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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형 아이템 규제' 게임산업법 개정안 시행 초읽기…물 맑아질까

업계 '역차별' 반발에도 본회의 문턱 넘어…중국산 게임 규제 효과 '기대감'

2023.03.07(Tue) 18:00:14

[비즈한국] 수년 동안 국회서 발의와 폐기를 반복하던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이 시행의 문턱에 섰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법안을 담고 있다. 입법 과정에서 업계의 반발이 거셌지만 게임 산업의 환경을 바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사진=연합뉴스

 

#확률형 아이템 정의하고 정보 공개 의무화

 

수년간 계류됐던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드디어 시행을 앞뒀다. 지난 2월 27일 개정안 일부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다. 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을 법에 명시하고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에선 확률형 아이템을 ‘게임 이용자가 직접적·간접적으로 유상으로 구매하는 게임 아이템(유상 아이템과 무상 아이템을 결합한 것도 포함) 중 구체적 종류, 효과와 성능 등이 우연적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정의했다. 또 게임물을 유통·제작·배급·제공하는 자가 게임물, 인터넷 홈페이지, 광고·선전물에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종류별 공급 확률정보를 표시하도록 했다. 정보를 표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표시할 경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시정 권고와 명령이 내려지며,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민간 기업의 사업 수단인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하고 나선 건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을 주요 수익원으로 활용하지만 사행성, 확률 조작 등의 논란이 끊이지 않아서다. 2008년 게임업계에서 민간 지율규제 논의가 시작돼 2015년부터 유료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를 공개하는 자율규제안이 시행됐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과금을 유도하는 구조나 사행성 문제는 개선하지 못했기 때문. 오히려 이용자 사이에서 게임사가 공개한 확률이 실제 확률과 다르다거나, 정확한 확률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번 개정안은 사실상 자율규제를 의무로 바꾼 셈이지만 업계 반발은 거셌다. 형평성에 어긋나는 과도한 제재이며, 현실적으로도 맞지 않다는 것. 법제화 논의가 나온 2021년 2월 한국게임산업협회는 “확률형 아이템은 변동 확률 구조이며 확률은 영업비밀”, “영업의 자유를 침범하는 법안”이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내 게임 이용자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국회 입법을 앞둔 2022년 12월 5일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는 의견서를 내고 개정안을 직접 반박했다. GSOK는 자율규제평가위원회(평가위)를 두고 매월 게임사의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기구다.

 

GSOK 측은 개정안에 관해 “법안이 신유형 아이템을 포섭하지 못해 소비자 피해가 이어질 수 있고, 처벌 가능성이 낮은 해외 사업자는 규정을 준수하지 않아 국내 사업자에게 역차별이 될 것”이라며 “모든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광고에 삽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광고시장을 위축시키고 중소사업자에게는 부담이 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게임업계서 확률형 아이템 문제는 고질병으로 이어져왔다. 엔씨소프트의 게임 리니지m(사진)은 사행성이 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사진=엔씨소프트


#자율규제 무시하는 외산 게임 제재 가능할까

 

현재 국내 게임 시장은 중국산 게임을 주축으로 한 외산 게임이 입지를 넓히는 상황이다. 기구 평가위가 매월 공개하는 유료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국내 업체와 해외 업체의 규제 준수율은 큰 차이를 보인다. 1월 보고서에서 온라인과 모바일 상위 100위권 내 규제 대상 게임(각각 72개, 87개) 중 국내 개발사 게임의 준수율은 97.1%에 달했지만 해외 것은 53.2%에 그쳤다. 유통사별 준수율도 국내 97.3%, 해외 47.8%로 큰 차이를 보였다. 

 

해외 업체가 제작하거나 유통한 게임의 경우 절반은 자율규제를 외면하는 셈이다. 1월 게임업체의 자율규제 미준수 횟수를 공표한 자료에서도 12회나 누적된 게임 7개(미국 2개, 중국 5개)가 모두 해외에서 유통·개발한 게임이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스팀(Steam)처럼 글로벌 플랫폼에 입점하는 게임은 법으로 제재할 수 없다”며 “국내에만 규제를 늘리는 역차별”이라고 반발했다. 

 

정말 개정안이 국내 게임업체를 향한 역차별로 이어질까. 게임법 전문가는 “글로벌 플랫폼에 입점한 게임은 처벌이 쉽지 않겠지만, 국내에 사업체를 두지 않고 운영하는 게임에 위법적인 요소가 있다면 사이트를 닫는다든지 다른 방법으로 제재할 수도 있다. 확률형 아이템을 막는 게 아니라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법안으로 애초에 역차별 문제가 심각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번 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에 관한 내용만 통과됐지만, 역차별이 우려된다면 해외 게임사가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는 제도의 입법을 추진할 수 있다”라며 “통과될 경우 해외 사업자도 법망 내에서 제재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전통 의복이나 역사를 왜곡한 조악한 외산 게임에도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안에는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 중 역사 전문가를 포함하는 내용도 담겼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등급 분류 거부 처분을 받을 순 있지만, 역사관을 가진 전문가가 들어오면 적절한 조치가 가능할 것”이라며 “역사뿐만 아니라 저작권법 등 게임 외적으로 전문지식을 가진 위원을 도입하면 역사 왜곡이나 저작권 위반 등의 문제가 생겼을 때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 후 “국회의 법안 통과 결정을 존중하며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업계의 현실이 반영되길 희망한다”라며 “적극 협력하고 의무 또한 준수하겠다”라고 밝혔다. 

 

한국게임학회는 7일 “시행령 TF는 입법을 반대한 단체를 배제하고 학계와 정부 전문가로 구성하라”며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관리 감독기구는 민간위원회로 새로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정현 학회장은 “시행령을 제대로 수립해 한국 게임이 사행성의 늪에서 탈출하게 해야 한다”라며 “지난 6년간 업계의 로비에 흔들리지 않은 문체부의 의지를 보여주길 기대한다”라고 기대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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