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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공사비 증액 다툼에 입주 막힌 '신목동 파라곤', 남 일 아니다

시공사-조합, 기준 달라 합의 어려워…최근 원자재값·인건비 크게 올라 갈등 더 늘 듯

2023.03.17(Fri) 15:02:38

[비즈한국]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있는 신축 아파트 단지 ‘신목동 파라곤(신월4구역 재건축)’, 입주 예정일이 보름이나 지났지만, 실제 입주한 세대는 단 한 곳도 없다. 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이 아파트 출입구를 가설건축물과 차량으로 막아섰기 때문이다. 현장에는 이들이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이 외부인 출입을 막고 있다. 이곳에서 600m 떨어진 곳에 있는 신월4구역 재건축조합 사무실에는 이주와 금융 대책을 묻는 예비입주자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있는 신축 아파트 단지 ‘신목동 파라곤’ 출입구를 시공사 동양건설산업이 가설건축물과 차량으로 막아선 모습. 사진=차형조 기자

 

시공사가 아파트 출입구를 막아선 이유는 공사비 때문이다. 조합에 따르면 신목동 파라곤 아파트 시행사인 신월4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과 시공사 동양건설산업은 2018년 9월 공사비 576억 원 수준으로 도급계약을 맺었다. 이후 2020년 12월(622억 원)과 2022년 8월(642억 원) 공사비를 올렸다. 이후에도 건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자 시공사는 2022년 하반기부터 재차 공사비 인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조합은 인상액이 과다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공사는 아파트 임시사용승인 다음날이자 입주예정일인​ 1일 현장에 유치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시공사가 추가로 요구하는 공사비는 총 106억 원. 아파트 착공 시점인 2020년 8월을 기준으로 건설공사비지수 상승률을 기존 공사비에 적용해 산출했다. 조합원 한 세대당 추가로 내야 할 분담금은 8833만 원​ 수준. 반면 조합은 공사비 인상 기준을 건설공사비지수가 아닌 소비자물가지수로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초 시공사가 2022년 12월까지 소비자물가지수로 산정한 증액 공사비는 34억 원 수준에 불과했다.  

 

민간 건축공사에서 발주처는 도급계약을 체결한 이후 물가가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계약에 따라 공사비를 인상해준다. 그간 공사비 인상은 소비자물가지수 또는 건설공사비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 중 낮은 것을 기준으로 삼는 게 일반적이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일반 가정이 살아가면서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건설공사비지수는 자재, 노무, 장비 등 건설공사 직접공사비의 가격 변동을 생산자물가지수를 기반으로 측정한 지수다. 각각 통계청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매월 조사해 공표하고 있다.

 

양측이 의견을 좁히지 못한 이유는 애초에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 기준을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월4구역 재건축사업 도급계약서에 따르면 양측은 관리처분 인가 이후인 2018년 8월부터 물가가 소비자물가지수 기준 3% 이상으로 오르면 공사비를 ‘협의해’ 조정하기로 했다. 공사비 조정 시점은 명시가 됐지만 어느 수준으로 공사비를 조정할지 기준을 정하지 않았다. 조합은 공사비 조정 요건이 되는 소비자물가지수를, 시공사는 건설 공사에 특화된 건설공사비지수를 적용해야 한다는 이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 기준을 비교적 명확하게 정한 현장도 있다. 서울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조합과 시공사가 착공 기준일로부터 실 착공일까지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 규모를 소비자물가지수를 월할 적용해 산출하되, 실 착공 이후부터는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을 하지 않기로 정했다. GS건설은 건자재 가격 오름세가 본격화하던 2022년 6월 서울 강남구 일원동 개포한신아파트 재건축사업​ 수주 당시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 기준을 소비자물가지수와 건설공사비지수 평균값으로 제안했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있는 신축 아파트 단지 ‘신목동 파라곤’ 출입구를 시공사 동양건설산업이 가설건축물과 차량으로 막아선 모습. 사진=차형조 기자

 

신월4구역 조합 관계자는 “조합은 2022년 8월까지 시공사 요구대로 공사비를 변경해줬다.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은 합의에 따르는데, 가장 명분이 있고 합리적인 기준은 소비자물가지수로 손해를 산정한 것”이라며 “유치권 행사는 입주 기간까지 공사비나 기타 부담금을 납부하지 않았을 때 가능한데 시공사가 잔금이 계속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유치권을 행사하는 것은 억지”라고 주장했다.​  

 

동양건설산업 관계자는 “그간 건자재는 물론 노무비를 포함한 간접비가 급격하게 상승했는데 이 부분에 대한 계약 금액 반영이 없었다.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 계약서에 명시된 정당한 손실 보상을 요청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발생한 회사 손실 금액은 이번 증액 금액 두 배 수준인 200억 원 이상으로 공사비가 증액되더라도 보전이 어려운 상황이다. 입주민도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500명이 근무하는 회사가 존폐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맞받았다.  

 

당장 문제에 직면한 건 예비입주자다. 이 아파트 예비입주자는 조합원 120세대, 일반분양 153세대로 구성됐다. 입주일에 맞춰 이사와 자금 조달 계획을 세웠던 예비입주자들은 현재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예비입주자 A 씨는 “입주 예정일에 맞춰서 기존에 살던 집의 이사 일정을 잡았는데 입주가 불가능해지면서 가족과 이삿짐이 친척 집으로 뿔뿔이 흩어졌다”고 말했다. 예비입주자 B 씨는 “전세 세입자를 받아서 중도금을 치르고 잔금까지 마치려고 했는데, 위약금을 물게 생겼다”고 덧붙였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 분쟁을 막으려면 공사비 증액과 관련한 사항을 도급계약에 명확하게 기재할 필요가 있다. 통상 민간공사에서 물가 인상에 따른 공사비 증액 기준을 정할 때 소비자물가지수와 건설공사비지수 중 낮은 지수를 적용한다. 설계 변경이나 마감재 변경 등으로 인한 공사비 인상은 건설사가 별도로 추가 공사비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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