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지난 1월 1심에서 판정승을 거둔 KB증권이 2심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부터 환매가 중단된 영국 신재생에너지발전소 대출 투자 펀드인 ‘포트코리아 그린에너지 제1~4호’ 때문이다. KB증권은 이 펀드가 포함된 라임펀드 재판 1심에서 판매수수료 우회 수취에 대해 유죄를 인정 받고도 피해자가 없다는 이유로 상당한 정상참작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포트코리아 펀드 투자자들이 판매사인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의 불완전 판매를 주장하면서 소송을 예고한 터라 상황이 급변했다.
국내 자산운용사 포트코리아자산운용이 운용하고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판매한 포트코리아 그린에너지 펀드는 지난해 6월 만기를 앞두고 3월부터 환매가 중단됐다. 환매중단 규모는 총 480억 원, 추정되는 피해 투자자는 약 130명이다. 이에 투자자들은 판매사인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법인과 관계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투자자들은 보험사가 ‘보험접수거절’을 통보한 정황상 당초 보험이 가입되어 있지 않았음에도 KB증권 등 판매사가 “보험에 가입돼 있어서 원금이 보장된다”는 표현 등으로 불완전 판매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포트코리아 그린에너지 펀드 투자자들을 대리해 이르면 다음 주 KB증권·신한투자증권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현재 소송에 참여한 투자자 28명의 피해금액은 약 104억 원이다. 송성현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앞서 불완전판매 문제가 발생한 라임펀드, 더플랫폼 아시아무역금융펀드 등의 사례처럼 ‘보험에 가입돼 있어서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판매됐으나 실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조사해달라는 취지에서 사건을 진행하게 됐다”고 전했다.
KB증권의 경우 다시금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문제가 불거진 것도 문제지만, 이번 사태로 라임펀드 판매와 관련해 향후 항소심에서 ‘판정승’을 거뒀던 1심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된다. 1심 재판부는 KB증권의 펀드 판매수수료 우회 수취 혐의와 김 아무개 전 KB증권 델타원솔루션부 팀장의 부당이득 취득 혐의 일부만 유죄를 인정하고, 부실 또는 부실 가능성을 인지했음에도 라임과 공모해 펀드를 고의로 판매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유죄로 인정된 펀드 판매수수료 우회 수취 혐의는 KB증권이 펀드를 판매하면서 판매료를 라임 등 자산운용사에서 받는 TRS(총수익스와프) 수수료에 가산해 우회 수취하면서 고객들에게는 펀드 판매수수료가 없다고 기재한 행위다. 판결문에 따르면 KB증권은 다수 펀드를 판매하면서 판매수수료 상당을 부서 간 내부 손익 조정하기로 협의했는데, 여기에 포트코리아 그린에너지 3호와 4호가 포함됐다.
KB증권이 판매수수료를 우회 수취하면서 판매한 펀드는 총 11개로 약 1381억 8000만 원 규모다. 이 가운데 138억 원가량이 포트코리아 그린에너지 펀드다. 2019년 6월 설정된 포트코리아 그린에너지 3호는 65억 4000만 원 규모, 2019년 7월 설정된 포트코리아 그린에너지 4호는 72억 6000만 원 규모가 판매됐다.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같은 펀드인 ‘포트코리아 그린에너지’를 판매했음에도 선취판매수수료가 달랐다. 신한투자증권이 판매한 포트코리아 그린에너지 2호의 경우 설명자료에 선취판매수수료 2.5%, 펀드 보수 연 0.99%가 발생한다고 명시됐으나 KB증권이 판매한 포트코리아 그린에너지 3호 설명자료에는 선취판매수수료가 없었다.
주목할 부분은 1심 재판부가 KB증권에 벌금 5억 원을 선고하며 판매수수료 우회 수취 관련 펀드들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점을 정상참작했다는 점이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판매수수료 관련 펀드들은 다행히도 대부분 조기상환되거나 투자자들에게 분배금이 정상 지급되는 등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바, 이러한 점들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앞서의 송 변호사는 “포트코리아 그린에너지 2호는 신한투자증권에서 판매해 판매수수료가 제대로 기재된 반면, KB증권이 판매한 포트코리아 그린에너지 3호는 제대로 기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라임펀드 관련 1심 선고에서 KB증권의 판매수수료 우회 수취 혐의를 다룰 때에는 손해가 아직 발생하지 않았을 때 기소가 됐던 건”이라며 “지난해 6월 만기 이후 새롭게 피해 사실이 드러난 만큼, 라임펀드 관련 KB증권의 2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KB증권 관계자는 “(환매 중단 펀드와 관련) 포트코리아자산운용을 통해 상환에 노력하고 있다”며 “사모펀드 상품인 만큼 제안서가 오픈되어 있지 않아 (판매수수료는)어떻게 책정되어 있었는지 알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TRS 내부손익 조정을 통해 펀드 판매수수료를 우회 수취한 점이 1심에서 유죄 판결 받았으나, 이는 타 금융회사에서도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통상적인 업무 프로세스로 이에 항소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태로 KB증권과 포트코리아자산운용의 관계도 재조명될 전망이다. KB증권과 포트코리아자산운용의 협업은 라임 사태가 불거지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다. 포트코리아자산운용은 라임자산운용의 지시대로 펀드 설정과 운용을 맡은 ‘라임 아바타 운용사’라는 혐의를 받았다. 김 아무개 전 KB증권 델타원솔루션부 팀장은 KB증권 내부에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라임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자 라임펀드 중간에 포트코리아자산운용을 끼워 넣어 TRS가 유지되도록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포트코리아자산운용은 자산운용사로 전환한 2018년 초부터 KB증권과 파트너십을 구축, KB증권 델타원솔루션팀과 협업을 통해 판매잔고를 끌어올렸다. 2018년 3월 기준 설정잔액은 1576억 원, 이 가운데 KB증권의 판매잔고만 1057억 원으로 67%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후 판매사를 넓히며 판매잔고를 1조 원 이상으로 키웠으나 2020년 6월 기준으로도 KB증권에서 판매된 포트코리아자산운용 펀드 금액은 3056억 원 규모로 전체(1조 680억 원)의 29% 수준이다.
포트코리아자산운용은 금융당국 제재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지난해 11월 패소했다. 포트코리아자산운용은 소송에서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아 운용한 OEM펀드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반복적으로 KB증권과 김 전 팀장을 언급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포트코리아자산운용 직원 A 씨는 검찰 조사에서 “KB증권의 김 아무개 팀장이 이미 기초자산의 구조까지 다 짜놓은 상태에서 투자자도 구할 수 있다고 하면서 개설을 제의했다”, “라임자산운용과 관련된 펀드는 모두 김 전 팀장이 원고 회사(포트코리아자산운용)에 신규 펀드 개설을 제의하였고, 중간에 펀드를 하나 더 넣는 것은 김 전 팀장이 제안해서 하게 된 것으로 구체적인 이유는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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