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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애플 출신들 의기투합해 에어팟 재활용 스타트업 차린 사연

애플코리아서 근무한 박정훈 리팟 대표, 비용·품질 모두 잡은 에어팟 리퍼 사업 글로벌 전개

2023.02.28(Tue) 16:57:42

[비즈한국] 무선 이어폰의 수명은 2년을 넘기 어렵다. ​놀랍게도. ​저렴하게는 만 원에서 비싸게는 수십만 원짜리까지 있지만, 가격과 상관없이 모두 그렇다. 크기가 작고 용량이 적은 리튬 배터리를 ​공통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소리 출력이 예전 같지 않다거나 블루투스 연결이 자주 끊기면 십중팔구 배터리 수명 문제다.

 

최근 에어팟 리사이클 스타트업을 창업한 박정훈 리팟 대표. 사진=박정훈 기자

 

한 해 판매되는 무선 이어폰의 숫자는 상상을 초월한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카날리스에 따르면 무선 이어폰의 대표격인 애플 에어팟의 경우 2022년 3분기에만 무려 2380만 개가 팔렸다. 다른 주요 기업의 제품까지 포함하면 약 7690만 개에 달한다. 연간 2억 5000만 개가 팔리는 셈이다. 다른 부품은 멀쩡해도 오로지 배터리 수명이 다해 이렇게 많은 무선이어폰이 2년 후 버려지고 만다.

 

배터리만 교체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크기가 작은 무선 이어폰은 배터리를 소비자가 직접 교체하기가 매우 어렵다. 제조사는 굳이 배터리를 교환하는 것보다 신제품을 파는 게 더 이득이라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다만 애플의 경우 새 배터리가 들어간 에어팟 리퍼비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비용은 쪽당 6만 5000원. 양쪽 모두 교체하면 13만 원이 든다. 물론 보험 프로그램인 애플케어 플러스 플랜을 사용하면 별도 비용이 들지 않지만, 플랜에 가입하려면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자체 테스트를 통해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등 제약이 많다. 20만 원 전후의 값비싼 전자기기를 사서 고작 2년밖에 쓰지 못하는 건 너무 아깝지만, 소비자는 결국 새로 나온 더 나은 모델을 사게 된다.

 

뭔가 합리적이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면, 그걸 해결하는 것 자체가 사업 아이템이 된다. 박정훈 리팟 대표도 이런 지점을 파고들었다.

 

박정훈 리팟 대표는 합리적인 가격의 에어팟 리퍼비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리팟’을 최근 창업하고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리팟이 제시하는 에어팟 리퍼비시 비용은 애플 공식 서비스 가격의 4분의 3 수준. 본인이 소유한 에어팟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쪽당 5만 원 정도다.

 

리팟은 배터리 수명이 다한 에어팟을 가져가면 공식 서비스센터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배터리가 교체된 새 에어팟을 ​즉시 ​받을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사진=박정훈 기자

 

양쪽 모두 교체하면 애플 공식 서비스센터에 비해 3만 원 정도 이득인 셈. 여기에 3개월 품질 보증 서비스가 포함된다. 이 정도 가격 차이면 믿을 만한 공식 서비스센터가 더 낫지 않을까. 사실 리팟이 가진 자신감은 가격에만 있는 게 아니다. 애플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하지 않은 품질에 초점을 맞췄다.

 

“단순히 배터리 교체만 하는 건 아닙니다. 위생적으로 사용하도록 클리닝부터 외관 폴리싱(연마 및 광택 작업), 소독 등 새 제품을 처음 사용했을 때와 유사한 경험을 주는 것이 목표죠.”

 

박 대표는 과거 애플코리아에서 8년간 근무했다. 애플에 근무하기전에는 소니에서 8년 일했으며, 애플코리아 퇴사 후에는 노키아에서 또 8년을 근무했다. 도합 24년간 글로벌 기업에 있으면서 영업, 홍보, 마케팅을 두루 경험했다. 그러다가 노키아를 그만두고 창업을 한 것이 바로 에어팟 리퍼 사업이다. 과거 애플코리아에서 같이 근무한 글로벌 조직 동료들과 의기투합해서 에어팟 리퍼 공장을 세우고 전 세계에 에어팟 리퍼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중이다.

 

“소니와 노키아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애플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가장 중요한 가치는 ‘제품을 사랑하라’는 것이죠. 이건 애플 직원도, 애플 제품을 열렬히 사용해주는 소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제품을 불과 2년도 사용하지 못하고 버리는 건 모두가 아깝다고 생각할 겁니다.”

 

애플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 과연 애플이 가만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누구보다 애플을 잘 이해하는 박 대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자신한다. 가령 아이폰 사설 수리 서비스도 애플이 별도로 제재하려는 움직임이 없다는 것이 그 근거다.

 

박정훈 리팟 대표는 향후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 에어팟 리사이클 사업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사진=박정훈 기자

 

“글로벌 수리 리뷰 사이트인 ‘아이픽스잇’에서도 에어팟은 최악의 자가 수리 용이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애플 제품을 다뤄본 노하우와 전문적인 장비 없이 사용자 스스로 배터리를 교체하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이건 시중의 사설 수리 전문점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나아가 최근 EU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전자 제품의 자원 낭비와 환경 오염을 우려해 자가 수리 용이성을 강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니 애플로선 이러한 리퍼비시 서비스를 딱히 반대할 규정도 명분도 없다.

 

박 대표는 한국 시장만 보고 사업을 시작한 게 아니다. 다른 국가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우리나라에 리퍼비시 전문 공장을 설립해 본격적인 전자제품 리사이클 비즈니스를 모색하고 있다.

 

“애플 출신 네트워크가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 대만, 일본, 싱가포르, 필리핀 등에 사업을 순차적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전자제품은 자원 사용이나 제조 과정에서 환경에 많은 악영향을 미칩니다. 충분히 더 사용할 수 있는데 고작 배터리 하나 때문에 교체하는 건 너무 불합리한 일 아닌가요.”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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