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상상력이다. 그것은 인류 문명을 발전시켜온 근본적인 힘이다. 오늘날 상상력이 가장 잘 구현되는 분야로는 영화가 꼽히지만, 예전에는 회화가 이를 이끌어왔다. 그래서 지금도 상상력을 기본으로 다루는 공상과학이나 호러 영화에서는 회화를 참고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금세기 미술의 가장 큰 동력도 상상력이다. 그런 경향은 우리 미술계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최근 2~3년 사이 한국 미술에서는 상상력의 확장이 주요 흐름으로 떠오르고 있다. 상상력을 환상적 이미지로 다루는 작가들이 이번 시즌에 절반 가까이 등장한 것은 최근 우리 미술계의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8에 소개한 작가 가운데 환상 이미지를 초현실적 분위기로 연출해 회화의 본질이나 자신의 주장을 담아내는 작가로는 전영기, 정영한, 김영일, 정관호, 류지선, 성애리가 있다.
전영기는 식물이나 파도 등의 이미지를 극사실 기법으로 묘사해 사물의 본질에 주목하는 작업으로, 정영한은 팝아트적 이미지를 통해 인터넷 가상공간의 의미를 추적하고 있다.
사진처럼 정교한 묘사로 쇼윈도를 그리는 김영일은 그곳에서 풍기는 공허한 느낌을 극대화해 소비의 허망함을 말하고 있다.
정관호는 바닷속 풍경과 지상의 자연을 교묘하게 결합하는 화면을 통해 어긋남의 조화를 바라는 사회적 염원을 담아냈고, 류지선은 의외의 사물이 엉뚱한 장소에 놓여 있는 연출을 통해 이상향에 대한 생각을 표현했다. 성애리 역시 어울리지 않는 사물을 결합해 고정 관념을 뒤집어버리는 회화로 상상력을 표출했다.
동화적 상상력을 동원해 일상에 지친 현대인의 마음을 다독이고, 긍정적 세계관을 향한 마음을 담아낸 작가로는 박정일, 박희정, 김은기, 별머핀, 안정모 등이다. 특히 이 흐름 작가들의 공통적 특징은 동물이나 사물을 캐릭터로 등장시킨다는 점이다.
박정일은 개나 고양이를 등장시켜 여행의 의미를 해석하는 작업이며, 바나나 작가로 알려진 박희정은 바나나의 이미지를 통해 누구나 그리워하는 아름다운 추억을 소환한다.
김은기는 축하 카드나 생일케이크 혹은 동화 속 캐릭터로 연출한 꽃다발로 행복 이미지를 확장하는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MZ세대다운 화명을 쓰는 별머핀 역시 돌고래 캐릭터로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보낸다.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연상시키는 안정모의 회화는 빌런으로 다시 태어난 토끼 캐릭터를 통해 우리 시대 슈퍼 히어로에 대한 열망을 표현하고 있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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