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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카카오 도보배송 두 손 들었나…일반 배송 시장 기웃

초근거리 배송 집중한다던 카카오, 배송료·배송거리 불만에 인력 이탈…결국은 라이더 유입

2023.03.21(Tue) 14:40:26

[비즈한국] 카카오모빌리티의 도보배송이 산으로 가고 있다. 초근거리 배송에 집중하는 차별화 전략을 강조하던 처음의 자신감은 사라졌다. 도보배송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자 결국 라이더를 대거 유입하며 시장의 선두 그룹의 뒤를 쫓는 모양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6월 도보배송 서비스를 론칭했다. 최근에는 배송 거리를 확대하고, 배송대행업체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사진=이종현 기자

     

#‘1시간 걸려 배송하면 수익 2000원’ 배송 인력 이탈에 난감한 카카오 

 

지난해 6월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도보배송 서비스를 론칭했다. 배달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카카오는 배송 범위를 1.5km 이내 근거리로 설정하고 음식 대신 화장품, 생활용품, 빵 등 배송이 용이한 상품을 다룬다는 것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소수 업체가 이미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카카오는 초근거리의 배송에 집중해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카카오가 배달 시장에 뛰어든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만 해도 시장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메기’가 될 거란 예상이 컸다. 하지만 생각보다 영향력은 저조했다. 지난해 6월 서비스를 시작하던 초기에 잠깐 배송 기사 사이에서 높은 관심을 받기도 했지만, 얼마안 가 분위기는 식어 버렸다. 픽커(카카오T 도보배송 기사)들은 생각보다 저조한 콜 수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부업으로 도보배송을 하는 A 씨는 “하루 종일 앱을 켜 놓아도 들어오는 콜 수가 손에 꼽힌다. 서비스를 시작했던 때와 지금을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도보배송의 콜 수가 적은 것은 제휴를 맺은 프랜차이즈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카카오 도보배송은 파리바게뜨, 던킨, 배스킨라빈스, 올리브영 등 프랜차이즈와 제휴를 맺고 이 업체의 배달 건만 수행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현재 주요 고객사로 CU, SPC, 올리브영 등이 있다. 지난해 서비스를 시작한 때보다 고객사는 늘어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확한 제휴사의 현황은 밝히지 않고 있다. 앞서의 관계자는 “수시로 고객사 변동이 있는 만큼 고객사 숫자는 대외적으로 공개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고객사가 늘어나는 상황이라지만, 실제 배송 인력이 체감하는 정도는 서비스 초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20일 앱에 접속해 도보배송 오더를 받아보니 오전 중 접수된 콜 수가 10개도 채 되지 않았다. 

 

출발지에서 배송지까지의 거리가 2~3km가 넘는 배송 건이 상당수다. 하지만 수익은 2000원에 그친다. 사진=픽커 앱 캡처

 

배송 건수가 적은데다 수익도 낮다는 불만까지 속출했다. 카카오 도보배송은 고객사 정책에 따라 배송료를 책정하고 있다. 쿠팡이츠나 배민, 우딜 등이 배송 거리를 감안해 배송료를 책정하는 방식과 다르다. 올리브영은 2000원, 파리바게뜨는 3000원, 홈플러스 익스프레는 최대 3900원 등으로 금액이 고정된 상황이다. 때문에 10분을 이동하던, 1시간을 이동하던 동일한 프랜차이즈 오더는 동일한 금액을 받는다. 

 

문제는 초근거리로 배송하는 ‘꿀콜’은 얼마 되지 않고, 상당수가 배송 기사들이 기피하는 콜이라는데 있다. 20일 카카오 도보배송에 뜬 올리브영의 한 오더는 픽업지를 거쳐 배송지까지의 이동 거리가 약 2.7km로 나타났다. 픽업지까지는 도보로 30분이 걸리고, 물건을 받아 배송지까지 이동하는 시간은 20분이 걸린다. 처음 출발지로 돌아오는 것까지 생각하면 총 이동 시간은 1시간이 넘는다. 

 

또 다른 올리브영 오더 역시 출발지에서 물건을 픽업해 배송지에 도착하기까지의 거리가 총 3.1km다. 도보로 이동하면 배송을 마치기까지 1시간이 걸린다. 출발지로 돌아올 경우 1시간 20분 이상이 소요된다. 하지만 두 배송 건 모두 수익은 2000원에 불과하다. 

 

3km 이상을 이동해야하는 배송 건을 ‘초근거리 배송’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강조하는 근거리 기준인 1.5km도 한참 벗어난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1.5km는 픽업지에서 배송지까지의 거리만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또한 직선거리 기준이다 보니 실제 이동 시 거리가 더 늘어나는 경우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계속해서 개선할 부분을 보고 있으며 이용자들이 의견을 주는 경우도 많아 계속해서 모니터링하는 상황”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개선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서비스를 시작한 직후 배송 인력 사이에서 앱 상의 이동거리와 체감 거리가 다르다는 지적이 터져 나왔을 때도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직선거리 측정으로 생긴 문제”라며 “향후 의견을 청취해 배송거리를 실제 거리 기반으로 변경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 달라진 부분은 찾아볼 수 없다. 

 

전문 라이더가 카카오 배송 건을 수행하면서 기존의 도보배송 취지는 무색해지고 있다. 사진=픽커 앱 캡처


#이름만 ‘도보배송’, 라이더 대거 유입…틈새시장 포기하고 일반 배송 전환하나 

 

픽커 사이에서는 ‘단가만 도보배송일 뿐 실제 배송은 도보배송이 불가능한 건이 다수’라고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불만이 쌓이며 배송 인력 이탈이 이어지고, 콜을 수락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배달 건 수행률이 낮아지자 카카오모빌리티는 결국 전문 라이더를 영입하기에 이르렀다. 지난달부터 배송대행업체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전업 라이더 유입을 시도하고 있다. ‘도보배송’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1.5km 이내 최단 거리 도보배송은 그대로 유지하고 3km 이상의 배송 건은 배송 대행사로 연결한다”며 “점심, 저녁 시간 등 피크타임 외 유휴시간을 활용해 라이더들에게 수요를 확보해줄 수 있다. 또한 부분배송(1.5km 이내 근거리 배송)만 했을 때보다 배송대행사를 연결하면 좀 더 많은 배송 건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엔데믹 전환 후 배달 수요는 큰 폭으로 줄고 있다. 배민, 쿠팡이츠 등도 배송비를 낮춘 신규 서비스를 출시하며 고군분투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카카오가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도보배송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프랜차이즈 외 소상공인도 이용 가능한 서비스 론칭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가맹점이 아닌 각 개인별 점포에 관해서는 실시간 현황에 대해 확인이 어렵다. 다만 지속적으로 문의 및 상담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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