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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은 "죽어도 안 받는다"는데…포스코는 왜 전범기업 대신 40억을 냈나

합작회사 PNR·지분 1.7% 보유한 일본제철 대신 배상…최정우 회장 임기 완주 노렸나

2023.03.23(Thu) 18:29:18

[비즈한국] 포스코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기부금을 납부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전범기업이 출연해야 할 돈을 포스코가 대신 내줬다”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반발에도 불구, 포스코가 정권과 코드를 맞추기 위해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식 강제징용 해법 발표 이후 발 빠르게 기부금을 출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포스코는 윤석열 정권이 올해 들어 압박에 나선 ‘소유분산기업’으로서 구현모 전 대표가 연임 도전을 포기한 KT 다음 타깃으로 언급됐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4년 3월까지다.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지난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긴급현안질의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회의에 불참했다. ​사진=연합뉴스


#찬반 논란에도 단독 출연, 명분은 ‘2012년 의결


정부는 지난 6일 강제징용 피해자 15명이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의 배상을 확정판결 받은 손해배상 소송 3건에 대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원고분들께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고기업들이 일본 전범기업임에도 불구, 재단 기금으로 전범기업 대신 ‘제3자 변제’하겠다는 방안이다. 이에 피해자들은 즉각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는 지난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절대 금방 굶어죽는 한이 있어도 그런 돈은 안 받으려 한다”며 반대를 분명히 했다. 

 

찬반 논란이 분분한 상황에서도 포스코는 가장 발 빠르게 정부와 발맞췄다. 포스코는 지난 15일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지원재단)에 40억 원의 기부금을 납부하면서 “2012년 3월 포스코 이사회 의결을 통해 재단에 100억 원을 출연하기로 한 약속을 이번 출연으로 이행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앞서 2016년과 2017년 지원재단에 각각 30억 원을 출연했으며, 이후 6년 만에 40억 원을 내놨다. 포스코 관계자는 2012년 의결에 대해 “당시 재단이 설립되던 단계에서 한일청구권자금의 수혜 기업으로서 도의적 차원의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해법을 내놓으며 ‘민간의 자발적 기여’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국내 수혜기업 16곳의 출연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포스코를 포함, ​한일청구권협정 체결로 받은 5억 달러의 경제협력자금을 지원받은 기업들이다. 그러나 포스코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상환을 완료해 수혜기업이 아니라고 판단하거나 “정부로부터 요청이 오면 출연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재단의 기부금 접수 및 사용실적 내역을 보면 2016년부터 현재까지 재단에 기부금을 출연한 수혜기업은 포스코가 유일하다.

 

이와 관련, 수혜기업으로 꼽힌 한 기업의 임원은 “기업이 정부의 요청 없이 재단에 대규모 출연할 경우 배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출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법률적 판단은 물론 정치권과 여론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임원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후원금 사태를 경험한 현 정부가 기업에 출연을 요청하거나 압박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며 “포스코의 경우 과거에 했던 약정이 명분이 되어서 출연 결정이 빨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2019년 국감서는 “다른 수혜기업 분위기 갖춰지면 나머지 출연” 언급


포스코는 당초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100억 원을 출연키로 했으나 2017년 이후 출연이 중단됐다. 지난 2019년 6월에는 지원재단이 이사장 명의의 공문을 통해 남은 약정금 출연을 요청했음에도 출연을 미뤄, 그해 국정감사에서 전중선 부사장(현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국감에서 기부금 출연이 언급된 이후에도 3년이 넘도록 기부금을 출연하지 않았다. 

 

당시 전 부사장은 “2018년 10월 대법원에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이 나면서 중요한 변수가 됐다”며 “판결을 통해 대일청구권자금 수혜기업들이 한일 관계를 해결하는 데 뭔가 역할을 해야 되지 않느냐 하는 논의가 많이 나오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출연을 저희만 하는 게 아니라 청구권 자금을 수여받은 기업 16개가 공동으로 약 300억 원 기금을 모금하기로 했는데, 나머지 15개 기업은 전혀 안하고 있기 때문에 분위기가 갖춰지면 저희들이 나머지 40억을 출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포스코가 정부의 제3자 변제안 발표에 맞춰 출연금을 내놓은 타이밍에 의구심을 제기한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16일 논평을 통해 “포스코는 이번 기부금 출연을 통해 정부가 추진하는 제3자 변제를 위한 재원의 일부를 부담하려는 것으로 이해된다”며 “포스코가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를 고려하지 않은 채 오로지 정부의 뜻에 따라 변제 재원을 부담했다면, 결코 사회적 책임을 온당한 방식으로 이행했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피해자의 의사와 권리를 무시하는 결정을 했다는 비판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스코는 지난 17일 포스코홀딩스 주주총회를 앞두고 정부의 소유분산기업 압박과 본사 주소지 포항 이전, 세무조사 등 여러 이슈에 둘러싸였다. 특히 포스코는 과거 정부소유였으나 현재 민영화된 소유분산기업인 데다, 최정우 회장이 전 정권에서 임명된 탓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교체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앞서 포스코와 사정이 비슷한 KT​에서는 윤 대통령이 직접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하고 국민연금이 압박 수위를 높여 지난달 구현모 대표이사가 연임을 포기한 바 있다.   

 

지난 21일 오전 광주시청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를 지원하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한일 정상회담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범기업과 지분 교환·합자회사 설립…PNR 주식 현금화 소송 진행 중

 

포스코는 이번 출연으로 인해 정치적 외풍 속에서 현 정권에 우호적 메시지를 전할 수 있게 됐지만, 그간 인연을 맺어온 전범기업과의 관계가 재조명되고 있다. 포스코는 2000년 강제동원 가해 기업인 일본제철과 상호 지분교환 등 포괄적 제휴를 맺고, 2008년 1월에는 합작회사 PNR(포스코-니폰스틸 RHF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PNR은 포스코와 일본제철이 7 대 3 비율로 지분을 보유한 합작사로 포항제철소 안에 본사를 두었다. 포스코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일본제철 지분 1.7%를 보유하고 있다.

 

PNR은 강제동원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포스코가 책임져야 할 문제로 등장한다. 일본제철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각 1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 배상하지 않으면서 일본제철이 보유한 PNR 주식을 둘러싸고 법정 싸움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일본제철은 피해자들에게 배상하지 않고 법원의 주식 매각명령 등을 외면하다가 공시송달이 도달된 것으로 간주되어 효력이 발생하면 그제서야 즉시 항고에 나서는 행태를 반복했다. 일본제철이 지난 2022년 12월 PNR 주식을 매각해 현금화하라는 법원 판단에 재항고하면서 현재 대법원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최근 정부가 내놓은 제3자 변제안과 포스코의 출연은 PNR 주식 현금화 소송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강제동원 피해자 측은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에 ‘제3제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담은 내용증명을 전달했다. 피해자 측 지원단인 민족문제연구소 김영환 대외협력실장은 “포스코가 일본제철과 PNR을 설립하고 서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한일청구권 협정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외교부가 지난해 7월 대법원에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판결을 미뤄달라는 서한을 보냈었다”며 “이제는 정부안이 발표됐고 피해자분들이 정부안(제3자 변제)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만큼 대법원이 조속히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또 다른 강제동원 가해 기업인 요도가와제강소와도 주식 상호교환을 통해 7대 주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요도가와제강소는 2016년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발표한 299개 전범기업에 포함됐다. 공시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 2013년 11월부터 지난 2021년 말까지 요도가와제강소 지분 1.7%를 보유하고 협력했으나, 지난해 지분을 전량 처분했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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