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애플이 또 서울에 ‘애플스토어(직영점)’을 열었다. 이번에는 강남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애플페이를 서비스하는 등 ‘갤럭시 텃밭’인 한국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지만 지나치게 서울 지역에만 애플스토어가 집중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심지어 여섯 번째 매장은 서울 서부에 연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애플은 지난 29일 미디어를 대상으로 신규 매장 ‘애플 강남’을 사전 공개했다. 애플 강남은 서울 신논현역 앞에 들어서며, 3월 31일 오후 5시부터 일반 방문객을 맞는다. 오픈 첫날 방문은 사전 예약자만 가능하다.
애플은 지난 2018년 국내 애플스토어 1호점을 서울 강남의 가로수길에 열었다. 2호점은 2021년 2월 서울 여의도 IFC몰에, 3호점은 2022년 4월 명동에, 4호점은 같은 해 9월 잠실 롯데월드몰에 들어섰다. 5호점은 강남에 두 번째로 생긴 매장이기도 하다.
강남 내 번화가 중에서도 가로수길은 각종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즐비한 차분한 분위기라면, 신논현역 주변은 젊은 직장인을 중심으로 유동 인구가 많아 활발한 분위기다. 애플은 빠르게 변화하는 강남의 특징을 담아 애플 강남 매장 외부에 특정 시간과 계절에 따라 바뀌는 이중 높이의 파사드(출입구가 있는 외부면)를 설치했다. 매장 내부 테이블, 목재 벽, 로고, 파사드 유리, 돌벽, 바닥재 등은 모두 국내산 자재로 설계했다. 애플 강남에는 150여 명의 직원이 상주하며, 10개 이상의 언어로 대응이 가능하다.
애플은 국내서 인기를 끌고 있는 신인 걸그룹 ‘뉴진스’와의 협업으로 소비자의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4월 1일부터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5~7시 매시 정각에 애플 강남에서 뉴진스의 ‘OMG(애플 뮤직 에디션)’를 공간 음향(여러 방향에서 소리가 입체감 있게 들리는 기술)으로 들을 수 있다. 한정 기간에만 운영하는 것으로 오픈 초기 방문객을 모으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어느 지역에 애플스토어가 들어서는 지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애플 강남은 강남역 인근의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약 800m 거리에 있어 갤럭시와의 ‘전면전’이라는 평을 받았다. 또한 애플스토어 6호점이 서울 서부에 들어선다는 추측이 나오자 홍익대 인근이 후보지로 점쳐졌다. 실제로 6호점이 서울에 문을 열면 일본의 수도인 도쿄(5개, 이하 3월 30일 애플 홈페이지 기준)보다 더 많은 매장이 들어서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소식에도 반갑지 않은 이들이 있다. 바로 서울 외 지역의 애플 이용자다. 애플이 이번에도 “한국 고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라고 밝히면서도 서울 핵심 상권에만 진출하자 불만이 쏟아진 것. 한편에선 애플 이용자가 서울에 몰려있어 타지역에는 매장을 내지 않는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대구에 거주하는 이 아무개(30) 씨는 아이폰·맥북·아이패드·애플워치·에어팟 등 애플 생태계를 갖추고 10년 넘게 애플 제품을 사용해왔다. 이 씨는 “서울에 가면 관광지처럼 애플스토어를 방문한다. 살 게 없어도 각종 세션을 체험하거나 신제품을 사용해본다”라며 “액세서리도 직영점에서 사고 싶은데 비용이나 시간을 생각하면 매번 서울에 갈 수 없는 노릇이다. 접근성이 좋아지면 애플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고객이 되지 않을까. 경상권에 하나라도 매장을 내줬으면 좋겠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실 애플이 매장을 신중하게 낸다는 점을 감안하면 숫자만 봤을 때 한국 매장이 적은 편은 아니다. 특히 애플 강남을 포함하면 한국은 일본, 중국처럼 수도에만 동일하게 5개의 애플스토어가 들어선다. 하지만 개점 순서나 전국 매장 분포를 비교하면 차이가 있다.
우선 일본 내 10개 애플스토어 중 절반은 도쿄(마루노우치·긴자·시부야·오모테산도·신주쿠)에, 나머지는 나고야(아이치), 후쿠오카(규슈), 가나가와, 교토, 오사카 등 5개 지역에 퍼져있다. 애플은 2000년대 초 일본에서 △긴자(도쿄) △오사카 △나고야 △시부야(도쿄) △후쿠오카 등의 순으로 애플스토어를 열었다.
이 중 비수도권인 오사카 매장은 무려 19년 전인 2004년에, 나고야와 후쿠오카 매장은 2005년에 처음 생겼다. 일본에서 수도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고 꼽히는 도시에 발 빠르게 문 연 셈이다. 한국과 비교하면 나고야시는 인구 230만(2017년) 도시로, 대구(239만 명, 2022년)와 인구가 비슷하다. 다만 나고야시가 있는 아이치현이 인구 755만 명대로, 경상북도(260만 명)에 비해 인구가 훨씬 많다.
반면 후쿠오카는 인구 163만 명(2022년)으로 부산(328만 명)이나 인천(296만 명)보다 적지만, 후쿠오카가 있는 규슈가 인구 1270만 명대(2020년)로 인구 1265만 명(2023년)의 경상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광역시에 거주하는 국내 애플 이용자의 아쉬움이 나오는 이유다.
애플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중국은 영토가 넓은 만큼 본토 주요 도시에 총 44개의 애플스토어가 있다. 상하이가 7개로 가장 많고, 그 뒤를 베이징 5개, 장수 5개, 랴오닝 4개, 총칭 3개, 광둥 3개, 톈진 3개, 저장 3개, 산동 2개, 쓰촨 2개, 푸젠 2개, 광시 1개, 허난 1개, 후베이 1개, 후난 1개, 윈난 1개 등의 순으로 잇는다. 부유한 도시로 꼽히는 상하이와 베이징에 몰려있긴 하지만 비교적 다양한 지역에 들어선 편이다.
이 외에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홍콩이 한국과 가장 유사하다. 홍콩 내 애플스토어는 6개로 대형 쇼핑센터 중심으로 매장이 들어섰다. 지역은 코즈웨이 베이, IFC 몰(센트럴), 페스티벌 워크(카오룽통), apm 홍콩(군통), 뉴타운플라자(샤틴), 캔톤 로드(침사추이) 등 서울처럼 상권별로 입점했다.
애플은 향후 애플스토어 개점 계획이나 입지 선정 기준에 관해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국내 수도권 외 지역의 개점 여부나 서울 서부에 6호점 오픈 여부도 “답변이 어렵다”라며 말을 아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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