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행동주의 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BYC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본격화한 가운데 오너 일가의 부당지원 의혹이 급부상하고 있다. BYC 2대 주주인 트러스톤은 지난해부터 회계장부 열람을 요구해왔는데, 최근 회장 자녀 회사와의 부적절한 거래와 경영진 배임 문제를 띄우며 법률전문가를 감사위원으로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냈다.
BYC는 주주행동 공세에 대해 공식적인 대응은 삼가고 있다. 대기업 집단에 해당하지 않아 당장 BYC가 일감 몰아주기로 규제를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행동주의 펀드의 등장으로 주가가 오르는 사례가 잦아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지지가 커지는 상황은 부담스럽다. 오는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점쳐지며 양측의 긴장감도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3세 계열사’에 팔 땐 싸게, 살 땐 비싸게?…트러스톤 “추가 자료·해명 요구”
트러스톤은 회사 발행주식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의 경우 회계서류 열람을 청구할 수 있는 조항을 활용해 회계 내용을 확인했다. 공시에 따르면 트러스톤은 BYC 주식 8.13%(2022년 12월 20일 기준)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BYC 회계장부를 열람한 결과, 신한에디피스와 제원기업 등 관계사와의 부당 내부거래 정황이 확인됐다고 17일 밝혔다. 신한에디피스는 한석범 회장 일가 소유의 가족회사로 한 회장의 장남 한승우 상무가 최대주주(58.34%)다. 제원기업은 한 회장의 장녀 한지원 씨가 지분 100%를 소유한 개인회사다.
BYC는 최근 의류 관련 사업의 영업이익보다 건설·임대로 벌어들인 이익이 더 클 정도로 부동산 전문 회사의 성격이 강하다. 가족회사인 신한에디피스는 부동산 임대업을 목적으로 2004년 설립됐다. 사진=트러스트자산운용 자료
트러스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BYC는 복잡한 내부거래로 얽혀 있다. 한 회장이 최대주주인 신한방과 남호섬유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오너 2세 관계사가 어떻게 자녀 세대 관계사들을 지원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부동산 임대업을 영위하는 신한방은 전체 매출의 3 분의 1 정도가 BYC와의 거래에서 나온다. 하지만 BYC에 공사매출이 발생할 때마다 수익성 지표는 오히려 악화됐다. 일례로 2018년 완공된 서울 구로구 디지털산업단지 내 ‘지하이시티’ 지식산업센터 개발 당시 시행사인 신한방이 거둬들인 분양수익은 1189억 원이었다. 분양원가가 581억 원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순수익은 약 607억 원이다. 하지만 시공사 BYC가 신한방에 수주한 금액은 약 505억 원으로, 실제 영업이익은 수주액의 10%에도 못 미치는 22억~33억 원으로 추정된다.
트러스톤은 BYC 상품과 신한에디피스의 건물관리 용역 등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BYC-신한에디피스-신한방’이 견고한 내부거래 서클을 구축했을 것으로 본다. 2004년 부동산 임대업과 도소매업을 하기 위해 설립된 신한에디피스 역시 BYC에서 제품을 받아 재판매하는 형태로 수익을 올리는데, 그 과정에서 제품과 용역의 공급단가가 조정된 정황이 포착된 것. 신한에디피스가 BYC로부터 다른 업체 대비 저가로 상품을 공급 받아 신한방에 판매하고, 신한방에게는 건물관리 용역을 비싸게 공급하는 형태다.
이에 트러스톤은 BYC 경영진에게 납득할 만한 설명과 추가 자료를 요구했다.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은 “거래 장부상으로는 상품의 거래 단가가 통상적인 단가보다 낮고, 부동산 가격은 높게 책정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요구했던 자료의 일부만 제공 받은 상태로, 회계 내역의 기간이 짧고 추가 설명이 부족해 보완이 필요하다”며 “반박 여지가 있다면 사측이 추가 자료와 함께 소명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트러스톤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짜 사업권, 장녀 회사에 무상으로 넘겨…3월 주총서 감사위원 ‘표 대결’
BYC가 반박에 나선다 해도 해소되기 어려운 의혹도 있다. 일부 직영점의 사업권이 무상으로 장녀의 개인회사에 넘어간 사안이다. BYC의 직영점은 비와이씨마트가 위탁 운영해왔는데 일부 직영점이 사업권 이전에 대한 대가 없이 제원기업에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 결의조차 없어 의사결정 근거도 불명확하다. 이 부사장은 “다른 점포와 비교했을 때 입지 등 사업성이 매우 좋은 점포인데 계열사에 지점 사업권이 이전될 때 아무 대가 없이 넘어간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3월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대주주와 트러스톤의 향후 관계를 가늠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트러스톤은 이번 주총에서 비상무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법률전문가를 추천했으며, 표 대결에도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트러스톤은 BYC가 지난해 12월 ESG 경영 확대 일환으로 설치한 내부거래위원회에 대해서도 “감시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부당 내부거래를 근절하려면 대주주로부터 독립적인 이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에도 BYC는 본격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상황이다. BYC는 추가 자료 요청이나 감사위원 추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현재 확인하고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만 답했다.
BYC 오너 일가를 향한 주주행동에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6일까지만 해도 39만 원 선에 머물던 주가는 공개서한이 발표된 17일 47만 2500원으로 마감했고, 일주일째 45만 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행동주의 펀드는 취약한 지배구조, 내부거래 등에 이의를 제기하며 이익을 추구한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불편한 견제 세력”이라며 “적대적 인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제는 오너나 대주주가 편의대로 경영할 수 있는 시대가 끝났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당위성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주주 요구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겠지만,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을 뛰어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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