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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지배구조 3] 정의선 회장, 순탄한 현대차 승계...순환출자 해소 난제

사법 리스크 등 외풍 없이 탄탄대로...현대모비스 중심 지배구조 탄생 주목

2023.02.23(Thu) 16:22:40

[비즈한국]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아버지인 정몽구 명예회장으로부터 순탄한 경영권 승계 과정을 거쳐 총수 자리에 올랐지만 순환출자 구조 해소와 핵심 계열사들에 대한 미미한 지분율을 끌어 올려야 하는 만만찮은 과제를 떠안고 있다.

 

정 회장은 정 명예회장의 1남 3녀 중 외아들로 일찌감치 후계자로 낙점돼 착실히 경영수업을 받으며 사법 리스크 등 외풍에 휘말리지 않고 탄탄대로를 걸어 왔다. 정 회장은 2005년 기아자동차(현 기아) 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2008년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2018년 그룹 총괄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해 경영권을 사실상 승계했고 2020년 10월 그룹 회장직에 올랐다. 

 

하지만 이러한 그룹 경영권 장악 과정과는 달리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적극적인 지분 확보를 통한 그룹 장악력 강화 등 중대 과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국내 30대 대기업집단 가운데 유일하게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지 못한 상태다. 

 

정의선 회장은 향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지배회사 내지 지주회사로 꼽히는 현대모비스와 관련한 미미한 지분을 대폭 늘리기 위해 실탄 마련에 나서야 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순탄한 경영권 승계 과정과는 달리 지배구조 개편에 만만찮은 과제를 떠안고 있다. 사진=비즈한국DB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중심 세 축인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가 다른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이들끼리 얽힌 순환출자구조 형태다. 큰 틀에서 보면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진다. 이중 현대모비스가 지배구조 개편의 중심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우선 그룹의 핵심인 현대차의 지분 21.33%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비용 문제다. 이달 현재 시가총액(시총)은 현대모비스 20조 원 안팎, 현대차 37조 원 안팎에서 형성 중이다. 기업가치로 볼 때 완성차 제조업체인 현대차가 부품을 납품하는 현대모비스에 비해 높이 평가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현대차를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경우 정의선 회장의 유의미한 지배력 확보를 위한 지분 매입이나 그룹 차원에서도 천문학적인 비용 투입을 피할 수 없다. 기아를 지배구조 중심에 세우려 해도 시총 30조 원 안팎으로 현대모비스에 비해 덩치가 월등히 크다.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추진되는 이유다.  

 

현대차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구조 실체를 들여다보면 우선 현대모비스가 최대주주인 현대차는 기아 지분 33.8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기아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 외에 그룹 건설사업 중심인 현대건설 지분 20.9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대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38.62%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그 외 30여 건설 부동산 관련 종속 법인들을 뒀다. 아울러 현대차는 금융계열사인 현대카드(36.96%)와 현대캐피탈(59.68%), 철도차량 계열사인 현대로템(33.77%)등을 종속기업으로 거느리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최대주주는 기아로 17.42%를 보유 중이다. 기아는 그룹 철강사업 중심인 현대제철 지분 17.2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대제철은 현대비엔지스틸과 현대종합특수강 등 철강 관련 종속기업을 지배한다. 이를 제외하면 기아는 완성차와 부품 관련 종속 해외 현지법인들을 종속법인으로 거느리는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정의선 회장은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 등의 보유 지분이 미미한 상황이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이 오히려 훨씬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로 인해 향후 부자간 지분 상속 과정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정 회장은 이달 현재 현대모비스 지분 0.32%만 보유하고 있고 현대차와 기아 지분도 각각 2.62%, 1.74% 보유에 그친다. 반면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 7.19%, 현대차 5.33%를 보유 중이다. 정 명예회장은 기아 지분은 가지고 있지 않으나 현대제철 지분 11.81%를 보유해 기아에 이은 2대 주주다.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사진=최준필 기자

 

현대차그룹은 구체적 지배구조 개편안 마련에 고심 중이지만 어떤 방법이라도 순환출자 고리들을 끊어내고 정의선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막대한 자금 투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창구로 주목 받는 대표적인 계열사로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엔지니어링이 꼽힌다.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현대엔지니어링은 11.72%를 보유해 현대건설에 이은 2대 주주다.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엔지니어링은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하고 고배당 정책으로 정 회장에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계열사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합병 시나리오 가능성에 주목한다. 합병을 통해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에 대한 지분율을 상당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는 2001년 설립돼 2005년 12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했다. 2013년 감사원의 ‘재벌들의 일감 몰아주기와 편법 자산 증여 실태’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설립 당시 최초로 출자한 금액은 불과 20억 원 수준이었다. 이달 현재 이 회사 시총이 6조 원대에서 형성되는 것을 감안하면 20% 지분을 보유한 정 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가치는 1조 2000억 원을 상회한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06년 현대글로비스를 통한 편법 증여 혐의로 당시 정몽구 회장을 기소했고 정의선 기아차 사장에 대해선 기소유예한 바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재 증시 침체로 상장 작업을 중단한 상태지만 언제든 상황에 따라 상장 재추친이 예상되는 계열사다. 상장에 성공하면 2대 주주인 정 회장은 막대한 차익을 거둘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1년 9월 한국거래소에 주권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했고 같은해 12월 심사를 통과했으나 수요 부진으로 지난해 1월 기업공개 일정을 한 차례 연기한데 이어 4월까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상장 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그룹 IT서비스 전문업체인 현대오토에버도 ​정의선 회장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2019년 코스피 상장 과정에서 정 회장은 보유 지분의 절반을 처분해 965억 원을 확보했다. 현재도 정 회장은 현대오토에버 지분 7.33%를 보유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로봇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해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인데 앞으로 정 회장에게 자금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30%), 현대모비스(20%), 정의선 회장(20%), 소프트뱅크(20%), 현대글로비스(10%)가 나눠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한 차례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3월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한 뒤 모듈과 애프터서비스 사업부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현대모비스 존속 법인을 그룹 지배회사로 두는 개편안을 내놓았다. 주요 계열사 대주주 간 지분 매매를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히 끊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결국 외부 반발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했다. 

 

당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총수(당시 정의선 부회장) 지분율이 높은 현대글로비스에 유리한 합병 비율을 편법으로 산정한 것으로 의심된다. 현대글로비스에 유리하고 상대적으로 총수 지분율이 낮은 현대모비스에 불리한 구조”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을 대량 보유했던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가 8조 3000억 원 규모의 배당 등을 요구하고 이에 힘을 싣는 외국인 주주들로 인해 개편안은 수포로 돌아갔다. 엘리엇은 2019년 주주총회에서 패배한 것을 계기로 현대차와 기아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2020년 1월 완전 철수했다.

 

정의선 회장은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상황을 면밀히 보고 시간을 두고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표명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4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배구조 개편은 정답이나 모범답안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업적으로 많이 변화하고 있고 새로운 신사업이 들어가고 또 줄어드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걸 보면서 진행하는 게 내부적으로 좋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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