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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개교 1년 미뤄져 '셋방살이'…도덕초 신입생이 광명중으로 등교한 사연

불법폐기물, 노조 방해, 인명사고 겹쳐 공사 지연…개교 후에도 주변환경 우려 "통학버스 운영 및 등학교 지도"

2023.03.03(Fri) 12:40:22

[비즈한국] 새 학기가 시작된 3월 2일. 경기 광명시 도덕초등학교 학생들은 도덕초가 아닌 광명중학교로 등교했다. 교정에 처음 발을 디디는 1학년 신입생도 부모의 손을 잡고 광명중 운동장에 모였다. 학생들은 이달 말일까지 광명중 학생들과 일부 시설을 공유하며 수업을 듣다가 4월 3일 새로 지어진 도덕초 건물로 돌아간다. 

 

220명 남짓한 초등생이 중학생들과 ‘한 지붕 두 식구’가 된 배경에는 1년 1개월간의 완공 지연 사태가 있다. 옛 철산주공 7단지 재건축 공사와 함께 2020년 12월 말 휴교에 들어간 도덕초는 예상치 못한 폐기물 처리 문제를 겪었다. 여기에 부실시공을 내세운 건설노조의 집회, 인명사고 등 악재가 겹쳤다. 아직도 도덕초 부지 일대에서 재건축 공사가 진행 중인 데다, 폐기물 처리 비용 문제도 매듭지어지지 않아 학교가 문을 연 이후에도 논의해야 할 사안이 남아 있다. 교육청과 학교는 등하교 버스 운행 등 통학로 관리에 집중할 계획이고, 조합은 14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교육청과 분담하기 위해 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경기 광명시 도덕초등학교가 두 차례 개교 연기 끝에 인근의 광명중학교에서 임시 개교했다. 입학 축하 현수막(위)과 운동장에서 반별로 줄을 선 1학년들의 모습. 사진=강은경 기자

 

#지연 1년 후 또 1개월 연기…광명중에서 임시 개교

 

3월 2일 오전, 경기 광명시 철산동에 위치한 광명중학교에서는 비슷한 듯 다른 등교 풍경이 펼쳐졌다. 이른 아침 철산역 3번 출구와 인접한 정문에서는 교복을 입은 중학생들이 발걸음을 재촉하며 새 학기 첫 등굣길에 올랐다. 반면 아파트 단지와 맞닿은 후문에서는 도덕초등학교 학생들이 교사의 안내를 받으며 별관에 배정된 교실로 향했다.

 

도덕초 개교는 이미 1년 늦어져 2023년 3월로 확정된 상태였으나, 지난해 11월 사고로 인한 공사 중단을 사유로 한 달이 더 지연됐다. 도덕초 학생들은 신축 학교의 준공 전까지 1개월 동안 광명중의 빈 교실을 임시 이용하게 됐다.

  

2~6학년이 등교를 마치고 한 시간 정도 지난 시각, 꽃다발을 든 신입생들이 운동장 옆 농구 코트로 삼삼오오 모였다. 1반부터 3반까지 단출한 구성이지만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는 플래카드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기는 행렬이 이어졌다. 학부모들은 중학교 임시 개교 후 한 달 만에 또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 낯선 학교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더 부담을 안길까 염려하면서도, 대체로 교육청과 학교의 대응을 믿어보겠다는 분위기다. 

 

2학년 학부모 A 씨는 “운동장도 안쪽 잔디밭은 중학생이 사용하고, 농구장은 초등학생이 이용하도록 구분한다고 했다. 일단 이곳으로 등교하는 기간이 한 달 정도로 짧으니 걱정을 덜었다”고 설명했다. 원래대로라면 지난해에 도덕초 1학년으로 입학했어야 하는 A 씨의 자녀는 주변에 위치한 초등학교에 다니다가 다시 도덕초로 전학했다.

 

정문(위)은 광명중 학생들이 사용하고 아파트 단지와 맞닿은 후문(가운데)은 도덕초 학생들이 사용하도록 했다. 사진=강은경 기자

광명중학교 정문(위)은 광명중 학생들이, 아파트 단지와 맞닿은 후문은 도덕초 학생들이 사용하도록 했다. 사진=강은경 기자


하지만 우려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신입생 학부모 B 씨는 “선생님들이 주의를 더욱 기울일 것 같다. 저학년들은 학교에 있는 시간이 길지 않아서 큰 부담은 없다”면서 “다만 5, 6학년 같은 고학년의 경우에는 중학생과 신체 발달이 비슷해 부모들이 걱정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두 학교와 교육청은 연령대가 다른 학생들에게 적절한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시설을 분리했다. 크게 세 동으로 구성된 학교 건물 중 1·2호동은 광명중 학생들이, 체육관이 있는 신관 별동은 도덕초 학생들이 사용하도록 하고 연결통로엔 가림막을 설치했다. 운동장의 경우 체육수업 시간대를 구분하고, 축구장과 농구장으로 이용 공간을 나눠 이용할 예정이다.

 

운동장(위)은 인조 잔디 축구장과 농구장을 나누어 이용한다. ㄱ자 형태의 건물의 연결통로에는 통행을 막는 가림막이 설치됐다. 사진=강은경 기자

운동장(아래)은 인조 잔디 축구장과 농구장을 나누어 이용한다. ㄱ 자 형태 건물의 연결통로에는 통행을 막는 가림막이 설치됐다. 사진=강은경 기자


광명교육지원청 학생배치팀 관계자는 “작년까지 교실로 쓰던 별동을 추가 증축해 공간을 확보했고, 철산주공 8·9단지가 현재 재건축 공사 중인 탓에 광명중 학생 수도 줄어 신관 하나를 통째로 비울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며 “급식도 따로 실시하는 등 동선이 최대한 겹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폐기물 처리 비용 두고 책임 전가, 노조 민원·인명 사고 악재 겹쳐

 

새 학기 첫날까지 공사가 끝나지 않아 인근 중학교 건물에서 임시 개교한 초유의 사태는 여러 가지 악재가 중첩된 결과다. 도덕초는 아파트 단지 재건축 공사 개시와 함께 문을 닫은 2020년 말 이후 약 2년 3개월간 수차례 부침을 겪었다. 착공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공사 부지에서 대량의 폐기물이 나왔다. 1980년대 초 대한주택공사(현 LH)가 철산동 일대를 개발할 당시 불법 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처리하는 작업도 오래 걸렸지만 12억 원의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 서로 책임을 전가하느라 진을 뺐다.

 

철산주공8·9단지 주택재건축정비조합 관계자는 “재건축 과정에서 학교를 짓는 비용은 조합이 지불하지만 학교는 교육청 관할이다. 따라서 땅에 매몰된 폐기물 처리는 교육청 몫이라는 게 조합의 입장”이라며 “하지만 교육청이 관련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비용 부담을 거부하니 일단 조합이 비용을 댔고 이후 소송해 분담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연약 지반으로 판정되는 등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을 놓고 조합원들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돼 개교는 1차 연기됐다.

 

건설노조의 민원도 정상 개교를 가로막은 요소다. 도덕초는 노조원 채용을 강요하는 건설노조의 불법행위가 기반시설 공사에까지 파고든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초, 노조가 부실시공 의혹을 제기하자 광명교육청의 요구로 공사는 2개월가량 멈춰 섰다. ‘제3자 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 구조적 결함이 없다는 평가표를 받아들었지만 공사 지연에 따른 자재비 인상 등 후폭풍이 닥쳤다.

 

도덕초 현황에 밝은 한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민원 외에도 현장 진입을 막는 노조의 행동으로 정상적인 진행이 불가능했다”며 “업계에서는 이제 건설노조 집회가 초등학교 공사 진행도 발을 묶는다는 말이 나왔다. 아이들이 누려야 할 공간인 학교까지 피해를 입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인명사고까지 발생했다. 이에 일부 주요 작업이 멈춰섰고 개교가 한 달 더 연기됐다. 

 

사진=강은경 기자

도덕초는 현재 외벽 작업 단계로, 4월 초 개교를 위해 분주하게 공사 중이다. 사진=강은경 기자

 

도덕초 공사 현장에서는 외벽 작업이 한창이었다. 대부분의 구조물은 완성된 상태로, 타일을 붙이거나 주차장 부지를 손보는 마무리 작업이 남았다. 곧 나무를 심어 교정을 꾸미는 절차에도 들어간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임시 개교보다 도덕초 등하교가 더 걱정”이라며 입을 모았다. 철산동 일대는 재건축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도덕초 역시 광명지하차도 건너에 있는 안양천을 제외하면 나머지 3면이 모두 공사 현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대부분 아직 건물 형체도 갖추지 못한 초기 단계로 주변 도로에도 일반 차량보다 공사 차량의 통행이 더 많다. 학교와 맞닿은 단지는 2025년 입주가 예정돼 있다.   

 

광명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통학버스 예산을 확보해 운행할 계획”이라며 “버스를 놓치거나 방과 후 수업 등으로 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를 고려해 광명시에서 등하교를 지도하는 안전보안관을 배치하기로 했고, 통학로의 미비한 부분도 보수하기로 협의했다”고 전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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