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달 24일, 부산에서 열린 ‘드론 쇼 코리아 2023 컨퍼런스’에서는 KF-21 보라매 전투기 이후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규모의 국방 연구 개발 사업의 전모가 최초로 공개되었다. 바로 ‘1만 5000파운드급 국산 터보팬 엔진 개발 계획’이 그것으로, 무인 및 유인 전투기에 탑재할 수 있어 연구 개발의 난이도로만 보자면 전투기나 잠수함 개발보다 훨씬 어려운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항공기용 엔진은 정말 거의 100% 수입에 의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에서 항공기용 터보팬 엔진 회사가 없는 것은 아니나 부품 일부를 만들어서 납품하는 협력 업체에 불과하고, 하나의 엔진을 오롯이 우리 손으로 설계하고 생산하는 것은 아직은 미사일용 터보제트 엔진과 터보팬 엔진만 가능한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내 개발이 진행 중인 항공기용 엔진은 크게 네 종류로, 그중 제트엔진이 아닌 프로펠러 엔진은 200마력급 피스톤 엔진과 1400마력급 터보프롭 엔진이 있고, 제트엔진의 경우 55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과 1만 파운드급 터보팬 엔진이 있다. 이들 엔진은 모두 무인항공기에 쓰는 것으로, 특히 5500파운드급 엔진은 KUS-LW 스텔스 무인 편대기에, 1만 파운드급 엔진은 KUS-FC 스텔스 정찰기에 장착되어 미래 공중전력에서 핵심적인 임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서 새롭게 알려진 것이 1만 5000파운드 추력 전투기급 국산 터보팬 엔진 개발 계획이다. 2023년 올해부터 일단 ‘미래 도전 국방 기술’의 하나로 엔진의 개발규격과 기본 구성을 설계할 것이고, 2024년부터 2029년까지 코어 엔진을 시험 개발한 다음, 2027년부터는 코어 엔진을 확장해서 본격적인 터보팬 엔진 실물을 2037년까지 제작과 인증시험까지 완료한다는 것이 계획이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지난 2022년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1만 5000파운드급 엔진을 우선 무인기에 장착해서 테스트한 다음,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면 유인 전투기에 장착할 수 있도록 발전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완성된 전투기급 제트엔진은 터보팬의 기본 구성은 물론, 터보제트에서 다시 연료를 태워 추력을 늘린 후 연소기(Afterburner)까지 장착되어 2만 1000파운드까지 최대 출력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KF-21 전투기에 탑재된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 F414-GE-400과 같은 수준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이것의 의미는 상당하다. 전투기급 제트엔진은 오직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만이 국산 전투기에 국산 제트엔진을 장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영국 및 유럽 국가들은 국제 공동개발로 만든 엔진에 국제 공동 개발한 전투기를 생산 중이거나 생산을 추진 중이니 우리 엔진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전하는 것이 이 엔진 개발사업의 진짜 목표인 셈이다.
물론 전투기에 탑재할 수 있는 터보팬 엔진 개발이 말처럼 쉬운 도전은 아니다.
우리보다 먼저 도전한 인도는 비슷한 크기와 출력을 가진 카베리(Kaveri) 엔진을 20년 넘게 개발을 시도했으나 지난 현재는 포기하고 프랑스와 미국의 기술이전을 받아 반쪽 국산화로 사업을 마무리하기로 한 상황이다.
인도의 경우 개발을 완료했다고 발표한 다음, 장착 테스트에서 터빈 블레이드가 고장 나자 프랑스에서 핵심 부품을 수입하거나 러시아의 테스트 시설을 빌리는 등. 개발 완료 전에 문제를 찾아내지 못하고 최종 테스트 과정에서 생긴 문제를 급하게 외국 회사의 도움을 받아 수습하는 과정을 반복하였다.
이 결과, 카베리 엔진의 중량은 원래 계획보다 무거워졌는데 추력은 오히려 줄어들어 결국 인도가 설계한 엔진 코어 자체를 폐기하고, 결국 프랑스가 설계한 엔진 코어로 바꾼 버전을 만들고, 여기에 따로 미국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는 엔진 국산화 계획이 따로 진행 중이다.
다행히 사업 진행을 주도할 방위사업청은 국산 터보팬 엔진 개발이라는 도전에 성공하기 위해 단단히 준비하고 있어 보인다. 인도처럼 갑자기 전투기급 엔진을 개발하다가 ‘안되면 수입하지’ 같은 주먹구구식 방식이 아닌, 일본과 같이 자체 기술력을 축적하기 위한 단계적 개발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리스크를 줄이는 데 필요한 다양한 분야의 연구 개발을 준비 중이다. 단순히 엔진 코어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엔진 소프트웨어와 핵심 부품, 특히 초 고내열 및 정밀주조 소재 부품 개발에 지속해서 연구 개발을 추진하고 있고, 국산 엔진 개발을 주도할 사업단 역시 성공적으로 개발을 진행한 수리온 기동헬기 개발사업의 조직구조를 본떠 국방 정부 기관과 민간부처가 통합된 조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전투기급 제트엔진 개발 성공을 위해서는 세 가지의 ‘큰 산’을 넘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비용과 시간이다. 근 10년이 넘는 개발 기간 동안 대략 5조 원 내외의 예산이 필요한 전투기급 제트엔진 개발사업은 KF-21 보라매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국방 연구 개발 사업이 될 것이므로, 너무 크고 비싼 프로젝트라는 비난 여론을 극복하고 필요성을 입증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인력 부족이다. 인도의 카베리 엔진 역시 개발인력 부족으로 일정 지연 및 시험평가가 연기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있었는데, 현재 대한민국 전체의 항공기 엔진 연구인력은 ADD와 방위산업체, 그 밖의 연구기관과 민간 기업을 합쳐도 불과 200명에 불과하다.
저출산 시대에 점점 인력 부족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엔진 전문 개발인력 육성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전문 연구인력 확충은 단순히 예산과 지원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연구인력이 자신의 연구를 지속할 수 있다는 확신 없이는 인력을 육성해도 다른 분야로 인력 유출 현상이 반드시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문제는 시험평가 시설의 부족이다. 항공기용 엔진은 안전에 직결되는 부분으로, 한국은 아직 시험평가와 감항인증(Airworthiness Certification)에 대한 노하우가 사실상 전혀 없다시피 하다. 이미 실용화된 엔진은 대부분 유도무기, 즉 일회용 사용을 고려한 무기이고, 여러 번 오랜 시간 동안 사용할 것을 전제로 만드는 제트엔진은 아직 개발 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의 적용과 확대를 위해서 전투기급 엔진은 무인기뿐만 아니라 유인기에도 장착할 수 있는 안정성을 검증해야 하는 것은 필수적이라. 지금부터 엔진 개발과 함께 엔진을 평가할 시설도 같이 만들어야만 하고, 시험평가의 신뢰성과 기간을 줄이는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
결국 전투기급 국산 엔진의 개발 성공을 위해서는 많은 투자가 필요하고, 이 투자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개발 시작과 예산 배분만큼이나 이 엔진을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사용할 것인지 결정하고 수요를 새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수요가 줄어드는 만큼 개발비를 받는데 어려움이 생길 뿐만 아니라, 시험평가 시설과 인력 수급이 줄어들 것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전투기급 제트엔진의 확장성을 믿고, 기본 파생형 개발과 장착을 위해서 기존 항공기의 파생형 개발 계획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방위사업청의 계획으로는 전투기급 제트엔진은 방위사업 협의회에서 중간 성과를 점검하면서 무기체계 적용 여부를 논의하는데, 이 과정과 계획을 시나리오 방식으로 다양한 선택지를 미리 정하고, 전투기급 엔진의 생산 수량을 확장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즉 전투기급 엔진의 개발 시작부터 이 엔진을 몇 대, 어느 장비에 장착할 것인지 수요를 확정해야 하고, 개발 실패의 백업 계획을 미리 정리해야 한다. 우선 전투기급 개발 엔진의 경우 2037년에 개발 완료되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KF-21에 장착할 수 있으나 현재 KF-21의 생산은 2032년에 이미 종료되어 KF-21에 장착될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2032년 이후에 일명 ‘KF-21 블록3’으로 불리는 내부 무장형 스텔스 KF-21, ‘KF-21G’로 불리는 전자전용 KF-21 등 KF-21의 파생형 개발과 양산 계획에 관한 연구를 조기에 실시할 필요가 있으며, T-50이나 FA-50을 2030년 이후에도 지속 생산할지, 혹은 KF-21을 보조할 수출형 저가 단발 전투기에 관한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전투기급 제트엔진을 장착한 무인전투기 및 정찰기 개발도 병행하는 것 역시 당연하다.
여기에 KF-21이나 T-50을 무인화하는 기술을 동시에 연구한 다음, 여기에 전투기급 터보팬 엔진을 장착하여 테스트할 때 무인전투기의 개발 리스크를 줄이고 유인 전투기에 국산 엔진을 적용하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방기술진흥연구소에 따르면 1만 5000파운드 추력을 낼 수 있는 전투기급 제트엔진의 경우 여객기용 터보팬 엔진으로 개조하면 약 4만 파운드 추력을 낼 수 있도록 확장이 가능하므로, 현재 UAE와 공동개발을 추진 중인 MC-X 차세대 수송기가 국산 엔진과 수입 엔진을 둘 다 장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할 것이며, 항공기용 제트엔진을 개조한 전투함용 가스터빈 엔진 개발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밀덕텔링]
"어제는 미국용, 오늘은 한국용" 북한 미사일 도발의 양면성
· [밀덕텔링]
K2전차가 넘지 못한 대한민국 방위 산업의 '세 가지 장벽'
· [밀덕텔링]
KF-21G 보라매, '대공 미사일 사냥꾼' 될까
· [밀덕텔링]
북한 드론 대응 '가오리' 투입이 최선일까
· [밀덕텔링]
'5년 간 국방비 2배 증가' 일본의 숨은 의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