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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정 승계 핵심'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리브랜딩 승부수 '삐끗'

대대적 리뉴얼 감행했지만 소비자 반응 싸늘…이니스프리 "캠페인 초반, 좀 더 지켜봐야"

2023.03.16(Thu) 11:36:24

[비즈한국] 아모레퍼시픽이 대대적 이미지 변신에 들어갔다. 특히 승계 작업에 중요한 키를 쥔 이니스프리 살리기에 투자를 집중하는 모습이다. 계속해서 실적 부진을 겪는 이니스프리에 과감한 리브랜딩 전략을 적용하며 분위기 전환을 모색 중인데, 기대와 달리 소비자 반응은 냉담하다. 

 

5년 만에 새롭게 바뀐 이니스프리의 로고(오른쪽). 이니스프리는 새 로고에 알파벳 대문자와 소문자를 섞어 사용해 에너지 넘치고 자신감 있는 이미지를 담아냈다고 설명한다. 사진=이니스프리 페이스북

 

#‘바꿀 수 있는 것 다 바꾼다’ 실적 반등 꾀하려 대대적 리브랜딩 

 

최근 아모레퍼시픽이 설화수, 이니스프리 등 자사 브랜드를 리브랜딩 했다.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는 대표 제품인 윤조 에센스를 5세대에서 6세대로 업그레이드하며 제품 패키지를 새롭게 디자인했다. 한자 표기는 영문으로 변경하고, 감색 컬러는 오렌지색으로 바꿨다.

 

이니스프리는 자연 친화적 이미지를 담아냈던 로고를 현대화된 그래피티 스타일로 변경했다. 브랜드 컬러는 채도를 높인 밝은 녹색으로 바꾸고, 이니스프리가 론칭 초기부터 강조했던 ‘제주’ 콘셉트 대신 환상과 자유가 가득한 가상의 섬 세계관 ‘뉴 아일(New Isle)’을 도입했다. 

 

아모레퍼시픽이 대대적 리브랜딩에 들어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실적 부진을 개선하기 위한 승부수다. 아모레퍼시픽은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매출 하락을 겪고 있다. 2018년만 해도 6조 782억 원이던 매출이 지난해에는 4조 4950억 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5495억 원에서 2719억 원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소비층을 넓히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니스프리의 리브랜딩에는 큰 공을 들인 눈치다. 설화수가 제품 용기 디자인이나 광고 모델을 변경하는 수준의 리뉴얼을 진행한 것에 비해 이니스프리는 바꿀 수 있는 모든 것을 바꾼 수준이다. 브랜드 로고부터 정체성, 키 컬러 등에 변화를 주고, 오프라인 매장의 인테리어까지 뜯어고치는 중이다.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자연주의 중심 이미지에서 도전, 개척 정신 등을 더한 브랜드 철학을 견고히 하기 위해 브랜드 변화를 꾀했다”며 “현재 전 매장의 인테리어 변경도 목표로 하고 있다. 매장의 상태나 환경, 점주의 희망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니스프리의 리브랜딩으로 실적 반등 효과를 꾀하고 있다. 2016년 이후 계속해서 매출이 하락하고 있는 이니스프리의 심폐 소생에 나서는 것이다. 2016년 7679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니스프리는 2022년 매출액이 2997억 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도 2016년 1965억 원에서 2022년 324억 원으로 급감했다.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올해 달라진 캠페인 방향성을 시장에 도입해 활용하면서 실적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 용산의 아모레퍼시픽 본사.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실적 부진을 개선하기 위해 설화수, 이니스프리 등의 브랜드를 새롭게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이니스프리 지분 ‘승계 재원’으로 활용 예측 

 

업계에서는 이니스프리의 실적이 그룹 경영승계와 관련성이 높다고 본다. 이니스프리가 줄곧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장녀 서민정 아모레퍼시픽 럭셔리브랜드 디비전 AP팀 담당의 승계자금 제공 창구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장녀인 서민정 담당은 현재 이니스프리 지분 18.18%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에뛰드(19.5%), 에스쁘아(19.52%) 주식 전량을 처분했지만 이니스프리 지분만은 남겼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서 담당은 현재 이니스프리 지분 18.18%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에뛰드(19.5%), 에스쁘아(19.52%) 주식 전량을 처분하면서도 이니스프리 지분만은 남겼다. 서 담당이 서 회장의 아모레G 지분 53.78%를 증여받을 때 이니스프리 지분을 매각해 증여세 등의 승계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니스프리의 실적이 개선돼야 기업 가치가 오르고, 서 담당이 보유한 지분 가치도 높아진다. 이 때문에 아모레퍼시픽은 줄곧 이니스프리의 수익성 개선에 집중해왔다. 3년마다 대표를 교체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며 효율화 작업을 이어갔다. 그래도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이제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수준의 과감한 리브랜딩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확 바뀐 이니스프리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싸늘하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니스프리 매장과 로고 등 리뉴얼 전후를 비교하는 사진이 게시됐는데, 약 900개의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이 부정적 의견이다.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바뀐 로고와 디자인을 적용한 이니스프리 매장. ​소비자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사진=박해나 기자


소비자의 거부감이 높아 리브랜딩이 실패한 사례는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주스업체 트로피카나는 2009년 올드한 이미지를 벗기 위해 오렌지주스의 팩 디자인을 변경했다. 뚜껑 모양을 바꾸고, 패키지의 폰트도 심플하게 변경해 젊은 느낌을 강조했다. 하지만 소비자 반응은 부정적이었고, 이후 2개월 동안 판매량이 20% 이상 하락해 결국 기존 패키지로 복귀했다. 

 

글로벌 의류 브랜드 ‘GAP’은 2010년 브랜드 리뉴얼을 하며 20년간 고수했던 로고를 새롭게 디자인해 선보였다. 하지만 기존 로고에 대한 친숙함이 사라진 고객 사이에서 부정적 평가가 이어졌고,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여론까지 형성됐다. 결국 약 100억 원을 들여 만든 GAP의 새 로고는 1주일 만에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리브랜딩이 올드한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는 최선의 방법으로 여겨지지만, 소비자 거부감이 높을 경우 그간 쌓아온 신뢰마저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화장품은 고관여 제품(소비자가 구매까지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이는 제품)이다. 특히 기능성 등의 효과를 중시해 브랜드 신뢰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니스프리는 소비자가 리브랜딩 전후를 바로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정체성이 뚜렷했던 브랜드다. 바뀐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가 낮아지면 구매력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니스프리는 리브랜딩에 대한 여론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현재 캠페인 초반인 만큼 고객들도 새로워진 디자인이나 환경을 새로운 시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다양한 의견이 공존한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니스프리 리브랜딩과 서민정 담당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서 담당이) 이니스프리 소속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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