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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서울시 따로 상인들 따로' 이태원상품권 400억 발행하고도 실효성 논란

판매 저조하자 할인율 높여 재발행…가맹점 표기 잘못되거나 결제 거부하는 곳도 많아

2023.03.17(Fri) 10:18:59

[비즈한국] 10·29 참사 이후 이태원 상권 침체가 계속되자 서울시는 400억 원 규모의 이태원상권회복상품권을 발행했다. 소비자는 20%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다.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지역사랑상품권을 7% 할인해 판매하는 걸 감안하면 대폭 할인한 셈이다. 사고 이전보다 이태원 상권이 살아났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상품권 발행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상점마다 가맹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상품권 결제가 어렵고, 상품권 결제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상권 활성화를 위해선 지자체 정책뿐 아니라 상인들의 자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022년 11월 8일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10·29 참사 임시 추모공간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꽃과 메시지가 붙어있다. 현재 이 공간은 철거된 상태다. 사진=박정훈 기자


임시 추모 공간이 철거된 후 사고 현장 가벽에 추모공간이 새로 탄생했다. 포스트잇을 붙이거나 헌화를 하는 등 추모를 위해 방문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사진=전다현 기자


#매출은 회복세지만 이태원역 인근 공실 늘어

 

10·29 참사 이후 이태원 상권은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태원 일대 소상공인 매출이 사고 이전(2022년 10월 4주) 대비 11월 2주에 최대 60% 이상 감소했다. 월드컵과 연말 특수도 누리지 못했다. 이태원 1동 지역의 2월 4주 카드 매출액은 2022년 10월 4주 대비 57.1% 감소했고, 유동 인구도 29% 줄었다.  

 

사고 130일이 지난 현재 이태원은 어떻게 변했을까. 기자는 일주일 간 주말·평일 이태원을 방문해 상권을 살펴봤다. 평일 낮은 대체로 한산했지만, 금요일 저녁과 주말은 비교적 유동 인구가 ​많았다. 몇몇 식당은 대기를 해야 할 정도로 사람들이 몰렸다. 

 

이태원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 씨는 “작년 하반기에는 파리만 날렸다. 그래도 올해는 어느 정도 손님이 늘었다. 코로나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회복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식당에서 만난 유학생 B 씨는 “추모 목적으로 사고 장소에 들렀다 식당에 왔다. 일부러라도 이태원에 오려고 한다”고 전했다. 

 

사고 이후 이태원역 인근에는 폐업한 상가가 늘었다. 사진=전다현 기자


다만 사고가 발생했던 이태원역 인근에는 ‘임대 문의’가 붙은 상가가 늘었다. 인근 공인중개사 C 씨는 “사고 이후 폐업한 상가가 늘었다. 이태원역 인근은 공실이 많다. 지금 들어오려는 상인도 거의 없다. 코로나19를 버티고 막 회복하려던 참인데 사고가 나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400억 원 규모 상품권 발행한 서울시…오락가락 행정에 가맹점 문제까지

 

상권 침체가 계속되자 서울시는 400억 원 규모의 이태원상권회복상품권을 발행했다. 이태원상권회복상품권은 서울사랑상품권 가맹점인 용산구 6개 동(이태원 1·2동, 한남동, 보광동, 서빙고동, 용산2가동)에서 사용 가능하다. 

 

긴급 저리대출도 시행했다. 업체당 최대 3000만 원, 연 2.0% 고정금리로 1년 거치 4년 균등분할상환 조건이다. 유태혁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부회장은 “(상품권 발행에 대해) 상인분들 반응이 좋다. 대출도 160명 정도가 받은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이태원상권회복상품권을 구입해 이태원 방문을 독려하는 분위기다. 2월 21일 류호정 의원(정의당)은 SNS를 통해 구매 인증 게시물을 남기며 상품권 구매를 독려했다. 상품권은 개인 식당뿐 아니라 프랜차이즈나 편의점, 마트, 와인판매점, 옷 가게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이태원상권회복상품권은 개인 식당뿐 아니라 프랜차이즈, 편의점 등 다양한 상점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사진=전다현 기자

 

문제는 이태원상권회복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이 명확하지 않다는 거다. 원칙적으로 서울사랑상품권 가맹점이라면 사용이 가능하지만, 실제 사용해보니 점주가 결제를 거부하거나 가맹 여부가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결제 방법을 모르거나 이태원상권회복상품권이 발행됐는지 모르는 상인들도 있었다. 

 

이태원상권회복상품권을 구매했다는 30대 D 씨는 “상권 회복에 도움이 되기 위해 일부러 상품권을 구매했는데, 막상 사용하려고 보니 자주 가는 식당들은 전부 상품권 사용이 불가능했다. 앱으로 가맹점을 찾을 수 있지만 정보가 정확하지 않다. 사용이 가능한 곳을 일부러 찾아야 한다는 점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3월 8일부터 판매된 2차 이태원상권회복상품권은 20% 할인된 가격으로 월 최대 70만 원까지 구매할 수 있다. 사진=티머니 페이 페이지 캡처

 

온라인에 서울사랑상품권 가맹점으로 표시됐지만, 실제론 가맹점이 아닌 경우도 있다. 기자가 온라인상 가맹점으로 표시된 식당에서 상품권으로 결제를 시도했지만 “상품권 사용이 불가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결제가 가능한 상점이어도 종업원이 결제 방법을 몰라 시간이 지체되기도 했다. 

 

20대 E 씨는 “지인들과 일부러 이태원에서 만났는데, 방문한 가게들이 전부 상품권 결제가 안 됐다. 인터넷 정보도 정확하지 않아서 상품권을 사용하려면 미리 가게에 전화해서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상인 F 씨 역시 “우리 가게가 상품권 가맹점이긴 하지만, 막상 상품권으로 결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무래도 상품권 사용이 번거롭긴 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오락가락 행정도 문제다. 서울시는 당초 100억 원 규모의 상품권을 10% 할인해 올해 1월 10일부터 7월 10일까지 판매할 예정이었지만 2월에 돌연 판매를 종료했다. 이후 3월 8일부터 20%를 할인해 300억 원 규모의 상품권을 다시 발행했다. 1차 구매자에겐 형평성을 고려해 사용한 금액의 10%를 환급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가 당초 계획한 이태원상권회복상품권 판매 방식. 10% 할인 가격으로 7월까지 판매 예정이었으나 2월에 종료했다. 사진=서울특별시

 

서울시는 예상보다 판매가 저조하다는 이유로 할인율을 20%로 높여 2차로 이태원상권회복상품권 발행을 시작했다. 사진=서울특별시

 

#서울시 “유인 효과 기대”…전문가 “상인들 자체 노력도 필요”

 

1차에 100억 원 규모로 발행한 이태원상권회복상품권은 26억 7600만 원이 판매됐지만, 2차에선 3월 16일 기준 139억 3276만 원이 판매됐다. 서울시는 특별교부금을 용산구에 지급하는 형태로 예산을 충당했다. 상품권 발행 금액의 20%를 온전히 서울시에서 부담하는 구조다. ​서울시는 올해 6월 이태원상권회복상품권으로 인한 경제 효과를 분석한다는 계획이다. ​

 

서울시 소상공인 담당관은 “1차 판매율이 예상보다 낮아 할인율을 대폭 높여 2차 판매를 진행했다. 가맹점인데도 결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 부분은 민원이나 제보를 받고 현장조사를 나간다. 결제를 거부한 경우도 사유를 알아보고 조사한다. 가맹점은 카드 수수료 비용이 들지 않고, 소비자는 20% 할인을 받는 거니 유인 효과도 있을 거라고 본다. 용산구에서도 가맹점 확대를 위해 대규모 홍보와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태원 상권을 살리기 위해선 지자체뿐 아니라 상인들의 자체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효과를 보기 위해선 서울사랑상품권 가맹점을 온라인으로 명확히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가맹점으로 가입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서울시 세금으로 20%를 지원해주는 것은 굉장히 큰 사업이다. 이 혜택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에만 기대지 않고 상인들의 자체적인 홍보와 노력도 필요하다.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 이벤트나 특별한 기획을 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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