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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기후위기 대응 '그린테크'의 미래, 베를린에서 만나다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출신 친환경·기후 기술 스타트업 지원하는 '베를린 랜딩 패드' 프로그램

2023.03.21(Tue) 10:53:27

[비즈한국] 지난 9일 독일 베를린에서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그린테크 스타트업들이 모여 쇼케이스를 열었다. 지난 3개월간 세 대륙에서 선발된 스타트업들이 베를린 스타트업 생태계 내의 투자자, 잠재 파트너, 고객과 관계를 구축하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베를린 랜딩 패드(Berlin Landing Pad)’ 프로그램의 최종 발표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베를린 랜딩 패드는 유럽연합과 베를린시가 지원하고, 베를린시 기업 지원 기관인 베를린 파트너(Berlin Partner), 베를린시 산하 공공 스타트업 지원 기관 엔팩트(enpact), 코워킹 스페이스이자 스타트업 커뮤니티인 베타하우스(Betahaus), 독일 대기업 보쉬(Bosch) 산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스타트업 하버(Startup Harbour)가 주관하는 프로그램이다.

 

베를린 랜딩 패드 프로그램 그린테크 쇼케이스. 사진=eventbrite.com

 

베를린 랜딩 패드 프로그램은 2021년에 처음 시작되었으며, 8주간 집중 원격 프로그램으로 시범 운영되었다. 이를 통해 아시아 출신 창업자 17명이 베를린을 기반으로 유럽 시장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할 준비를 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에서는 베를린 스타트업 생태계의 멘토·전문가들과 긴밀히 협력하여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게 해준다. 파일럿 프로그램이 성공한 후 2022년부터 베를린 랜딩 패드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전 세계 스타트업이 유럽에 진출하도록 돕는 것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2022년 8월부터 10월까지 베를린 랜딩 패드 본 프로그램의 첫 시즌이 시작되었다. 이때는 아시아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해외 진출을 지원했다. 두 번째 시즌은 2023년 1월부터 3월까지 친환경, 청정 및 기후 기술 스타트업에 초점을 맞춰 스케일업을 지원했다. 

 

이번 그린테크 쇼케이스는 바로 올해 3월까지 진행된 두 번째 시즌의 결과 발표였다. 이를 통해 그린테크의 미래를 들여다보자. 

 

#쇼케이스의 백미, 엘리베이터 피치 

 

행사의 백미는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8개 스타트업이 펼치는 엘리베이터 피치였다. 엘리베이터 피치는 중요한 사람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났을 때,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는 짧은 시간에 상대에게 자기 아이디어를 핵심만 요약해 강력하게 전달하는 것에서 나왔다. 

 

그린테크 쇼케이스 행사장 앞에 게시된 배너. 사진=이은서 제공

 

이날 엘리베이터 피치의 시간은 1분이었다.  동안 시간을 주고, 스타트업의 핵심 솔루션을 빠르게 발표하는 자리였다. 8개 스타트업이 참여하는 만큼 행사가 지루해지지 않도록 사회자는 중간중간 일종의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하듯 청중의 집중을 유도하는 각종 게임을 곁들였다.

 

얼마나 준비를 많이 했는지, 8개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단 한 명도 1분을 넘기지 않고 정확하게 시간을 지켜 피칭을 마무리했다. 길고 복잡한 발표 자료를 띄우는 일도 없었다. 다만 발표자가 등장하기 전, 화면에 발표자의 링크드인으로 들어가는 QR 코드를 미리 띄웠다. 발표를 듣다가 관심이 생기면 사람들은 휴대폰을 들고 바로 링크드인으로 서로를 연결했다. 

 

그래서 1분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사람들의 관심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웃음을 유발하는 유머러스한 발표자도 있었고, 솔루션을 이야기하자마자 많은 청중이 동시에 휴대폰을 들고 QR코드로 연결하는 발표자도 있었다. 

 

그린테크 쇼케이스에서 진행된 스타트업의 엘리베이터 피치. 1분 안에 자기 회사를 소개해야 한다. 사진=이은서 제공

 

엘리베이터 피치의 첫 번째 주자는 아프리카 가나의 스타트업 BD 웨이스트(BD Waste)의 엠마누엘 단소(Emmanuel Danso)였다. BD 웨이스트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적립하면 디지털 지갑에 입금할 수 있는 크레딧으로 전환되는 모바일 머니 개념을 만들었다. 이 모바일 머니는 추후 데이터나 건강보험을 구매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플라스틱을 적극적으로 재활용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모바일 머니를 고안한 것이다. 

 

다음으로 인도의 스타트업 빈백 리사이클링(Binbag Recycling)의 발표가 이어졌다. 빈백은 전자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한다. 기업이 사무실 등을 정리하면서 나오게 되는 컴퓨터, 노트북 등의 전자 폐기물을 재활용하게 도우면서 데이터 안전을 보장하고, 이를 파기하는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튀르키예 이스탄불 기반의 스타트업 불루탄(Buluttan Weather Intelligence & Climate Adaptation)은 정확한 지역별 기상예보 솔루션을 제공한다. 하이퍼로컬 일기예보라고 하는 이 솔루션은 불루탄이 자체 개발한 일기예보 데이터 기반 API, 위치 기반 기상 위험 모니터링 대시보드를 포함한다. 에너지, 보험, 물류, 이벤트 분야 등 정확한 날씨가 생명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B2B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집트 카이로 기반의 스타트업 컵메나(Cupmena)는 농업 기술과 폐기물 관리 기술을 융합해서 커피 찌꺼기 재사용 솔루션을 제공한다. 커피 찌꺼기 수거 시스템을 구축해 찌꺼기를 버섯을 재배하거나 농업 분야에서 활용한다. 커피 찌꺼기와 관련한 모든 가치사슬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이 스타트업의 목표다.

 

인도 스타트업 데빅 얼스(Devic Earth)는 펄스 전파를 사용해 공기를 정화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공장 지역의 실외 공기를 안정적으로 개선할 산업용 공기 청정기를 만들자는 것이 이들의 출발이었다. 데빅 얼스가 자체 개발한 AI 기반 퓨어 스카이(Pure Skies)라는 디바이스는 주변 환경을 학습한 후 공기 오염을 감지하면 펄스 전파를 보낸다. 펄스 전파는 공기 중 유해 입자의 오염 물질을 제거해 절반으로 줄인다. 이는 데스크톱과 모바일 앱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관리된다. 

 

펄스 전파를 사용해 공기를 정화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인도 스타트업 데빅 얼스의 퓨어 스카이 시스템. 사진=devic-earth.com

 

짐바브웨 출신 스타트업 니드에너지(NeedEnergy)는 데이터를 이용한 지능형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한다. 가상 발전소와 그리드를 통해 에너지를 분산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에너지와 전력 소비량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마지막으로 인도 스타트업 코그니텐서(CogniTensor)가 소개되었다. 코그니텐서는 AI 기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수요 예측, 실시간 재고 보충, 디지털 자산의 탄소 배출량 계산, 에너지 거래에서 변동성이 큰 시장 가격을 예측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주로 에너지 분야에서 기업이 처리 시간을 단축해 에너지 조달 비용을 최적화하도록 지원한다. 코그니텐서는 세계적인 석유회사 쉘(Shell)이 인도의 에너지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쉘 E4’에도 선정됐다. 

 

베를린에서 독일 스타트업이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대륙에서 모인 스타트업의 발표를 보니, 유럽 이외 대륙이 가진 강점이 확실히 눈에 띄었다. 기술적 우수성, 빠른 성장 속도는 물론 기후 위기를 겪는 당사자들이기에 문제를 해결하려고 뛰어드는 혁신적 아이디어가 더욱 설득력 있었다.

 

베를린 랜딩 패드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출신 8개 스타트업의 발표자들. 유럽 진출을 계획한 한국의 창업자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사진=이은서 제공

 

베를린 랜딩 패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엔팩트(enpact)의 프로그램 매니저 쉬라 다미아 푸트린다(Shira Damia Putrinda)는 “굉장히 좋은 기술력을 갖고 스타트업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하는 동아시아 지역, 특히 한국 스타트업에게 이 프로그램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 다음 프로그램은 한국 창업자들이 유럽과 연결되는 기회가 되도록 베를린 랜딩 패드 프로그램을 잘 소개해달라”며 필자에게 당부했다. 

 

베를린 랜딩 패드 프로그램은 탄탄한 멘토 풀을 보유하고 투자자 및 잠재 고객사 등 다양한 협력자들과의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한다. 유럽 진출의 첫 관문을 안정적으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으로 한국 창업가들이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하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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