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신한투자증권이 480억 원 규모의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와 관련해 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신한투자증권 법인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나오면서, 판매사 세 곳이 신한투자증권과 라임자산운용에 제기한 구상권 청구 소송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투자원금 전액을 배상한 미래에셋증권과 우리은행, 하나은행은 라임과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계약을 맺은 신한투자증권이 펀드 부실을 숨겼다며 구상권을 청구했다. 세 판매사의 청구액을 합하면 1100억 원이 넘는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15일 1심 선고 재판에서 벌금 50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앞서 1심 판결이 나온 KB증권(벌금 5억 원), 대신증권(벌금 2억 원)과 비교하면 상당히 가벼운 처벌이다. 임직원인 임일우 전 PBS본부장이 라임 일당과 공모한 혐의를 받으며 라임펀드 재판에 넘겨진 금융사 임직원들 가운데 가장 무거운 처벌을 받은 것과 대조된다.
라임 사태 관련 주요 책임자 중 한명으로 지목된 임 전 본부장은 2021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8년에 벌금 3억 원이 확정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임 전 본부장은 신한투자증권 자금 50억 원을 들여 리드 전환사채를 인수하고 그 대가로 자신이 운영하는 주식회사를 통해 수수료 명목으로 1억 6500만 원을 수수했다. 또 이종필 전 부사장과 함께 34개 무역금융펀드를 설정하고 운용했으며, 부실이 발생했음을 인지하고도 은폐하고자 펀드 구조를 변경했다.
1심 재판부는 신한투자증권에 대해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임 전 본부장의 위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상당한 주의와 감독 의무를 이행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불건전 영업행위 혐의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임 전 본부장이 라임자산운용과 공동으로 실행한 영업행위에 대해 신한투자증권을 양벌규정으로 처벌하면 신한투자증권은 수범자(법적용 대상자)가 아님에도 처벌 받는 결과가 된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한투자증권의 유죄 근거에 대해 △임일우 전 본부장이 라임자산운용과 함께 무역금융펀드를 설정하고 판매활동을 공동으로 수행, 운영지시까지 내리는 등 중개업무를 수행한 것을 넘어 라임자산운용과 공동으로 집합투자업을 영위한 점 △부실 사실을 알고도 펀드 구조 변경을 실행한 점 △펀드의 제안서 내용상 펀드가 해외무역금융펀드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언급돼 투자자가 실제 펀드 구조를 이해하기 어려웠던 점 등을 들었다.
이어 “임 전 본부장을 비롯한 PBS사업본부 직원들이 라임 무역금융펀드 출시와 판매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동기는 인센티브 취득이며, 실제로 신한투자증권 PBS본부의 2017년 성과 수익 305억 원 중에서 라임과의 스와프계약 체결에 따른 수익이 205억 원에 이르는 등 그 비중이 절대적”이라며 “인센티브 산정 방법에 비춰보면 이 같은 행위로 인해 신한투자증권이 상당한 이익을 얻었으며, 임 전 본부장의 행위는 신한투자증권을 위한 행위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임일우 전 본부장은 2019년 상반기 신한투자증권에서 가장 많은 연봉(12억 7000만 원)을 수령한 바 있다. 급여는 1억 6800만 원이었으나 상여로만 10억 6600만 원을 받았다.
다만 재판부는 신한투자증권이 투자자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투자자들에게 투자금 425억 원 중 420억 원을 반환하는 등 손해보전을 위해 노력한 점을 양형 사유로 들었다. 결국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100% 반환 결정을 수용했다는 점이 신한투자증권에 유리하게 작용한 셈이다. 금감원 분조위는 2020년 6월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대상’이라고 판단하고 전액 반환을 결정했다.
그러나 금융당국 권고를 수용해 전액 반환을 결정한 우리은행, 하나은행, 미래에셋증권 등 다른 판매사들과의 구상권 청구 소송이 남았다. 다른 판매사 세 곳은 라임자산운용과 TRS(총수익스와프)계약을 맺고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제공한 신한투자증권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판매사들은 구상권 청구 소송을 추진하면서 금감원 조사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금감원은 2020년 2월 ‘라임과 신한투자증권이 2018년 11월 주요 투자자산인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 펀드의 부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공모해 운용방식을 변경해 은폐하고 펀드를 지속 판매했다’고 조사결과를 밝히고 이를 검찰에 통보한 바 있다.
가장 먼저 소송을 진행한 곳은 미래에셋증권이다. 미래에셋증권은 2021년 4월 신한투자증권에 구상권을 청구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2022년 1월 비교적 늦게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한 판매사 관계자는 “라임 사태로 회사에 손실이 발생한 이상, 라임자산운용이나 신한투자증권에 구상권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배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우리은행은 금융위원회가 라임펀드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2022년 11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게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의결한 탓에 셈법이 복잡했다. 금융당국 제재를 수용하면 지난해 말부터 거세진 금융당국의 압박을 피할 수 있는 반면, 손 회장의 연임이 어려워지고 신한투자증권에 제기한 구상권 청구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결국 손 회장은 지난 1월 18일 연임을 포기의사를 밝혔고, 지난 2월 초 라임펀드 제재에 대한 행정소송 또한 나서지 않기로 했다.
판매사들은 라임사태가 절정에 치달으며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할 때만 해도 신한투자증권의 문제를 강력하게 지적했지만, 이번 신한투자증권 판결을 두고는 온도 차이가 감지된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라임사태가 마무리되는 상황이라 현안과 멀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구상권 청구 소송은 법무법인이 담당하고 있어 회사에서 별도로 모니터링하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반면 다른 판매사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구상권 청구 소송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법률적인 부분이라 판결이 나기 전까지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분명 신한투자증권은 라임 판매 원흉 중 하나이며, 라임이 파산한 탓에 피해를 본 판매사들은 라임과 공모해 사기에 가담한 신한투자증권에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구상권 청구 소송은) 기관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이고, 계속해서 대응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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