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다트(DART)’는 상장법인들이 제출한 공시서류를 즉시 조회할 수 있는 종합적 기업 공시 시스템이다. 투자자 등 이용자는 이를 통해 기업의 재무정보와 주요 경영상황, 지배구조, 투자위험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다트 홈페이지에서는 ‘많이 본 문서’를 통해 최근 3영업일 기준 가장 많이 본 공시를 보여준다. 시장이 현재 어떤 기업의 어느 정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인 셈이다. 비즈한국은 ‘지금 이 공시’를 통해 독자와 함께 공시를 읽어나가며 현재 시장이 주목하는 기업의 이슈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내고자 한다.
올해 들어 2차전지 관련주의 상승세가 도드라진 가운데, 에코프로그룹의 상장사 세 곳의 주가가 급등하며 코스닥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2차전지 대장주로 불리는 에코프로비엠은 2022년 1월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제치고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에 오른 이후 자리를 굳히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올해만 127% 주가가 급등했다.
에코프로비엠 지분 45.58%를 보유한 모회사 에코프로 또한 올해 들어 주가가 3배 이상 급등하면서 14일 오후 2시 기준 시총 상위 2위(9조 7336억 원)에 올랐다. 2021년 에코프로에서 환경사업을 인적분할해 설립된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연초 4만 5000원이던 주가가 지난 3월 13일 종가 기준 7만 3500원까지 올랐다.
에코프로 삼형제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다트 홈페이지 ‘많이 본 문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9일 공시된 에코프로비엠의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 보고서’는 지난 주말 동안 상위 5위권에 들었고, 14일에도 20위 안에 자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김병훈 에코프로 대표이사와 김명선 에코프로NH 사외이사는 각각 2만 6000주, 760주 장내매도 했다.
에코프로 삼형제의 주가 상승은 2차전지 종목의 강세에 풍부한 호재가 더해진 영향으로 보인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의 주가 상승 이유로 “삼성SDI 등 고객사의 신규 투자계획 구체화 및 장기 공급 계약 체결 기대감 상승”을 꼽고 “이익 추정치 상향의 근거는 가팔라진 삼성SDI의 전기차용 2차전지 탑재량 증가세, SK온의 올해 전지 출하량 가이던스의 반영”이라고 전했다.
에코프로 역시 유럽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인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 발표를 앞두고 14일 SK에코플랜트, 테스 등과 ‘유럽 지역 배터리 재활용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주가 상승세를 이어갔다. CRMA에는 폐배터리 재활용 의무화 조항 등이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에코프로그룹은 에코프로가 지분 69.3%를 보유한 자회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유가증권시장 상장도 준비 중이다. 에코프로그룹은 지난해 3월 2026년까지 7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을 공식화한 바 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2차전지 양극재 핵심소재인 전구체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2017년 에코프로와 중국 GEM이 합작해 설립했다.
시장에서는 에코프로그룹의 네 번째 상장사이자 첫 번째 코스피 상장사가 될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기업가치 조 단위 이상인 ‘대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일각에서는 상장 시 기업가치를 최대 3조 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에코프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에코프로비엠 신규 투자에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비엠의 견고한 상승세가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상장에 힘을 실으면서 증권가가 바라보는 에코프로그룹의 전망도 밝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상반기까지 부진한 실적이 예상되나, CAM5N/7의 생산이 본격화되는 하반기부터 출하량이 크게 증가하고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전기차 수요도 강하다”고 분석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을 ‘역사에 남을 코스닥 주도주’라고 평가하며 “2010년 이후 시총 비중 5%를 넘은 종목들은 6.0%~7.5% 정도 반락했는데 시총 1위 에코프로비엠은 현재 추가 상승 여력을 남겨두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할 부분도 있다. 이동채 전 에코프로그룹 회장의 동일인 지정과 기관 및 외국인의 매도세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은 지난 2월 에코프로비엠 주식 669억 원어치를 순매도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매도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이 밝은 전망 일색인 반면 외국계 증권사는 경고의 메시지를 내놓았다는 점도 에코프로그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맥쿼리증권은 지난 6일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팔아야 하는 3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 과도한 수주 기대감이 반영돼 단기간에 너무 빠르게 주가가 올랐다는 지적이다. 또 시장이 에코프로그룹의 수직계열화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에코프로그룹은 자산총액 5조 원을 넘어서면서 오는 5월 1일 대기업집단 지정을 앞두고 있다. 창업주이자 오너인 이동채 전 회장은 지난해 3월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 재판을 받고 있으나, 실질 지배력에 따라 총수로 지정될 전망이다. 이 전 회장은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해 11억 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0월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항소했다.
이 전 회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그의 친인척 소유 기업도 공시 대상에 포함된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만큼, 이 전 회장 개인 소유 회사와 친인척 회사가 공개되면 그룹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에코프로그룹 관계자는 “현재에도 성실히 공시 내용을 밝히고 있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돼 공시 범위가 넓어진다 할지라도 현재와 크게 다른 점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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