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요즘 과학 유튜브, 과학 뉴스 속에서 이상한 소문이 들린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기존 빅뱅 이론을 부정하는 충격적인 발견을 해냈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오랫동안 현대 우주론의 근간이었던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표준 모델까지 부정하는 새로운 증거가 나타났다며 호들갑을 떤다. 정말 그럴까?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이번 발견은 아주 놀라운 것이지만, 빅뱅 이론은 여전히 건재하다. 최근 많은 오해를 받고 있는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새로운 발견의 의미를 정리해본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발견한 흥미로운 원시 은하들을 소개한다.
#대체 무엇을 발견했기에?
일단, 이번 호들갑 사태의 원인이 된 네이처 논문의 내용을 살펴보자. 최근 천문학자들은 제임스 웹을 통해 아주 먼 거리에 떨어진 은하 여섯 개를 새롭게 포착했다. 먼 천체의 빛은 우주 팽창과 함께 파장이 길게 늘어진다. 파장이 늘어난 정도, 적색편이를 측정하면 이 천체의 빛이 얼마나 오래전에 출발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놀랍게도 이 은하들의 적색편이는 대략 7~9 정도. 이는 이 은하들의 빛이 무려 133억~131억 년 전에 출발했다는 뜻이다. 우주의 나이가 138억 년! 다시 말해 이 은하들은 빅뱅과 함께 우주가 탄생한 후 겨우 5억~7억 년밖에 안 된 아주 어린 시기의 은하란 뜻이다.
이번 발견의 핵심은 이 초기 우주의 은하들이 예상을 뛰어넘어 훨씬 밝다는 것이다. 은하가 밝다는 건 그만큼 그 안에 별이 많이 모여 있다는 뜻이다. 즉 은하가 더 밝을수록 더 무겁다. 관측된 밝기와 스펙트럼으로 추정된 여섯 개 초기 은하들은 놀랍게도 태양 질량의 100억 배가 넘는다. 가장 무거운 것은 심지어 질량이 태양의 1000억 배에 달한다. (태양 질량의 3000억 배 정도의 질량을 가진 우리 은하에 견줄 만한 규모다.)
문제는 이들이 너무나 어린 우주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발견이 사실이라면, 우주가 탄생하고 나서 10억 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기간에 태양 질량의 100억에서 1000억 배에 달하는 꽤 육중한 은하들이 반죽된 것이다. 초기 우주에 이미 덩치 큰 은하들이 많이 존재했다는 것인데, 이는 기존의 모델과 시뮬레이션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비유하자면 세균 화석 정도나 기대했던 선캄브리아시대 지층에서 복잡하게 진화한 인간 화석이 발견된 것과 같다.
제임스 웹은 이보다도 더 이른, 빅뱅 이후 2억 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존재한 초기 은하들까지 연이어 발견했다. 그래서 얼핏 보면, 이번 발견은 우주가 138억 년 전에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하는 빅뱅 이론 자체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처럼 오해될 수 있다.
먼 옛날부터 이미 꽤 완성된 은하들이 존재했다는 건, 우주가 아주 먼 옛날부터 계속 변함없이 지금의 모습에 가깝게 존재했던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게 만든다. 빅뱅은 벌어지지 않았고 우주가 오래전부터 지금의 모습을 계속 유지해왔다는, 이제는 사장된 프레드 호일의 ‘정상 우주론’도 떠오른다. 그래서 이번 발견이 오늘날의 표준 우주 모델,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Λ, 람다)를 모두 포함하는 ΛCDM 모델 자체를 부정하는 발견처럼 오해하는 듯하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빅뱅 이론과 어긋나는 게 아니라면?
사실 이번 발견에는 한 가지 중요한 함정이 숨어 있다. 은하의 질량을 재는 건 굉장히 까다롭다. 특히나 멀리 떨어져 흐릿한 얼룩으로 보이는 먼 은하들은 그 질량을 파악하는 게 참 난감하다. 그래서 보통은 대충 관측된 은하의 전체 밝기와 빛의 스펙트럼 분포를 통해, 은하 속 별의 개수와 질량을 추정할 뿐이다.
은하에는 태양보다 훨씬 가벼운 별부터 더 무거운 별까지 다양한 질량의 별이 태어난다. 한 은하 속에 가볍고 무거운 별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 별의 질량에 따른 개수를 비교할 수 있다. 이렇게 한 은하 속에서 탄생한 별들의 질량에 따라 히스토그램을 그린 것을 ‘초기 질량 함수(IMF, Initial Mass Function)’라고 한다. 보통은 태양보다 가벼운 별들로 갈수록 그 개수가 훨씬 많다. 반면 태양보다 더 밝고 무거운 별은 개수가 현저하게 적다. 가벼운 별부터 무거운 별로 갈수록 히스토그램의 기울기가 얼마나 가파르게 내려가는지가 IMF의 형태를 결정한다. 즉 IMF는 한 은하에서 살아가는 별들의 ‘인구 구성 분포’를 보여주는 지표인 셈이다.
문제는 은하의 밝기가 같아도 은하를 구성하는 별들의 질량이 어떻게 분포하는지, 즉 IMF가 어떤 모양인지에 따라 은하의 질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은하가 대부분 질량이 가볍고 어두운 별로 채워져 있는데 전체 밝기가 밝으려면 어두운 별들이 아주아주 많아야 한다. 어두운 별 개개의 질량은 비록 가볍지만, 개수가 아주 많아지면 전체 질량이 크게 무거워진다. 반면 은하에 무겁고 밝은 별이 훨씬 많다면 전체 밝기를 채우기 위해선 밝은 별 몇 개만 있으면 된다. 물론 밝은 별은 무겁지만 개수가 적기 때문에 은하의 전체 질량은 그렇게 무거워지지 않는다. 이처럼 은하의 밝기가 같아도 어떤 IMF를 적용하는지에 따라 측정되는 은하의 질량이 달라진다.
IMF는 은하의 규모나 모양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하지만 현재까지 가까운 우주에서 연구된 바에 따르면 대부분 엇비슷한 분포를 보인다. 그런데 빅뱅 직후 초기 우주 때에도 은하들의 IMF가 똑같았을 것이라 단언할 수 없다. 빅뱅 직후에는 기껏해야 수소와 헬륨만 존재했다.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초신성이 터지면서 무거운 원소가 채워졌고, 우주의 화학 조성도 변했다. 즉 초기 우주와 지금의 우주에선 별을 반죽할 때 사용하는 별 먼지의 재료 구성 자체가 변했다는 뜻이다.
우주 전체를 구성하는 화학 조성이 크게 달랐다면, 별이 반죽되는 과정에도 큰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가스 덩어리가 얼마나 더 빠르게 반죽될 수 있었는지, 핵융합의 불씨가 타오를 수 있는 온도의 기준이 과연 똑같았을지 고민해야 한다. 또 성간 자기장과 같은 요소들도 별을 반죽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재밌게도 우리가 태초의 우주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미스터리한 암흑 물질, 암흑 에너지를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암흑의 존재들은 오히려 아주 간단하게 움직인다. 단순히 중력에 따라 모이고 움직이는 투박한 암흑 물질은 차라리 시뮬레이션으로 구현이 간단하다. 반면 원자로 구성된 일반 물질을 구현하는 것이 더 까다롭다. 원자로 이루어진 가스 덩어리는 너무나 복잡하게 요동친다. 자기장과 열 압력 등 다양한 요소로 난류가 소용돌이 친다. 이런 유체역학적 요소, 성간 자기장 등 다양한 요소를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된 건 최근이다. 그리고 아직 완벽하지 않다.
실제로 최근에는 이러한 가정을 적용해, 새로운 시뮬레이션으로 초기 우주에서 발견된 덩치 큰 은하들의 형성을 재현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아직은 제임스 웹이 발견한 수준의 질량까지는 완벽하게 채우지 못했지만, 기존 모델에서 구현한 것보다 훨씬 덩치 큰 은하를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이 새로운 시뮬레이션 역시 기존의 빅뱅 이론과 ΛCDM 모델을 그대로 적용한 틀 안에서 구현된 것이다.
초기 우주의 은하와 요즘의 은하 속에서 별의 탄생과 죽음의 과정이 조금 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은 제임스 웹의 또 다른 관측 결과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앞서 2016년 허블 우주망원경은 당시 가장 먼 은하 중 하나였던 은하 GN z11을 발견했다. 은하의 이름에서 알파벳 z 뒤에 붙은 숫자 11은 적색편이 정도를 나타낸다. 당시 허블이 추정한 이 은하의 적색편이는 약 11.09였다. 이는 빅뱅 직후 4억 년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 존재한 은하란 뜻이다.
그러나 당시 GN-z11은 이번에 제임스 웹이 발견한 여섯 개의 은하들만큼 혼란을 일으키진 않았다. 우리 은하 질량의 겨우 1%밖에 안 되는 왜소한 은하였기 때문이다. 이제 막 빚어진 어린 초기 은하에 걸맞게 질량이 작고 가벼웠기에 GN-z11의 첫 발견은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제임스 웹은 GN-z11을 다시 관측했다. 더 선명한 적외선 스펙트럼 관측을 통해 정말로 이 은하가 빅뱅 이후 4억 년밖에 안 된 초기 우주의 은하가 맞는지를 검증하기 위해서다. 제임스 웹은 먼 은하의 스펙트럼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아주 깔끔한 스펙트럼을 얻었다! 그리고 그 스펙트럼의 파장이 얼마나 긴 쪽으로 치우쳤는지 적색편이 정도를 다시 확인했다! (지난 글에서 소개한 라이먼 브레이크가 여기서 사용되었다.)
이번 제임스 웹의 새로운 관측 결과, GN-z11의 더 정확한 적색편이는 약 10.6으로 줄었다. 앞서 허블이 추정한 11.0보다 약간 줄어들었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분명 제임스 웹은 허블 때 추정한 거리에 비해 이 은하가 조금 더 우리와 가깝다는 것을 확인했다. 허블 때는 이 은하가 빅뱅 이후 4억 년 시점에 존재했다고 추정했지만, 이번 관측 결과 그보다 1억 년 더 지난, 우주 나이 5억 년일 때 존재한 은하로 보인다.
그런데 제임스 웹의 GN-z11 관측이 우리에게 던지는 예상치 못한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제임스 웹은 아주 놀라운 성능으로 머나먼 GN-z11의 세밀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가까운 별의 스펙트럼을 보는 것처럼 이 은하 속 질소, 산소 등 다양한 원소의 스펙트럼이 선명하게 보인다. 이러한 원소들은 핵융합을 하는 별에서 방출되기도 하지만, 뜨겁게 달궈진 원반을 두른 무거운 블랙홀에서도 방출된다. 제임스 웹이 뛰어나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전히 이 은하는 너무 멀다. 그래서 이 원자들의 흔적이 은하 속 별빛에 의한 것인지, 은하 중심의 블랙홀에 의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더 재밌는 건 이 스펙트럼을 잘 보면, GN-z11 은하 속 질소의 방출선이 산소의 방출선보다 조금 더 밝다. 질소가 산소보다 더 많이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이것은 우리가 아는 은하의 진화 메커니즘으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이런 무거운 원소들은 진화를 마친 초신성이 터지면서 남기는 잔해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은하에서 가장 먼저 터지는 초신성들은 보통 산소를 남긴다. 그 뒤에 탄생한 초신성들이 뒤이어 질소를 남겨 조금씩 질소 성분이 뒤따라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로 우리 주변 우주에서도 이제 막 초신성이 터지는 왜소한 은하에서는 산소 대비 질소의 함량이 높지 않다. 반면 덩치가 훨씬 크고 이미 초신성들이 많이 폭발한 나이 많은 은하들은 산소 대비 질소의 함량이 더 높다.
그런데 빅뱅 직후 겨우 4억~5억 년밖에 안 된 시점에 존재한 왜소한 GN-z11 은하는 오히려 질소 함량이 산소보다 살짝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존의 가까운 은하들에서 파악한 별 탄생과 초신성 폭발의 메커니즘으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발견 역시 먼 초기 우주의 은하 속 별들의 진화 과정이 우리 주변 은하들과 비슷할 거라 가정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최근 뉴스에서 한창 화제가 된, 제임스 웹이 발견한 초기 우주 먼 은하의 존재는 ‘빅뱅 이론’과 ‘우주 팽창’을 부정한다거나, 현대 우주론의 표준 모델 ΛCDM을 무너뜨리는 발견이 아니다. 아니 애초에 이 은하들이 이렇게 먼 거리에 있다는 걸 우주 팽창으로 인한 적색편이로 확인했는데, 어떻게 이 발견이 우주 팽창을 부정하는 발견이 될 수 있겠는가. 이런 식의 왜곡 보도는 이 놀라운 발견의 가치를 왜곡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다음 질문의 방향을 잘못된 곳으로 돌리는 등 아주 나쁜 영향을 끼친다.
#과학 기사에서 호들갑이 위험한 이유
조금이라도 재밌는 발견이 나오면 이런 헤드라인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기존의 과학 법칙이 흔들린다!” “빅뱅 이론이 틀렸을지 모른다!” 제목에서 멈추지 않고 기사 본문까지 자극적인 내용으로 가득한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이런 식의 보도는 과학의 대중화가 아니라 오히려 과학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준다. 빅뱅 이론 같은 현대 과학, 우주론이 매일매일 새롭게 발표되는 증거들에 치이고 부정 당하는 부실한 소설처럼 보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식의 보도 행태를 ‘빅뱅팔이’라고 부른다. 자극적인 과학 콘텐츠만 소비하게 되면, 과학자들이 다 거짓말쟁이고 제멋대로 뇌피셜로 소설을 쓴다는 식의 왜곡된 인식을 갖게 된다. 아인슈타인과 허블이 틀렸다며 세상이 뒤집어지길 바라는 과학 아나키스트들의 쾌락을 자극하는 아주 교묘하고 못된 보도 행태다. 이건 과학 뉴스가 아니다. 과학 포르노다. 바람직한 언론이라면 지금의 과학 이론이 얼마나 탄탄한 근거와 치열한 검증을 통해 세워진 결과물인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에 이슈가 된 네이처 논문에서도 저자들은 분명하게 밝혔다. 실제 이 은하들의 질량은 논문의 추정치보다 약 100배까지 가벼울 수 있다고 말이다. 워낙 멀리 있는 은하들이기 때문에 어떤 별 진화 모델을 적용했는지에 따라 은하의 질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추가 관측과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이처럼 과학자는 절대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물론 지인들과 농담을 주고받거나, 학회장에서 이목을 끌기 위해 약간 오버하는 언행은 할 수 있지만 적어도 논문에서는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호들갑은 논문 내용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자극적인 헤드라인만 나열하는 잘못된 기사에 잔뜩 들어 있다.
참고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3-05786-2
https://ui.adsabs.harvard.edu/abs/2022arXiv220802794N/abstract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c9b22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0004-637X/819/2/129
https://arxiv.org/abs/2302.07256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ca80c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1086/525014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cb148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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