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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투자] 리먼 보고 놀란 가슴, SVB 보고 놀랄 필요는 없다

파산에도 국내 금융시장 영향은 '제한적'…단기 변동성 커진다면 매수 기회로 삼을 것

2023.03.13(Mon) 16:48:09

[비즈한국] 지난 주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으로 도배된 기사에 직장인 A씨는 심란해졌다. 과거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주식 투자에서 손실을 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우려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SVB 사태는 미국 금융시장을 또 한 번 출렁였다. 이번 달 21~22일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강력한 매파 발언을 내놓으면서 10일 발표된 미국 고용 보고서가 주목됐지만, 오히려 SVB 사태가 이를 묻어버렸다.

 

지난 주말 실리콘밸리은행(SVB)에서 뱅크런 사태가 발생하며 갑자기 파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 금융 시장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SVB는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으로, 주로 벤처기업에 대출을 해주는 은행이다. 이 은행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국채수익률이 낮아지자 미국 모기지 채권과 국채에 1280억 달러 가량 투자를 했다. 그러나 지난해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채권 가치가 떨어져 크게 손실을 입으며 예금 이자를 충당하기 어려워졌다. 여기다 스타트업의 업황 악화로 예금 인출이 늘어나면서 자금난을 겪어왔다. 이번 파산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무너진 워싱턴 뮤추얼(지난해 말 기준 자산규모 3070억 달러) 이후 가장 큰 규모(지난해 말 기준 자산규모 2090억 달러)다.

 

물론, SVB로 시작된 뱅크런이 다른 중소은행으로 이어질 경우, 은행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우려도 있다. 그러나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처럼 광범위한 미국 내 금융시스템으로 리스크가 확산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핵심은 SVB 사태가 여타 은행들의 문제로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지 여부인데, 그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SVB가 대형은행이 아닌, 미국 헬스 및 테크 관련 스타트업에 특화돼 있는 은행인 데다가 미국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 시장에 신뢰를 안기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인수 의향을 내비치기도 했기 때문에 SVB가 인수될 가능성도 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VB의 주요 고객이 실리콘 밸리 지역의 스타트업 또는 벤처캐피털 등 현금이 부족한 기업들이었기에 금리 상승 여파가 현금소진 및 뱅크런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짚었다.

 

이 같은 전망 때문인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었다. 코스피 지수는 13일 등락을 거듭하다 다시 상승을 거듭하며 2400선을 회복했다. 코스닥도 같은 날 낙폭을 축소하며 강보합 마감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 파산 증가가 증시에 무조건 부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했던 2008년 증시는 급락했지만 기업 파산 수가 가장 많았던 2009년, 2020년 증시는 오히려 급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업 파산 자체보다는 영향력 있는 대형 금융기관의 파산이냐 아니냐가 증시에 중요한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변 연구원은 “보통 기업 파산은 경기 악화와 침체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후행 지표이고, 기업 파산 이후 시장은 부실 리스크 완화와 동종 업계 생존 기업들의 점유율 상승 등을 야기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이번 이슈로 단기 변동성이 커진다면 개별 기업의 실적을 통해 옥석 가리기가 가능할 전망이다. 최근 주가가 실적이 아닌 기대감 때문에 오른 종목의 경우, 주가 조정에 취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데도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경우,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 여기에 금융시장은 물론, 경제를 짓눌러왔던 미국의 긴축도 제한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VB 사태는 단순히 지역은행의 파산이 아니라 금리가 본질”이라며 “제2의 SVB 혹은 SVB 사태가 실리콘밸리의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시기에 연준은 긴축에 대한 태도를 강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단기적으로 지켜봐야 할 변수들은 미국 신용 지표, 중견은행들의 주가 흐름, 미국 정부의 대응, 연준의 변화 가능성 등이다. 변준호 연구원은 “코스피는 최근 미 금리 급등과 SVB 사태로 하락하며 다시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이 0.84배까지 내려왔다”며 “좀 더 하락한다면 다시 0.8배에 근접하며 시스템 리스크로의 전이가 되지 않는 이상 재차 밸류에이션 메리트가 부각될 수 있는 레벨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경제학자 버턴 말킬은 술 취한 사람의 걸음걸이처럼 주가를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불확실성은 우리에게 두려움을 주는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나 ‘패닉 셀(Panic Sell)’에 동참하기보다는 차분히 기다려보자. 시장 분석을 토대로 여러 종목에 분산해 장기간 투자해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던 말이 빛을 발휘할 시간이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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