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카카오의 SM 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이 쩐의 전쟁으로 격화했다. 지난 7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SM 지분을 주당 15만 원에 공개 매수한다고 발표했다. 문어발 경영으로 이미 수많은 엔터사를 가진 카카오지만 엔터 분야에서 아직 두각을 보이지 못한 만큼, SM 인수가 카카오의 미래에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지난 7일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SM 주식 833만 3641주(발행주식의 35%)를 주당 15만 원에 매수한다고 공시했다. 공개매수 기간은 7일부터 26일까지다. 카카오 측은 “3사가 최적의 파트너라고 판단해 전략적 사업 협력을 체결했지만 사업 협력 및 3사의 중장기 성장 방향성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카카오는 SM과의 파트너십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최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신고서 제출일 기준 카카오가 보유한 SM 지분은 총 4.91%(카카오 3.28%, 카카오엔터 1.63%)로 공개매수 목표치를 달성한다면 각각 20.78%, 19.13%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카카오는 앞서 6일 하이브의 공개매수 결과가 나오자 곧바로 반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는 2월 10일~3월 1일까지 주당 12만 원에 SM 주식 595만 1826주(발행주식의 25%)를 공개매수하려고 했으나 결과는 23만 3817주, 0.98%를 모으는 데 그쳤다.
카카오 측이 SM 인수전에 투입하는 비용은 약 1조 4000억 원에 달한다. 카카오는 세 차례에 걸쳐 78만 주를 약 953억 원에, 카카오엔터는 38만 7400주를 약 489억 원에 매수했다. 여기에 이번 공개매수에서 목표 수량에 도달할 경우 약 1조 2500억 원을 추가로 투입하게 된다.
카카오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가며 SM 인수에 공들이는 배경에는 콘텐츠 강화와 글로벌 시장 확대라는 카카오의 비전 때문이다. 2022년 3월 14일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미래 10년 핵심 키워드로 ‘비욘드 코리아’를 제시하고 해외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카카오엔터는 2024년까지 글로벌 거래액을 3배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실제로 카카오 실적을 보면 IT 기업이지만 콘텐츠 매출이 3조 원 규모로, 플랫폼 매출과 비슷하다. 카카오의 2022년 4분기 콘텐츠 매출은 8076억 원으로 3분기(8718억 원) 대비 7.4% 감소했지만, 전년 동기(7809억 원)에 비하면 3.3% 증가했다. 2021년 3분기에는 콘텐츠 매출만 9620억 원에 달해 매출 비중(55.3%)이 전체의 절반을 넘기도 했다. 미래 비전 달성을 위해서는 실적 면에서나 해외 확장 면에서나 SM 인수가 유리한 셈이다.
카카오엔터의 콘텐츠 IP 사업이 두드러지다 보니 연예·매니지먼트 사업이 부각되지 않았으나, 카카오 계열사를 살펴보면 엔터테인먼트사가 적지 않다. 2022년 5월 기준 기업집단공시에서 카카오 계열사는 총 136개로, 이 중 엔터테인먼트사는 13개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VAST(소속 연예인 현빈, 이연희 등) △BH엔터테인먼트(김고은, 이병현 등) △스타쉽엔터테인먼트(아이브, 몬스타엑스 등) △숲엔터테인먼트(공유, 공효진 등) △IST엔터테인먼트(에이핑크, 더보이즈 등) △안테나(유재석, 이효리 등) △이담엔터테인먼트(아이유 등) △제이와이드컴퍼니(이미도, 최다니엘 등) 등이 카카오가 품고 있는 엔터사다. 공정위에 따르면 계열사 수는 흡수합병 등을 거쳐 2월 기준 126개로 감소한 상태로 하이라인엔터테인먼트, 플렉스엠 등 일부 엔터사가 연결회사에서 제외됐다.
이처럼 카카오가 보유한 엔터사는 많지만 해외 확장을 위해선 SM의 힘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로라하는 연예인은 있으나 해외 시장에서 영향력이 약하다는 평을 받기 때문. SM 인수 시 SM이 가진 탄탄한 해외 팬층과 글로벌 유통·경영 노하우까지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관계자는 “SM이 가진 정통성이나 글로벌 아티스트 IP를 웹툰 및 웹소설에 활용해 해외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라며 “이종 산업 간의 결합이 가능하기 때문에 양사의 기업가치가 커질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엔터 업계 1위(음반 판매량 기준) 기업인 SM 인수로 규모의 경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카카오 계열 엔터사들은 중소형 업체로, 계열사 엔터 중 가장 수입이 많은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2021년 매출 612억 원에 당기순손실 -25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SM이 매출(연결기준) 7016억 원, 당기순이익 1332억 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몸집의 차이가 상당하다.
엔터 공룡과의 협업이 실적을 끌어올리는 기회가 될지도 주목된다. 카카오엔터의 2021년 연결기준 매출은 1조 2469억 원으로 전년(3591억 원) 대비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355억 원에서 298억 원으로 줄어 수익성이 악화했다. 별도 기준으로 보면 2021년 당기순이익 -2445억 원으로 적자 폭이 더 커진다. 최근 카카오가 회식비 제한, 임직원 성과급·이사보수 한도를 축소하는 등 비용 절감에 힘쓰는 배경에도 계열사의 실적 악화가 꼽히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선 카카오엔터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SM 인수에 집중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엔터와 카카오픽코마를 합쳐 IPO 시 기업가치 목표를 최소 25조 원 이상으로 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녹록지 않다”라며 “SM 인수에 성공하면 글로벌 스케일 엔터사가 탄생해 달성이 가능하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카카오엔터 측은 “IPO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고 있다”라며 “SM 투자로 성장 동력을 얻는 것이지, 목적이 상장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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