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약재 향만 가득하던 경동시장이 카페 하나로 지역 명소가 됐다. 스타벅스 이야기다. 2022년 12월 옛 경동극장을 개조해 오픈한 스타벅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 많은 사람들이 찾으면서 시장 방문객도 덩달아 늘었다.
스타벅스 오픈으로 전통시장 활성화를 이뤘지만, 한편에선 씁쓸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 ‘전통시장 살리기’를 위해 노력한 것이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경동시장은 2019년부터 ‘청년몰’을 조성하는 등 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으나 큰 변화는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몰 실패했지만, 스타벅스는 성공한 ‘전통시장 활성화’
2022년만 해도 경동시장에서 청년들을 보기 어려웠다. 근처 약령시장에서 약재를 구입하거나 소매 목적으로 농산물을 사러 오는 상인들이 주였기 때문이다. 약령시장은 국내 한약재 거래량의 7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유명하지만, 대부분 새벽부터 거래가 이뤄져 오후 5시만 돼도 대부분 상점이 문을 닫아 지나다니는 사람을 보기 어려웠다. 저녁에는 ‘유령도시’가 된 거다.
그동안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청년 소상공인을 지원해주는 ‘청년몰’ 활성화 사업 등을 진행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시장 내 깔끔한 상점들을 조성하고 청년 창업가들을 지원했지만, 인구 유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2019년 조성된 경동시장 청년몰도 마찬가지다. 오픈한 지 3년이 지난 2022년 10월에도 청년몰은 한산했다. 당시 청년몰을 방문한 20대 A 씨는 “팝업 스토어가 진행된다고 해서 와봤는데, 찾아오는 게 너무 어려웠다. 경동시장과 분위기도 달라 좀 어색한 거 같다. 저녁 시간에도 잘 꾸며진 매장에 오가는 사람은 거의 없어 무서운 기분도 든다”고 말했다.
음식점, 공방, 의류매장 등 20여 개의 매장과 무료 마사지기, 게임 존이 자리한 청년몰에 정작 사람은 없었다. 한 매장 관계자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점했지만, 장사가 잘 되지 않아 고민하고 있다. 경동시장보다 손님이 더 없다.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같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작년 12월 스타벅스가 생긴 뒤부터다. 2022년 3월 스타벅스는 중기부, 소상공인 등과 상생협약을 체결하고 12월 경동시장 내 경동극장을 개조해 ‘경동 1960점’을 오픈했다. 스타벅스가 우리나라에서 시장 내에 지점을 연 첫 사례다. 이 점포는 수익금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방식의 커뮤니티 스토어로 품목당 300원씩 적립된다.
시장 내 ‘극장 콘셉트’의 스타벅스가 오픈했다는 소식은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탔다.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사람들이 몰렸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경동 1960점은 하루 평균 평일은 1000명, 주말은 2000명 정도 매장을 방문하고 있다.
지난 주말 스타벅스에서 만난 20대 B 씨는 “SNS에서 보고 왔다. 시장 내에 있는 것도, 옛 극장 분위기인 것도 특이하고 좋다”고 말했다. 50대 부부는 자리를 잡기 위해 1시간 넘게 서서 기다렸다. 이들은 “요새 유명하다고 해서 와봤다. 자리가 나길 기다리고 있다. 이 정도로 사람이 많을 줄 몰랐다. 젊은 사람들이 특히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독특한 콘셉트도 인기에 한몫한다. 극장을 개조하면서 매장 내 의자도 영화관 구조로 조성했고, 음료를 주문하면 영사기처럼 주문 번호를 띄운다. 40대 C 씨는 “홍콩에 있는 스타벅스 콘셉트 스토어가 항상 부러웠는데 여기는 그 느낌이 난다. 콘셉트를 잘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경동1960점은 타 지점에 비해서도 이용률이 높은 편이다. 오픈 후 두 달이 지났는데도 방문객이 꾸준하다. 모든 품목당 300원씩 적립해 향후 시장에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는 금액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매장에 지역 아티스트들을 초청해 공연을 진행하기도 한다. 전국에 커뮤니티 스토어가 5개 매장이 있는데, 청년 인재, 장애인, 보호 종료 청년 등을 돕는 방식으로 상생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매장 바로 옆에는 방탈출 카페와 LG전자에서 운영하는 ‘금성전파사’가 있어 각종 만들기 체험을 하고 전자제품을 볼 수 있다. 30대 D 씨는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아이들과 함께 왔다. 다양한 공간이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경동시장 유동 인구도 늘었다. 한 상인은 “확실히 요즘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오후가 되면 사람이 없어 가게 문을 금방 닫았는데, 최근에는 평소보다 늦게까지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청년몰도 마찬가지다. 청년몰 매장을 운영하는 E 씨는 “최근 오시는 분들이 늘기는 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로 갑작스레 시장 인구가 늘었지만, 한편으론 씁쓸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주민 40대 F 씨는 “이전에 청년몰에 와봤는데 이상할 정도로 사람이 너무 없어 걱정했다. 이번에 다시 와보니 조금은 알려진 것 같아 다행이다. 그렇게 어려웠었는데 스타벅스가 들어오니 바로 해결되는 게 씁쓸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문가 “따라하기 말아야…지역 특성 살려야 성공”
스타벅스 오픈은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의 ‘성공 사례’가 됐다. 중기부는 지난해 12월 2023년 업무보고에서 대기업-전통시장 상생 사례로 경동시장 스타벅스 개점을 명시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스타벅스 개점, KT와 전통시장 디지털 전환 지원 등의 사업도 했었다. 계속 발굴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우수 사례로 꼽으면서도, 스타벅스 입점이 전통시장 활성화 해결책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획일적인 정책은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란 지적이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는 “이 사례를 보고 정부에서 스타벅스를 오픈하면 시장이 모두 활성화된다고 생각하고 따라할 수도 있다. 그러면 아무도 가지 않을 거다. 중요한 건 스타벅스가 아니라 최적의 머천다이징(상품화 계획)이다. 그 지역과 지역 소비자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청년몰이 망하는 건 특징이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예쁘고 깨끗하다고 사람들이 오는 게 아니다. 만약 경동시장에 일반 스타벅스 매장을 만들었다면 사람들이 굳이 찾아가지 않았을 거다. 홍콩의 콘셉트 스타벅스가 유명한 이유도 비슷하다. 그런 의미에서 경동지점은 콘셉트를 잘 잡았다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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