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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게임 들고 이직…넥슨도 당한 '게임탈취', 중소게임사 보호는 감감

기업 규모 무관하게 법적 대응 어려움…"개발 중인 데이터 저작권 보호 위해 협회나 기관 나서야"

2023.03.24(Fri) 11:00:54

[비즈한국] 게임사 넥슨과 아이언메이스 간에 프로젝트 유출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인디 게임사 아이언메이스에서 정식 출시를 앞둔 게임이 알고 보니 내부 관계자가 유출한 넥슨의 미출시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이 같은 정보 유출은 회사 규모와 상관없이 타격을 주는 만큼 중소형 게임사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아이언메이스의 게임 ‘​다크 앤 다커’​는 넥슨의 미출시 프로젝트 P3를 기반으로 제작됐다는 의혹을 받는다. 사진=아이언메이스 제공


논란의 중심에 선 아이언메이스는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테스트 버전만으로 200만 명에 달하는 유저를 모은 인디 게임 ‘다크 앤 다커’의 개발사다. 다크 앤 다커는 정식 출시를 하지 않았음에도 입소문을 타고 승승장구했으나, 개발진이 넥슨의 미출시 프로젝트 ‘P3’의 핵심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인기에 제동이 걸렸다. 

 

업계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2021년 8월 넥슨은 신규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던전 탐험 게임 P3를 소개했다. 그러나 넥슨은 게임 출시 대신 프로젝트 담당자였던 A 씨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형사 고소했다. 아울러 A 씨는 P3의 개발 정보를 외부에 유출한 점, 팀원에게 집단 퇴사를 제안한 점 등을 이유로 넥슨에서 징계 해고됐다. 

 

A 씨 등 P3 팀원 일부는 같은 해 설립된 아이언메이스에 합류했다. 이듬해 8월 아이언메이스는 스팀에서 다크 앤 다커의 테스트 버전을 공개했다. 넥슨은 다크 앤 다커가 P3를 기반으로 한다고 주장했는데, 실제로 P3 화면과 다크 앤 다커 플레이 화면이 유사한 탓에 유출 의혹이 더욱 커졌다.

 

사건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면서 양측은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경찰은 최근 아이언메이스와 소속 개발자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번 넥슨-아이언메이스 공방전은 과거 엔씨소프트와 블루홀스튜디오(현 크래프톤) 간의 기나긴 소송전을 떠오르게 한다. 이는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이어진 사건으로,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3’ 프로젝트를 맡았던 직원들이 개발 정보를 유출하고 블루홀스튜디오로 대거 이직해 ‘테라’ 개발에 참여한 사건이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리니지3의 영업 비밀을 유출한 점은 인정했지만, 리니지3 프로젝트 취소로 인한 손해배상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 판결은 개발 과정의 게임에 관한 정보 유출이 징역형 이상의 선고를 받았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엔씨소프트가 손해배상을 받지 못한 점이나 리니지3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절반의 승리로 여겨졌다.

 

업계 안팎에선 이번 넥슨-아이언메이스 사건의 전개에 주목하고 있다. 게임업계에서 저작권 침해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지만, 이처럼 미출시 게임의 핵심 정보와 인력을 유출하는 경우는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피해가 심각해서다. 앞서 엔씨소프트 리니지3 사건에서 보듯 게임 정보가 유출될 경우 언제 끝날지 모를 법정 공방을 벌여야 하는 데다 피해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3’​ 개발에 참여한 이들이 개발 정보를 유출하고 타사의 게임 개발에 참여하자 긴 소송전을 벌였지만 손해배상은 받지 못했다. 사진은 리니지3 정보를 유출한 이들이 개발에 참여한 게임 ‘테라’​. 사진=테라 유튜브 캡처

 

국내 게임법 전문가인 이철우 게임 전문 변호사는 “완성된 디자인 파일이나 시나리오 등을 가져가서 복제하면 저작권법 위반이겠지만, 소스 코드나 기획안 수준이면 저작권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라며 “법원이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손해가 발생했는지 인과 관계를 입증해야 배상을 받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보 유출 사건은 소형 게임사에 더욱 타격이 커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인디 게임사는 사람도 자본도 없기 때문에 유출을 겪어도 문제 제기조차 못 한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사례가 많을 것”이라며 “인디 게임사가 주력으로 준비하던 프로젝트가 유출되고 이걸 다른 회사에서 출시까지 하면 아예 회사가 무너질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정보를 유출 당한 회사가 겪는 과정은 수월하지 않다. IT 분야 전문 유관우 변호사는 “넥슨-아이언메이스 사건은 경찰이 압수수색에 들어갔는데, 이 경우 수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 물증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작은 게임사가 피해를 입으면 보통 압수수색까지 가지도 못한다. 심증은 있는데 확실한 증거가 없어 무혐의 처분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규모 있는 기업은 데이터베이스 상의 로그나 증인 등 유출 정황에 관한 증거를 찾기 쉬운 반면 작은 회사에선 그마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이어 “영업 비밀 침해를 인정받는 것부터 손해배상까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개발자가 정보를 다 들고 나갔어도 영업비밀이 아닐 수도 있다. 오픈 소스처럼 일반 자료도 섞여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약서 작성 등 회사 차원에서 비밀로서 관리했는지를 따진다”라며 “영업비밀이나 저작권 침해라는 결과가 나와도 해당 게임이나 프로젝트가 폐기되면 별다른 효과가 없다. 보상받으려면 직원이 퇴사한 후 또는 경쟁작 출시 후 매출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입증이 굉장히 힘들다”라고 짚었다. 

 

이처럼 법적 대응이 만만치 않은 만큼 정부 기관이나 협회 차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철우 변호사는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 제작사의 저작권이나 권리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형 게임사의 입장만 대변하면 안 된다”라며 “대기업도 지금 대응에 난항을 겪지 않나. 문제작은 유통 과정에서 대응하거나 게이머들이 나서는 등 전반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위정현 회장은 “협회가 역할을 못하기 때문에 관련 정부 기관이 나설 필요가 있다”라며 “한국콘텐츠진흥원이나 한국저작권보호원이 맡을 수 있지만, 현재 게임 관련해선 별다른 대응이 안 되는 상황이다. 웹툰이나 영상 저작물의 저작권 문제는 대응하는데, 게임 쪽은 나서는 곳이 없다. 인력이나 예산을 확보해 게임 업계도 구제에도 힘써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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