천 등과 사업지로 선정된 하천들을 방문해 살펴봤다. 가뭄이 심해지면서 대부분 하천은 규조류와 악취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물고기가 폐사하거나 유량이 적어 물이 썩은 곳도 있었다. 녹조가 심해 ‘녹조라떼’가 된 하천도 있었다. 

 

서울 시내 하천 특성상 유지용수를 공급하지 않으면 하천 유지가 어렵고, 가뭄에는 유량이 적어 규조류 등 오염물질이 증가한다. 서울시 관계자들은 이 같은 상황이 매년 반복된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하천을 개편하지 않고는 명소로 만들긴 어렵다. 이미 조성된 홍제천 노천카페 역시 주변 소음과 악취 등으로 인해 휴식을 즐기기 어렵다는 불만도 나온다. 

 

가뭄으로 인해 녹조라떼로 변한 도림천의 모습. 사진=전다현 기자
가뭄으로 인해 녹조라떼로 변한 도림천의 모습. 사진=전다현 기자


하천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반응도 냉소적이다. 수변감성도시 조성에 대한 의견을 묻자 대부분의 시민들은 수질과 안전 대책이 우선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도림천에서 만난 한 시민은 “도림천은 자주 악취가 나는 곳이다. 특히 요즘은 더 심하다. 이런 부분에 대한 해결이 먼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천 이용이 어려운 건 장마 기간도 마찬가지다. 장마 때 하천 유량이 급격히 많아지면 하천 테크 출입이 원천 봉쇄된다. 이런 구조라면 새로 조성되는 공간도 장마 기간에는 사용할 수 없다. 우이천에서 만난 시민은 “우이천은 조금만 비가 와도 출입이 금지된다, 여기에 뭐가 들어온다고 해도 매번 사용은 어려울 거 같다. 주민들이 항상 출입할 수 있게 장마에도 하천이 넘치지 않게 먼저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고기가 폐사한 우이천의 모습. 사진=전다현 기자


정릉천은 눈에 띌 정도로 유량이 적었다. 밑바닥을 드러낸 구간도 있었다. 물이 남아 있더라도 대부분 규조류가 뒤덮고 있었다. 사진=전다현 기자


환경오염을 걱정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불광천에서 만난 시민은 “세련된 공간이 될 수는 있겠지만, 인구 유입이 많아지면 환경오염도 자연스레 늘어날 거라고 본다. 하천에서 하는 사업인 만큼 이런 부분에 대해 신경 써야 한다. 요즘 들어 전시행정이 많아진 거 같다”고 전했다. 

 

지역 상인들도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서울시는 수변감성도시 조성이 지역 상권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상인들은 정반대 생각이다. 정릉천 인근 상인은 “무료로 즐길 수 있던 하천을 카페 등이 들어와서 유료화되는 것 아니냐. 상권을 활성화한다고 하지만 지역 상인 입장에서는 오히려 경쟁자가 늘어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 “수변 르네상스 조성은 서울에 부적합…실효성 없어”

 

전문가들은 서울에 수변 환경을 조성하는 사업은 실효성이 없다고 말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환경오염 문제뿐 아니라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사실 지금 카페 같은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공실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이 상황에서 왜 카페 같은 공간을 무한정 늘린다는 방식을 택했는지 의문이다. 지역상인들 역시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같은 업종을 조성하기 때문에 경쟁 문제가 발생한다. 서울 내 상권이나 카페가 부족하고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생태계 파괴도 우려한다. 공사로 인해 생물다양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중랑천과 공릉천 등은 잦은 공사로 생물다양성이 줄었다고 평가되는 지역이다. 수변감성도시 조성 대상지에 포함된 중랑천의 경우는 멸종위기종인 참매, 흰목물떼새, 표범장지뱀, 수달 등이 서식하고 있다.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국장은 “중랑천에도 수변감성도시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중랑천은 멸종위기종이 산란을 하는 곳이고, 야생생물 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구역이다. 그런데 지금 이 보호지역을 확장하고 있다. 테크나 음악 분수대 등을 설치하는 식이다. 적어도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곳은 난개발이 없어야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모니터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하천 구조 자체가 수변감성도시 조성과 맞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계절별로 유량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최은영 소장은 “우리나라 하천은 유럽에 있는 강들과는 다른 특성이 있다. 여름과 겨울에 유량의 차이가 매우 크다. 유량이 일정해야 하천 옆에 카페 등 조성이 가능한데, 우리나라는 이 부분이 맞지 않는다.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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