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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인잡] 직장 내 괴롭힘④ 부장님의 구애갑질 보다 악랄한 직원들의 '뒷담화'

구애 거절 후 헛소문 퍼지자 결국 사직 면담 신청…사내 메신저, 단톡방 통해 '2차 가해' 만연

2023.03.30(Thu) 14:26:32

[비즈한국] 회사 후배 S대리가 타 부서 전보 후 8개월 만에 사직 면담을 신청해 왔다. 일도 곧잘 하고, 성격도 좋고 센스가 좋아  이전 부서에서도 떠나보내면서 부서장이 꽤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기에 더 좋은 곳으로 이직이라도 하는가 보다 하는 마음에 면담실로 향했다. 어떻게 하면 붙잡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는데 그녀의 첫 마디가 뒤통수를 때렸다.

 

“팀장님도 제 소문 들으셨죠?”

“읭? 소문? 무슨 소문이요?

 

최근 직장 내 '구애갑질'에 대한 문제가 빈번히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다른 직원들의 뒷담화를 결국 버티지 못하고 사직하는 경우도 있다.

 

등잔 밑이 가장 어둡다고 관리직종의 수만 열 손가락을 넘어가고 직원 수가 3000명을 넘다 보니 정식으로 보고 되는 사건·사고가 아닌 이상 인사팀은 의외로 소문이 가장 늦게 도달하는 곳이다. 하물며 본인들 빼고 복합기와 화분도 다 알고 있다는 사내 연애도 인사철이 돼야만 ‘아, 거기 두 사람은 같은 부서 배치하면 안 되는데’ 하는 식으로 정보가 입수된다. 그러니 같은 본부 단위나 가까운 곳에서 일하지 않는 개별 직원에 대한 소식은 애써서 소문이나 가십을 쫓아다니지 않는 이상 들릴리 만무하다.

 

그러나 S의 입으로 부터 나오는 그간의 이야기는 직장 선후배 관계를 떠나 같은 여성으로서 꽤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시발점은 부서 우편함에 놓인 익명의 구애편지였다. 출퇴근길이나 점심시간에 오가며 마주친 모습에 한눈에 반했다,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내용의 편지는 그냥 단순히 누군가의 낭만적인 구애로만 치부하기엔 제3자 입장에서 보기에도 뭔가 꺼림칙한 느낌이었다. S대리는 이러한 편지를 두세 통 더 받고 나서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이 생기자 부서장에게 정식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본인 입회하에 사무실에 설치된 CCTV를 돌려보았으나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장소이고 화각 자체에 한계가 있어 우편함에 편지를 넣는 사람의 신원이나 인상착의를 특정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부서장은 일단 재발 방지 차원에서 사무실 내에 CCTV를 추가로 설치할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S대리에게는 개별적으로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어떨지 조언했다. 부서장 입장에서는 누구의 행위인지 알 수 없다 보니 정식으로 공론화 시키거나 보고하기도 애매하고, 직원 개인의 사적인 영역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 될 수도 있어 딱히 어떤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웠다고 한다. CCTV가 추가로 설치된 이후 다행히 구애편지는 끊겼다. 하지만 얼마 지난 후부터 S대리는 주변으로부터 의외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다.

 

곧 결혼한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맞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고, 어디의 누구랑 연애 중이라던데 왜 얘기 안 해줬냐는 동기의 투정도 들었다. 본인 입으로 실제 내뱉은 적은 없지만 일부는 사실이기도 해서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고 한다. 그렇지만 타지역에 근무했을 때 유부남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거나 ‘양다리를 걸쳤다’, ‘흘리고 다닌다’는 식의 성희롱적인 내용이 섞인 헛소문이 돌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나서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처음에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도 하고 대체 누구한테 들은 이야기냐며 소문의 근원을 찾아보려 했으나 이제는 자신이 아무리 애를 써도 별 소용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눈물을 쏟았다. 그런 S에게 안타까운 얘기지만 회사라는 조직이 어디를 가나 다 그렇다, 하릴없이 남 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미혼(혹은 비혼)인 싱글, 그중에도 특히 여성을 가만두지 못하더라, 나 역시 유사한 헛소문의 주인공이 돼 본 적이 있어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다독여 봤으나 답답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었다.

 

회사나 인사팀 입장에서, 혹은 선배 입장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사자를 대신해 사실을 바로잡을 수도 없고 회사 메신저로 헛소문이나 뒷담화를 실어 나르지 말라고 공지사항을 띄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소문을 퍼뜨린 당사자(이 경우에는 아마도 구애를 빙자한 스토킹을 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를 발본색원할 수도 없고 가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으니 적극적으로 조사를 할 수도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다, 인생에 중요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함부로 뱉는 말에 상처 입지 말아라, 너의 진가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며 틀에 박힌 조언이나 해줄 수 밖에. 어쨌든 부서장과 상의해 S의 사직서는 처리를 보류하고 장기간 병가를 주었으나 그는 결국 복귀하지 못하고 퇴사했다.

 

최근에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와 유사한 고충을 토로하는 글이 올라와 언론에도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이처럼 ‘구애→거절→괴롭힘→인사상 불이익’으로 이어지는 피해사례를 ‘구애갑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해당 사례는 글쓴이가 상급자의 구애를 거절한 이후 회사에서 당사자에게 직접적인 괴롭힘을 당하는 이야기였으나, S와 같이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하여 확인되지 않은 헛소문과 뒷담화로 2차 피해를 입는 괴롭힘 사례 또한 허다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내 메신저와 단톡방을 통해 ‘내가 들은 이야기인데…’ 라며 남에 대한 뒷담화를 퍼뜨리고 있다면 언젠가 그 뒷담화의 주인공이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그리고 이런 쓸모없고 불건전한 대화들이 누군가에게 칼날이 되어 소중한 동료를 잃을 수도 있고, 자칫하면 다시 나에게 돌아와 꽂힐 수도 있다는 사실 또한 잊지 말기를 바란다.​

 

필자 김진은? 정규직, 비정규직, 파견직을 합쳐 3000명에 달하는 기업의 인사팀장을 맡고 있다. 6년간 각종 인사 실무를 수행하면서 얻은 깨달음과 비법을 ‘알아두면 쓸데있는 인사 잡학사전’​을 통해 직장인들에게 알려주고자 한다.

김진 HR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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