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알쓸비법] 최대 영업정지도 가능한 벌점 관리의 중요성

누산점수 일정 기준 초과하면 사업에 치명적… 원사업자·수급사업자 모두 벌점 부과·산정기준 파악해야

2023.02.28(Tue) 10:57:19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법 위반 누산점수가 10점이 넘은 한화시스템에게 영업정지·입찰참가 자격 제한 조치를 취하도록 관계 기관에 요청했다. 사진=연합뉴스


어느 사업자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경우 원사업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 과징금 납부 명령, 형사고발 등의 제재를 받는다. 특히 하도급법 위반행위의 경우 위와 같은 제재에 더해 벌점이 산정돼 추가적인 불이익을 받는다. 하도급법은 특정 조항을 위반한 사업자에게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른 벌점을 부과하고, 그 벌점이 일정 점수를 초과하면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영업정지 등 하도급 거래의 공정화를 위한 조치를 받도록 공정위가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요청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도급법 위임에 따라 하도급법 시행령은 벌점 부과 기준(하도급법 시행령 별표 3)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벌점은 법 위반행위가 속하는 위반유형에 대해 시정조치 유형별로 점수를 산출하고 이를 더해 산정한다. 시정조치 유형별 점수는 아래와 같다.

 

① 경고(서면 실태조사에서 발견된 법 위반 혐의 사항에 대한 공정위의 자진 시청 요청에 따른 경우): 0.25점

② 경고(신고 또는 직권인지에 따른 경우): 0.5점

③ 시정 권고: 1.0점

④ 시정명령(법 위반행위를 자진 시정한 원사업자 또는 발주자에게 향후 재발 방지를 명하는 경우): 1.0점

⑤ 시정명령: 2.0점

⑥ 과징금: 2.5점

⑦ 고발: 3.0점

(기술 유용, 보복행위 등의 경우 과징금 2.6점, 고발 5.1점)

 

다만 △원사업자 또는 발주자가 미지급금을 공정위의 조사개시일, 공정위의 미지급금 지급 요청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수급사업자에게 지급한 경우 △분쟁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고 당사자가 합의 내용을 이행한 것이 확인돼 공정위가 원사업자에게 시정조치 또는 시정 권고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벌점을 0점으로 한다. 

 

예를 들면 원사업자가 대금 미지급과 서면 미발급으로 각각 시정명령(2점+2점)을, 어음 대체결제 수수료 미지급으로 경고(0.25점)를, 지연이자 미지급·부당한 특약·서면 교부 의무 위반으로 각각 과징금(2.5점+2.5점+2.5점)을 받았다면 벌점 누산점수는 11.75점에 달한다.

 

직전 3년 동안 총 벌점을 합산한 누산점수가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부가적으로 여러 제재를 받게 되는데, 그중에는 사업자에게 치명적인 것도 있다. 벌점 기준에 따르면 △2점 초과 시 과징금 가중 △4점 초과 시 상습법 위반사업자로서 명단 공표 △5점 초과 시 공정위가 조달청장, 지방자치단체장 등에게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요청 △10점 초과 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정위 요청에 따라 6개월 이내 영업정지 등의 제재를 내린다. 아무리 사소한 법을 위반했더라도 벌점 누산점수가 10점을 초과하면 최대 6개월 동안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회사를 쪼개거나 합쳐도 하도급법 위반으로 받은 벌점은 신규 회사에 승계돼 벌점으로 인한 불이익을 피하기는 어렵다. 사진=박정훈 기자

 

만약 회사를 합병하거나 인수해도 기존 회사의 벌점은 신규 회사에 승계돼 벌점에 따른 불이익을 회피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일례로 한화S&C는 2017년 벌점 누산점수가 11.75점에 달한 상태로 그해 10월 회사를 분할하면서 하도급법을 위반한 사업 부문을 이전해 신설법인인 한화S&C(존속법인 H솔루션)를 설립했다. 2018년 8월 한화시스템이 한화S&C를 흡수 합병하면서 한화시스템이 하도급법 위반 책임을 승계해 벌점도 끌어안게 됐다. 

 

이러한 벌점 부과와 후속 조치에 따른 불이익을 어떻게 다툴 수 있을까? 서울고등법원 2019누53626 판결(2020년 8월 13일 선고)은 벌점 부과 행위는 국민의 권리 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항고소송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 2020두50683 상고기각 판결에 의해 확정됐다. 

 

대법원은 지난 2월 2일 선고한 2020두48260 판결에서 아래와 같은 이유로 공정위의 입찰 참가 자격제한 요청 결정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① 하도급법 제26조 제2항은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요청의 요건을 시행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부과한 벌점의 누산점수가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로 구체화하고, 위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피고는 법 제26조 제2항 후단에 따라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해당 사업자에 대한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요청 결정을 하게 되며, 이를 요청받은 관계 행정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업자에 대해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처분을 해야 한다.

 

② 따라서 사업자에겐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요청 결정이 있으면 장차 후속 처분으로 입찰 참가 자격이 제한될 수 있는 법률상 불이익이 존재한다. 

 

요약하면 공정위의 벌점 부과 자체를 법적으로 다툴 수 없고, 벌점이 쌓여서 공정위가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요청 등을 하는 경우 그 요청에 대해서만 다툴 수 있다는 의미다. 

 

원사업자의 경우 벌점에 따른 불이익을 회피하기 위해 상시 누산점수를 관리해야 하고 하도급법 시행령에 규정된 벌점 감경 사유를 챙겨야 한다. 반면 수급사업자는 원사업자에게 문제를 제기하기에 앞서 원사업자의 벌점 누산점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복잡하고 기술적인 벌점 부과 및 산정 내역을 검토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축구 등 운동 경기에서 파울이 조기에 누적된 선수는 자칫 퇴장당할 수 있어 경기 중 행동이 위축된다. 하도급 거래에서도 마찬가지다. 

 

벌점 누산점수가 5점에 근접해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처분이 임박한 원사업자는 사건을 끝까지 끌고 가다가 제재를 받는 것을 경계하게 된다. 즉 다른 때보다 합의에 적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하도급법 내용을 아는 수급사업자라면 누가 묻지 않아도 일단 공정위 홈페이지의 ‘법 위반 사실조회’ 등을 통해 원사업자의 법 위반 전력부터 확인해야 한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알쓸비법] 공정거래 사건의 절반이 '하도급법', 왜 그럴까?
· [알쓸비법] 우리나라 대기업은 왜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훔칠까
· [알쓸비법] 위원장 신년사에 담긴 올해 공정위 법 집행 방향은?
· [알쓸비법] 가맹본부의 부실한 정보공개가 불러오는 나비효과
· [알쓸비법] 병행수입 하고 싶다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