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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패피 탐사대⑤] '안전성 논란' 염색약, 염색샴푸는 왜 그냥 하수로 버릴까

'유전독성' 원료 금지할 지경인데도 생활하수로 방류…전문가 "별도 폐기 방안 마련해야"

2023.03.14(Tue) 18:47:11

[비즈한국] 패션 산업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산업’ 2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지만, 한국에서 이 같은 상황을 바꿀 논의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기후 위기 시대가 도래해 세계 각국과 글로벌 기업이 경영 방식까지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데도 말이다. ‘패션피플(패피)’은 ‘최신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트렌드에 민감한 이들은 ​패스트 패션을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비치지만, 이제는 환경과 기후위기 문제를 인식하고 이에 기반해 소비하는 ‘그린 패피’로 달라지고 있다. ‘그린 패피 탐사대’는 새로운 패피의 눈으로 패션을 비롯한 일상의 환경 문제를 파헤치고 그 대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시크릿 투톤’, ‘발리아쥬’, ‘옴브레’ 염색 등 다양한 톤으로 염색한 헤어스타일은 최신 트렌드가 됐다. 헤어디자이너 A 씨는 “염색 트렌드는 매년 변한다. 이전에는 자연스러운 갈색 톤이 인기였다면 올해는 팬톤 컬러를 이용한 시크릿 투톤이나 밝은 계열 염색이 인기 있는 편이다. 염색의 인기는 꾸준하다. 매년 염색시술을 받는 고객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머리 염색의 색과 기법이 다양해지면서 염색약과 염색샴푸 사용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원료 성분에 유전독성이 포함되는 등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사진은 다양한 헤어 염색제품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전다현 기자

  

염색의 색과 기법이 다양해지면서 염색약과 염색샴푸 사용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성 논란은 줄어들지 않는다. 염색약이나 염색샴푸 원료에 유해 물질이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2020년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성분 검사를 시행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적다는 비판이 나온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염색약과 염색샴푸가 사용 후 씻어내는 ‘세정제’이기 때문에 위해성이 없다고 말하지만, 문제는 배출 시에도 별도 폐기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산업시설 폐수와 달리 미용실이나 일반 가정에서 사용한 염색약은 가정용 폐수와 섞여 하수처리장으로 흘러가는 구조다.

 

#염색약·염색샴푸 안전성 논란 계속…식약처 “일부 원료에 유전독성 있어”

 

2월 21일 식약처는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다. 염모제 성분 5종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규정한 것이다. 식약처는 △o-아미노페놀 △염산 m-페닐렌디아민 △m-페닐렌디아민 △카테콜 △피로갈롤 성분이 유전자 손상이나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독성이라고 판단했다. 식약처는 “5종 성분은 ‘유전독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에 따라 사전 예방적 차원에서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용금지 목록에 추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유전독성 가능성이 있는 염모제 원료 5종(△o-아미노페놀 △염산 m-페닐렌디아민 △m-페닐렌디아민 △카테콜 △피로갈롤​)의 사용을 금지했다. 2023년 8월 22일부터 제조와 수입이 금지된다. 자료=식약처

 

이 성분들이 당장 사용 금지되거나 폐기되는 건 아니다. 식약처가 금지한 원료 5종은 현재도 염색약과 염색샴푸 등에 사용되고 있다. 해당 성분이 포함된 제품은 고시 개정일로부터 6개월 후인 2023년 8월 22일부터 제조와 수입이 금지된다. 이미 제조된 제품은 2025년 8월 21일까지 판매 가능하다. 식약처는 이들 성분이 들어간 제품 정보도 올해 8월 전까지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셀프 염색을 자주 한다는 20대 B 씨는 “작년 뉴스를 보고 나서 금지 원료가 들어 있는 제품이 뭔지 궁금했는데 찾아보기 어려웠다. 바로 해당 제품을 공개해야 하는 게 아닌가. 유전독성이 있는 제품을 2025년까지 판매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염모제 정기위해평가를 진행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순차적으로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금지된 성분 5종은 1차 평가에 따른 결과로, 2차 평가에서는 성분 8종의 위해성이 추가로 밝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8종 원료에 대해선 아직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에 금지된 5종 원료는 유전독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와 조치한 것이다. 평가는 계속 진행 중이다. 추가로 위해성이 드러나면 사용금지 등 후속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샴푸로만 머리를 감아도 염색 효과가 있다는 ‘염색샴푸’ 역시 안전성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식약처는 염색샴푸에 포함된 1, 2, 4-트리하이드록시벤젠(THB)이 유전독성이 있고, 피부 감작성 우려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업계 반발로 갈등이 일면서 THB를 사용한 염색샴푸의 광고와 판매는 여전히 가능한 상황이다.

 

#하수로 흘러가는 유전독성 물질, “폐기 규정 마련해야”

 

업계에서는 염색약, 염색샴푸 등이 ‘세정제’이기 때문에 잔류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한다. 사용 시간이 길지 않고, 사용 후 물로 헹구기 때문에 원료가 잔류하지 않아 위해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유전독성 성분이 포함된 염색약이더라도 배출 시 별도 폐기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30대 C 씨는 “사용하지 않은 오래된 염색약이 있는데 어떻게 버려야 할지 모르겠다. 하수구로 흘려보내기엔 찜찜하다. 사용설명서에는 씻어 버리라는 내용만 있다”고 말했다. 20대 D 씨는 “염색 머리가 유행하면서 1년에 2~3번은 탈색과 염색을 했었는데, 최근에는 환경오염이 걱정돼 자제하고 있다. 염색약이 환경에 피해를 준다는 이야기는 쉽게 볼 수 있는데 정작 사용한 후 어떻게 버리라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염색약이나 염색샴푸 등은 화장품으로 분류된다. 환경부 생활폐기물과 관계자는 “화장품 용기에 남은 액체 등은 종량제 봉투에 버리는 생활폐기물이다. 약품이나 접착제 등 일부 품목은 환경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별도로 규정하지만, 그 외 폐기물은 대부분 분리배출 지침으로 운영하고 있다. 별도 규정이 없으면 종량제 폐기물로 버리면 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염색약과 염색샴푸는 사용 후 씻겨져 하수로 흘러간다. 사용하지 않고 일반쓰레기로 버려지는 제품을 제외하면, 생산된 모든 염색약이 하수구로 버려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거나 대안이 제시되는 경우는 없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법령으로 정해진 건 아니지만 사용하지 않은 염색 제품 등을 버릴 때는 하수로 버리지 않고 통째로 종량제 봉투에 버리라고 안내하고 있다. 염색약에 유해 물질이 있다는 우려가 있고, 이 때문에 대량으로 폐기할 때는 그나마 위해성이 적은 방식으로 폐기하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사용 후 하수에 버려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로 규정하거나 논의를 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하남시 공공하수처리장의 총인처리수조 모습. 생활하수는 공공하수처리장으로 흘러와 한강에 방류된다. 이는 설비 용수나 화장실 세정수로도 쓰인다. 사진=전국환경시설노동조합​ 제공

 

전문가들은 유전독성 논란이 있는 만큼 염색약에 대한 명확한 폐기 규정을 만들고, 하수 처리 조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승준 부경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는 “하수 처리를 통해 100% 유독물질을 제거하는 건 불가능하다. 염색약으로 인한 오염, 위해성 등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공공하수처리시설 관계자는 “염색공장 등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폐수는 별도로 신고해서 처리한다. 그런데 생활하수는 구분 없이 전부 하수처리장으로 온다. 일반 가정에서 염색약 등 오염물질을 버려도 제재하거나 구분할 수 없다. 하수처리시설마다 각기 다른 공법으로 폐수를 처리하는데, 해당 처리시설에서 정해진 공법대로 평소처럼 처리한다. 화학 처리 후 한강으로 방류하는 구조다. 하수로 유독 물질을 버리더라도 현실적으로 이를 막을 수 없는 구조기 때문에 명확한 폐기 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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