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주부터 KT그룹 차기 대표이사(CEO) 유력 후보로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유력하다는 소위 ‘지라시’가 돌기 시작했다. 재계 순위 12위, 그룹사만 40개 넘는 KT그룹의 차기 대표이사(CEO) 후보 접수가 완료됐는데, 구현모 대표가 연임을 포기하면서 유력 후보군이 추려진 셈이다.
지난해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안팎에서는 ‘윤진식’의 이름이 공공연하게 거론됐었다고 한다. 윤석열 캠프에 몸담았던 관계자는 “과거 MB계들이 대거 선거 캠프를 주도했는데 윤진식 전 장관도 그 중 하나였다”며 “당시 몫이 반영된 것 아니겠냐”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는 자연스레 ‘관치’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권에 이어 통신업계를 질타한 일이 KT 신임 대표이사 선임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연임 유력했던 구현모의 예상된 하차
구현모 현 KT 대표는 내부 승진한 수장이다. KT를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하고 ‘역대급’ 호실적을 거둬 노조를 포함한 내부의 지지를 받았다. KT는 당초 구 대표를 차기 대표 후보로 단독 추대하려 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밀실담합’이라며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그리고 결국 구 대표는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을 앞세운 정부의 ‘반대 의사’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KT 지분은 10.13%. 국민연금 단독으로 구 대표 연임을 저지할 순 없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주인 없는 금융·통신사의 대표 자리 연임 시도를 지적한 만큼 다른 주요 대주주들 역시 구 대표를 지지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구 대표가 포기하면서 KT 차기 대표 후보 지원자는 33명으로 줄었다. 사외인사 18명, 사내 인사 16명이 지원했는데 사외인사엔 정치권 인사가 다수 포함됐다.
#윤심 내세운 정치권 인사 ‘유력’
KT 차기 대표에 지원한 사외인사에는 권은희 전 국회의원,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김성태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자문위원(전 국회의원),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이 이름을 올렸다.
재계와 정치권에서는 현재 윤진식 전 장관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보고 있다. 윤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초대 대통령실 정책실장으로 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경제고문으로 활동했는데, 존재감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앞선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윤진식 전 장관은 당초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군으로 내부에서 거론이 될 정도로 존재감이 있었다”며 “경제통으로 충청권을 대표하는 인물이기에 향후 중용될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그는 “당시 선거 캠프에 이명박 대통령 시절 인물들이 주를 이뤘는데, 그들이 한자리씩 중용이 되는 셈”이라고 풀이했다.
#윤 캠프 출신 다수 지원…관치논란 불가피
KT 내부에서는 외부인사 선임 기류에 반발하고 있다. 회사 사업 전반을 잘 아는 ‘내부 인사’를 선발해야 한다는 반발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윤(尹)심’이 중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전 장관 외에도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윤석열 대통령 캠프 출신 인사 다수가 출사표를 던진 상황. 김기열 전 KTF 부사장은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고, 김성태 전 의원은 윤 대통령 캠프에서 정보기술(IT) 특보였고 현재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따라서 KT 차기 대표이사를 외부인사로 발탁할 경우 내부 반발이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때에도 ‘정권이 내려보낸 사람’을 앉히더니 이제는 윤석열 정부가 내려보내는 사람을 앉히라고 압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며 “앞선 인사를 관치라고 비판하면서 다시 관치를 하는 셈인데, KT라는 그룹은 다양한 사업 분야를 아우르는 곳이라는 점을 무시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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