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경색 사태로 건설업계가 위기에 빠졌다. 부동산 개발업자가 사업성을 담보로 일으킨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상환은커녕 만기 연장이나 차환에도 실패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통상 건설사는 이들의 대출 상환이 어려울 경우 대신 갚거나 자금을 빌려주겠다는 약정을 맺고 개발 사업에 뛰어들기에, 건설사 도미노 파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언급되고 있다. 이에 비즈한국은 우리나라 주요 건설사의 재무 리스크를 긴급 점검한다.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은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로 막대한 수습 비용이 발생했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5월 사고 현장 아파트에 대한 전면 철거와 재시공을 결정하면서 수습 비용이 2분기까지 3377억 원으로 늘어났다. 이 중 1755억 원은 2021년 장부에 반영되면서 연간 영업이익은 2734억 원으로 전년 대비 53% 감소했다. 향후 예비입주자 지원 비용과 안전 관리 비용, 금융 비용 등을 포함하면 수습 비용은 향후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현산은 2022년 10월 예비입주자 계약금(10%)과 중도금(40%)에 대한 입주지연배상금과 가구당 1억 1000만 원 수준의 주거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건설사 미래 매출로 인식되는 수주 잔고도 사고 여파로 타격을 입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현산의 수주 잔고는 2022년 말 기준 약 29조 원으로 전년 말 대비 약 4조 3000억 원 줄었다. 기존에 수주한 사업장 일부는 현산이 사업성과 우발채무 등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계약을 해지했지만, 1조 원대 규모의 대전 도안2-2지구와 부산 시민공원 3구역을 포함한 다수 사업장은 조합 등 시행사 측이 붕괴 사고 이후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향후 시공 역량이나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 인식이 확산할 경우 현금 창출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현산 매출에서 주택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웃돈다.
다행히 최근 건설업계 핵심 리스크로 꼽히는 PF 우발채무는 외부 자금 수혈로 줄어든 상태다. 현산이 보증을 선 PF대출은 2022년 말 기준 1조 3000억 원(정비사업 1조 2000억 원 제외) 수준으로 전년 말 대비 1조 4000억 원가량 감소했다. 잔여 PF는 대부분 차환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외주사업의 경우 현장 90%(대출잔액 기준)가 착공 및 분양을 마무리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현산은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직후 고금리와 차환 위기에 직면한 일부 사업장의 시공계약을 해지하거나 차입을 통한 PF대출 인수, 직접 대여 전환 등으로 우발 채무를 관리했다. 이로 인해 2022년 말 순차입금은 2021년 말 대비 1조 5000억 원(별도)가량 늘었다.
관건은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에 따른 행정처분이다. 서울시는 2022년 12월 현산 관계자와 외부 관계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행정처분에 필요한 2차 청문을 진행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사고 발생 두 달 뒤인 2022년 3월 사고조사 결과와 함께 ‘법정 최고 행정처분(등록말소) 검토’를 요청하는 공문을 서울시에 보냈다. 건설사를 관할하는 지자체는 별다른 사유가 없으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행위를 적발한 날부터 6개월 내에 행정처분을 해야 하지만 서울시는 현재 사실관계 파악을 이유로 처분을 미루고 있다. 현산으로선 등록말소로 회사 존립이 위협받거나 영업정지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으로 차입금을 조기 상환해야 할 위험이 존재하는 셈이다.
한국신용평가는 “현산이 보유한 약 7000억 원의 현금성 자산, 담보 무설정 용지, 유형자산 등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시장성 증권 및 PF유동화증권에 대한 자금소요는 대부분 대응 가능할 전망이고, 지주사인 HDC 자산을 활용한 계열 차원의 재무융통성도 인정된다”면서도 “리스부채 및 수익증권 매각대금을 제외한 총차입금 약 2조 1000억 원 중 약 1조 5000원이 단기성 차입금으로 금융기관 신용대출(약 5000억 원)의 차환 과정과 영업정지 등의 처분으로 인한 회사채 기한 이익의 상실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형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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