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전문점 사업에서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던 이마트가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취임 후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 돈 안 되는 매장은 모두 정리해 온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3년 만에 낸 성과다. 전문점 사업이 안정화됐다는 판단 아래 이제는 신규 사업까지 준비하고 있다.
#4월 중 와인주류판매점 오픈 예정
이마트가 주류 판매점 사업을 시작한다. 이마트는 이달 29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류소매업, 데이터베이스 및 온라인 정보제공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할 예정이다. 와인주류판매점 등 신규 사업 계획에 따른 사업목적 추가라고 밝혔다.
이마트 관계자는 “4월 중 스타필드 하남에 종합 주류 전문 매장 오픈을 준비 중이다. 스타필드의 유휴 공간에 대형 테스트 매장을 운영하는 것”이라며 “아직은 전문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보다는 테스트 매장 성격이 크다”고 설명했다.
주류 전문 매장은 스타필드 하남의 PK마켓 자리에 들어설 예정이다. 기존 PK마켓 규모가 3300㎡(약 1000평)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국내 최대 규모로 오픈할 가능성도 크다. 롯데마트가 2021년 12월 말 선보인 대형 와인전문점 ‘보틀벙커’와 유사한 형태를 띨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무엇보다 주류 판매점은 이마트가 4년 만에 새로 선보이는 전문점 브랜드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이마트는 2019년 이후 전문점 부문 신규 사업을 중단했다. 무분별하게 확장한 전문점 사업의 적자 누적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전문점 사업은 줄곧 ‘돈 먹는 하마’, ‘아픈 손가락’ 등의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이마트는 2011년 신세계에서 인적 분할해 새 법인으로 출발하면서 전문점 사업에 속도를 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글로벌 종합 유통기업’이라는 새 비전을 제시했고, 그러면서 기존 사업 분야인 대형마트 외 카테고리 킬러(전문점) 사업 확대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드럭스토어, 프리미엄 슈퍼마켓, 남성 편집숍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점을 공격적으로 출점했다. 2018년 하반기에만 전문점 106개를 새로 열었고, 운영하는 브랜드가 16개에 달했다.
하지만 성과는 실망스러웠다. 2018년 이마트는 전문점 사업 부문에서 741억 원의 적자를 냈고, 2019년에는 적자 폭이 865억 원가량으로 확대됐다. 한국유통학회 회장을 지낸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는 “전략적으로 유사한 경쟁 업체가 많았고, 이마트가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상권분석 등에도 문제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 또 팬데믹으로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2019년 취임 후 곧바로 전문점 사업 정리부터 나서야 했다. 강 대표는 수익성과 효율성을 중심으로 실적이 부진한 전문점을 구조조정 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2019년에는 전문점 59개점을 폐점했고, 2020년에는 41개점, 2021년에는 32개점, 2022년에는 13개점을 정리했다.
그 과정에서 사라진 브랜드도 상당수다. 정 부회장이 일본의 잡화점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해 선보인 ‘삐에로쑈핑’은 2018년 높은 관심 속에 문을 열었으나 실적 부진으로 2020년 철수했다. 같은 해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부츠’, 피코크 전문점 ‘PK피코크’, 남성 패션 편집숍 ‘쇼앤텔’, 라이프스타일 전문점 ‘메종티시아’ 등도 문을 닫았다. 2021년에는 ‘PK마켓’, 화장품 브랜드 ‘센텐스’, ‘스톤브릭’의 사업을 접었다.
현재 남은 전문점 브랜드는 ‘노브랜드’, ‘일렉트로마트’, ‘SSG푸드마켓’, ‘몰리스펫샵’, ‘토이킹덤’, ‘베이비써클’ 등 6개다.
#4년간 145개 매장 정리…위스키·와인 붐 힘입어?
전문점 사업을 수익성 중심으로 구조조정 하면서 적자 폭은 줄었다. 2019년 865억 원이던 적자가 2020년에는 346억 원, 2021년에는 145억 원으로 줄었다. 2022년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마트는 2022년 노브랜드가 안정적 영업흑자를 지속하면서 전문점 사업 매출이 1조 907억 원, 영업이익은 166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문점 사업 부문 매출이 흑자로 돌아서자 이마트는 자신감이 생긴 눈치다. 조심스럽게 전문점 사업을 확대할 준비를 하고 있다. 주류전문점을 선택한 것은 최근 와인과 위스키 열풍을 겨냥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와인 시장의 급성장에 이어 최근에는 위스키의 인기도 뜨겁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류 수입액은 2억 6684만 달러로, 전년 대비 52.2% 증가했다. 2007년 위스키 수입액이 2억 729만 달러를 기록한 이후 15년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을 정도다. 와인 수입액도 전년 대비 3.8% 증가한 5억 8128만 달러로 집계되며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이마트는 올해 초부터 위스키 행사를 진행하며 쏠쏠하게 재미를 봤다. 1월 초 위스키 특별전을 진행했을 때 오픈런 현상이 벌어졌고, 2월 25일 진행한 2차 행사에도 고객이 몰려 순식간에 준비한 물량이 소진됐다. 이마트는 작년 위스키 매출이 전년보다 30% 증가했고, 올해 1~2월 매출도 전년 대비 20%가량 상승했다고 밝혔다.
김익성 교수는 “주류 사업은 오프라인 집객효과도 있고, 수익이 많이 나는 구조다. 규모의 경제만 실현한다면 수익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여지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마트가 제주소주 등 주류 쪽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고, 다시 한번 시도한다는 것은 전략적으로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시장 가능성을 높게 본 것 같다. 앞으로의 소싱 능력 등이 향후 성과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한편 이마트는 주류 전문 매장이 전문점 사업의 확대로 비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눈치다. 이마트 관계자는 “기존 PK마켓의 공간을 활용해 어떤 사업을 할까를 여러 가지로 고민하다가 주류 매장을 선택했다. 일종의 테스트 매장일 뿐 이것을 사업화하겠다는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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